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길에서 길을 묻다
일시: 2010년 3월 13일
장소: 충주. 수안보
오전에 운동을 하고 점심까지 먹고 나서 갑자기 떠나고 싶은 마음에 길을 나섰다. 간단하게 짐을 꾸리고 특별한 계획 없이 집에서 가까운 동서울터미널을 찾았다. 어디로 갈까... 강원도에는 눈이 많이 왔다고 하니 어려울 것 같고 남부 쪽은 너무 먼 거리일 것 같고... 그러면 충청도 권역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때마침 논산에서 거주하는 지인생각도 났다. 하지만 눈에 먼저 뜨인 것은 충주로 가는 고속버스매표소였다. 언젠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전에 다녀온 적이 있는 충주였다. 가장 빨리 가는 버스표를 매표하고 나니 오후 1시 40분표이다. 곧 승차해서 차창 옆에 자리를 잡았다. 너무 급하게 오느라 책 한권도 가져오지 못한 것도 그제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떠랴 무조건 즐겨보자...
정시에 고속버스는 터미널을 벗어났다. 하늘은 눈부시도록 쾌청했다. 차창 밖의 경치를 감상하다가 금방 잠이 들었다. 적당히 흔들리는 버스에서 깊이도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1시간이나 낮잠을 잤다. 고속버스는 이미 충주시내로 접어들고 있었다. 1시간 20분정도 소요되어 시 외곽의 우회도로 옆에 자리잡은 공용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내가 알던 위치와는 다르다. 아마 옮긴 모양이다.
목적지도 없고 지리도 잘 모르기에 일단 시청을 찾기로 했다. 걸어서 도착한 시청에서 당직실을 통해 관광안내도를 구할 수 있었다. 안내도를 보고 탄금대로 향해 걸었다. 우륵의 전설과 임진왜란때 신립장군의 한이 서린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제법 힘들다. 하염없이 걷고 있는데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들이 무리를 이루어 지나가다 그 중 한 아이가 나에게 쪼르르 달려 오더니 “잘 생기셨어요” 하더니 부끄러운 듯 무리 속으로 다시 끼어 들었다. 다른 아이들은 재미있다고 깔깔거리고 있었다. 아마 자기들끼리 알 수 없는 내기를 한 모양이다. 맹랑한 녀석들...
아이들이 재미있어서 배시시 웃으면서 또 걸었다. 제법 먼거리이다. 여러 생각들이 떠 올랐다. 그러면서 혼자 생각했다. 책은 두고 왔으면서 생각은 짊어지고 왔구나라고...
탄금대에 도착했을 때에는 벌써 5시를 넘고 있었다. 문화해설사를 찾았지만 오후 5시면 끝이란다. 아쉽기는 하지만 혼자 둘러보기로 했다. 한가한 가족 나들이객이 많다. 엄마팔짱을 끼고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크다. 연인들도 적지 않다. 마냥 즐겁고 행복한 표정들이다. 생각은 우리 아이들에게 까지 미친다.
탄금대에는 일제항일시인 권태응의 노래비가 있다.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따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따보나 마나 하얀 감자
감자꽃이라는 동시인데, 설명에는 항일정신이 깃들어 있다지만 읖조리니까 그대로 좋다.
내려오면서 맛있어 보이는 찐빵가게에 들렀다. 주머니를 털어 옥수수찐빵 2개를 샀다. 달지도 않고 맛있었다. 한점 한점 뜯어 먹으면서 터미널로 돌아왔다. 공용터미널은 대형활인매장과 함께 입지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주변이 온통 주차장화되어 있었다. 이러면 차라리 유료노상주차장으로 바꾸는 것이 나을 듯 싶다. 광주터미널도 그랬고, 동서울터미날도 예외가 아니다.
다시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고 수안보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1시간 배차간격을 고려하면 10분 만에 버스를 탈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다 싶다. 약 30분 걸려 수안보에 도착했다. 전에 왔을 때는 복잡하고 불친절했던 그리고 호객행위가 많았던 것 같은데 주말 저녁시간인데도 한산하다. 또 훨씬 깨끗하고 친절하다. 음식점마다 온통 음식경연대회 수상자 내지는 방송 출연했다는 간판으로 도배되어 있다. 게다가 꿩요리를 한다는 음식점이 대부분이었다. 나도 음식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는 음식점에 들어갔다. 나름 깨끗하고 친절했다. 2인분을 먹어야 한다는 꿩불고기요리를 혼자라는 사정을 설명하고 1인분 주문을 했다. 반찬은 정갈했고 혼자먹기에는 적당한 양이었다. 강한 맛은 없었지만 매운 불고기형태여서 많이 먹기에는 거북했다.
7시 40분 동서울행 마지막 시외버스에 올랐다. 어차피 수안보에서 별 할 일도 없는 것 같은데 1박을 한다는 것이 부담되었다. 음성 생극, 안성 일죽 등 5곳을 둘러서 오는 시외버스이다 보니 서울까지 2시간 20분이나 걸렸다. 서울은 화려하게 나를 맞고 있었다.
'길에서 길을 묻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에서 길을 묻다 9: 덴버북쪽 (0) | 2011.05.23 |
---|---|
길에서 길을 묻다 8: 덴버남쪽 (0) | 2011.03.30 |
길에서 길을 묻다 5: 담양 (0) | 2009.07.04 |
길에서 길을 묻다 4: 청주gwellcity (0) | 2009.02.26 |
길에서 길을 묻다 3: 변산반도와 내소사 (0) | 2008.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