세상의 친절함에 대하여
브레히트
1
차가운 바람이 가득 부는 이 땅에
너희 모두는 벌거숭이 아이로 왔네.
가진 것 하나 없이 추위에 떨며 누워있었네.
그 때 한 여자가 기저귀를 채워줄 때까지는.
2
어느 누구도 너희를 환호하지 않았네. 너희를 열망하지 않았네.
너희를 차에 태워가지 않았네.
여기 지상에 너희를 아는 사람은 없었네.
그 때 한 남자가 너희 손을 잡아줄 때까지는.
3
차가운 바람이 가득 부는 이 땅을
너희 모두들 딱지와 부스럼에 덮여 떠나네
거의 이 세상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이 두 줌의 흙을 뿌리네
박찬일, <브레히트 시의 이해>에서
* '거의 이 세상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이 두 줌이 흙을 뿌리네' 언젠가의 묘비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