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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600394의 diary

좋아하는 구절36

Death / W. B. Yeats Nor dread nor hope attend A dying animal: A man awaits his end Dreading and hoping all; Many times he died, Many times rose again. A great man in his pride Confronting murderous men Casts derision upon Supersession of breath; He knows death to the bone Man has created death. * 2023. 6. 30.
세시기 세시기 김광규 봄이 오면 그들은 깨어날 것이다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려 할 것이다 일어나지 못하게 하라 아침의 잠자리가 얼마나 달콤한 지 그들로 하여금 알도록 하라 . . . 겨울이 되면 그들은 추워할 것이다 온몸을 떨며 불가로 다가오려 할 것이다 다가오지 못하게 하라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말하고 그들로 하여금 겨울잠이 들도록 하라 * 우습지 않을 때 가장 크게 웃을 줄 알고 아무도 묻지 않는 의문은 생각하지 않을 줄 알고 이제 성명과 직업과 연령만 남고.. (작은 사내들, 김광규) 2022. 10. 17.
당신은 당신은 뽈 발레리(Paul Valéry)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머지않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 독일 속담에 '마지막으로 죽는 것이 희망이다'가 있다. 희망 앞서 생각한 대로 사는 것이 먼저이다. 2022. 8. 15.
자유 자유 Liberté 폴 엘뤼아르 Paul Éluard 나의 학습 노트 위에 나의 책상과 나무 위에 모래 위해 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내가 읽은 모든 책장 위에 모든 백지 위에 돌과 피와 종이와 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황금빛 조상 위에 전사들의 총칼 위에 제왕들의 왕관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밀림과 사막 위에 새 둥우리 위에 금작화 나무 위에 내 어린 시절 메아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밤의 경이로움 위에 일상의 흰 빵 위에 약혼 시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나의 하늘빛 옷자락 위에 태양이 녹슨 연못 위에 달빛이 싱싱한 호수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들판 위에 지평선 위에 새들의 날개 위에 그리고 그늘진 풍차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새벽의 입김 위에 바다 위에 배.. 2022. 1. 24.
가을날 가을날 나태주 하늘 강물을 건너가는 흰 구름이 발길 멈춰 서서 내게 조용히 물었다 아직도 한 사람이 그렇게 좋아 연애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시를 쓰면서 견디고 있느냐고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해줬더니 사실은 자기도 그런 형편이라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나태주, 에서 * 전해지지도 않을 연애편지를 블러그에 담아 놓는다. 철 지나 언젠가는 알게 되려나. 2021. 10. 23.
세상의 친절함에 대하여 세상의 친절함에 대하여 브레히트 1 차가운 바람이 가득 부는 이 땅에 너희 모두는 벌거숭이 아이로 왔네. 가진 것 하나 없이 추위에 떨며 누워있었네. 그 때 한 여자가 기저귀를 채워줄 때까지는. 2 어느 누구도 너희를 환호하지 않았네. 너희를 열망하지 않았네. 너희를 차에 태워가지 않았네. 여기 지상에 너희를 아는 사람은 없었네. 그 때 한 남자가 너희 손을 잡아줄 때까지는. 3 차가운 바람이 가득 부는 이 땅을 너희 모두들 딱지와 부스럼에 덮여 떠나네 거의 이 세상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이 두 줌의 흙을 뿌리네 박찬일, 에서 * '거의 이 세상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이 두 줌이 흙을 뿌리네' 언젠가의 묘비명으로... 2021. 9. 12.
빈집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기형도, 에서 * '삶을 잃고 나는 쓰네'로 바꾸어도 좋을 듯. 2021. 9. 5.
다른 하나 Another One Ron Padgett 어릴 때 너는 배운다 사물에는 세 가지 차원이 있다고: 높이, 넓이, 그리고 깊이. 신발 상자처럼. 그리고 나중에 너는 듣게 된다 네 번째 차원이 있다는 걸: 시간 나희덕, 에서 *모두 다 다른 사연도 있더군. 2021. 9. 1.
오, 바틀비 오, 바틀비 김소연 모두가 천만다행으로 불행해질 때까지 잘 살아보자 던 맹세가 흙마당에서 만개해요, 사월의 마지막 날은 한나절이 덤으로 주어진 괴상한 날이에요. 모두가 공 평무사하게 불행해질 때까지 어떻게든 날아보자던 나 비들이 날개를 접고 고요히 죽음을 기다리는 봄날이 에요, 저것들 보세요, 금잔화며 양귀비며 데이지까 지 모두가, 아니오, 아니오, 고개를 가로저으며 하루 를 견뎌요, 모두가 아름답게 불행해질 때까지 모두가 눈물겹게 불행해질 때까지, 온 세상 나비들은 꽃들의 필경사예요,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몰아쉬 는 한숨으로 겨우 봄바람이 일어요, 낮달이 허연 구 멍처럼 하늘에 걸려요, 구멍의 바깥이 오히려 다정해 요, 반나절이 덤으로 배달된 괴상한 날이에요, 모두 가 대동단결하여 불행해질 .. 2021. 8. 15.
향수병 향수병 보들레르 어떤 물질이라도 뚫고 스며나오는 강한 향기가 있다, 그것은 유리라도 뚫으리라. 에서 건너온 작은 함, 오만상 찌푸리고 삐걱거리는 자물쇠 열면, 또는 버려둔 집에서 세월의 지독한 냄새 가득 밴 먼지 수북한 더러운 옷장 열면, 더러 옛 추억 간직한 오래된 향수병 눈에 띄는데, 되돌아온 넋 거기서 생생하게 떠오른다. 서글픈 번데기처럼 온갖 생각들 거기 잠들어, 무거운 어둠 속에서 조용히 떨고 있다가, 날개 펴고 힘껏 날아오른다, 창공의 빛으로 물들고 장밋빛으로 칠해지고 금박으로 장식되어, 이제 취한 추억이 흐린 대기 속에서 나풀거린다, 눈을감는다; 이 쓰러진 넋을 쥐어 잡고 두 손으로 밀어낸다, 인간의 악취로 어두어진 구렁 쪽으로; 그리고 천년 된 깊은 구렁 가로 넘어뜨린다, 거기서 제 수의 .. 2021. 4. 29.
팔당대교 이야기 팔당대교 이야기 박찬일 승용차가 강물에 추락하면 상수원이 오염됩니다 그러니 서행하시기 바랍니다 나는 차를 돌려 그 자리로 가 난간을 들이받고 강물에 추락하였습니다 기름을 흘리고 상수원을 만방 더럽혔습니다 밤이었습니다 하늘에 글자가 새겨졌습니다 별의 문자 말입니다 승용차가 강물에 추락해서 상수원이 오염되었습니다 서행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죽은 것은 사람들이 모릅니다 하느님도 모릅니다 *글자는 마음을 옥죕니다. 글자는 마음을 위로합니다. 글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2021. 3. 5.
낙타 낙 타 김진경 새벽이 가까이 오고 있다거나 그런 상투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겠네. 오히려 우리 앞에 펼쳐진 끝없는 사막을 묵묵히 가리키겠네. 섣부른 위로의 말은 하지 않겠네. 오히려 옛 문명의 폐허처럼 모래 구릉의 여기저기에 앙상히 남은 짐승의 유골을 보여주겠네. 때때로 오아시스를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사막 건너의 푸른 들판을 이야기하진 않으리. 자네가 절망의 마지막 벼랑에서 스스로 등에 거대한 육봉을 만들어 일어설 때까지 일어서 건조한 털을 부비며 뜨거운 햇빛 한가운데로 나설 때까지 묵묵히 자네가 절망하는 사막을 가리키겠네. 낙타는 사막을 떠나지 않는다네. 사막이 푸른 벌판으로 바뀔 때까지는 거대한 육봉 안에 푸른 벌판을 감추고 건조한 표정으로 사막을 걷는다네. 사막 건너의 들판을 성급히 찾는 .. 2020.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