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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600394의 diary
좋아하는 구절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by k600394 2008. 9. 13.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고정희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기다릴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아니, 와 있는 인연들을 조심스레 접어 두고

보속의 거울을 닦아야 한다

 

씨뿌리는 이십대도

가꾸는 삼십대로 아주 빠르게 흘러

거두는 사십대 이랑에 들어서면

가야 할 길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안다.

선택할 끈이 길지 않다는 것도 안다.

 

방황하던 시절이나

지루하던 고비도 눈물겹게 그러안고

인생의 지도를 마감해야 한다.

 

쭉정이든 알곡이든

제 몸에서 스스로 추수하는 사십대,

사십대 들녘에 들어서면

땅바닥에 침을 퉤, 뱉아도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매달리지 않는 날이 와도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안다.

 

* 사십대를 넘어 넘어, 육십까지 넘어서면 희열과 슬픔이 구분되지 않는다. 구분해야 할 이유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