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18 2011
아침 10시에 영어교습을 위해 만나기로 했던 Kirsten이 나타나지 않는다. 전화를 했더니 그제서야 바빠서 갈 수 없을 것 같고 다음 주는 시민단체에서 움직이는 여행계획이 있어 그 다음 주가 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음에 만나면 진의를 확인하고 계속할 의사가 없으면 그만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갑자기 시간적 여유는 남고 해서 Savers(대규모 중고옷가게)에 들렀는데 만족도가 높지 않다. 하지만 Jean 종류는 열심히 골라 볼만하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는 갑자기 여행계획을 세웠다. 몸이 아픈 지 얼마 되지 않은데 무리하는 것은 아닐까 잠깐 고민하다가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일단 점심식사 후 대충 준비해서 남쪽으로 출발했다.
I-25를 타고 내려오다가 156B exit에서 빠져나와 airforce academy를 찾았다. 건축적으로 유명한 Chapel을 보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입구에서 면허증을 요구하기에 국제면허증을 제시하려는데 아차차 집에 두고 온 것이다. 오늘 두 번째 낭패이다. 할 수 없이 Royal Gorge를 가기로 하고 차를 돌렸다. Colorado Springs에서 US 115번 highway고속도로를 이용하여 Cannon City에 도착했고 거기서 다시 50번 highway를 이용하여 20마일 정도 떨어진 Royal Gorge에 도착한 것이 오후 4시 25분. 입장료 20달러에 입장가능시간이 5분 정도 남았는데 여러 시설을 이용하기에 태부족하다는 듯한 매표소 아가씨의 충고를 받아들였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현수교, 아찔한 aerial tram, 낭떠러지를 위에서 펼치는 sky coaster, 45도 경사의 incline railway 등 아찔한 놀이시설 들이 많고 승마장 등 놀거리가 많았다. 그런가 하면 Cannon City에서 Royal Gorge까지 오는 관광용 기차도 있어 시간 여유가 있으면 이용해볼만할 것 같다. 그런데 다음날 다시 여기를 찾게 되면 여기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야 의미있는 여행이 될 것 같아서 아예 발길을 돌리기로 했다. 세 번째 일진이 좋지 않은 셈이다.
일단 Cannon city로 다시 돌아왔다. 숙소를 어떻게 정할까. 넓지 않은 도시였지만 아무 곳이나 찾아 들었다. 무슨 inn이였는데, 주인도 아닌 듯한 라틴계노인이 방이 없단다. 장기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그럼 다른 곳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깨끗하다면서 길 건너에 있는 Colorado Motel을 소개해준다. 하루 밤에 41달러. 그런데 여기서도 운전면허증을 찾는다. 사정이야기를 하면서 여권을 대신했다. 그리고 여주인은 웬 남자와 함께 사무실 문을 잠근 채 사라졌는데, 사무실에 종업원이 있는 motel이나 inn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이들이 떠나기 전에 저녁과 아침 식사 장소를 받아 놓았는데, 나중에 보니까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저녁은 인근 Momo라는 일식집이다. 이미 식당 안은 손님이 많았고 나올 때에는 기다리는 손님도 있을 정도이다. 초밥을 먹을 작정이었는데 잘못해서 회를 먹게 되었다. 할 수 없이 추가로 낙지초밥까지 먹다보니 23달러, 팁 10달러. 비싼 저녁을 먹은 셈이지만 역시 수업료일 것이다.
저녁시간에는 홍보책자를 뒤적인다. Museum of Colorado Prisons(210 N. 1st St., www.prisonmuseum.org)가 소개되어 있었는데 우리의 옛날 서대문형무소박물관과 비교해보고 싶기도 했다. 또 도시마다 Downtown에는 대부분 역사적인 상점가 거리, cafe거리가 있다고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거리는 어디일까.
march 19 2011
밤새 뒤숭숭한 꿈에 깊은 잠을 못 이루었다. 춥기도 했고. 아침은 역시 주인이 소개해준 Waffle Wagon이라는 식당을 찾았다. 토요일 이른 시간인데도 손님이 많았다. 다리를 약간 저는 듯한 주인아주머니일 것 같은 분이 반갑게 맞아 준다. 오늘 아침특별메뉴가 Britto라 적혔이기에, small size를 커피와 함께 시켰다. 기대 외로 맛이 부드럽고 먹을 만하다. 단지 짤 뿐이지만 미국 음식 대부분이 짠 것 어떠하랴.
어제 저녁 기름도 가득 채웠으니 이제 출발이다. 하지만 오늘 하루가 고행의 길이 될 줄은 몰랐다. 일단 Poncha Springs로 가기로 했다. Great Sand Dunes로 가는 길과 Ouray로 가기 위한 Montrose로 가는 갈림길이 있기 때문이다. 50번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출발은 좋았다. 말이 고속도로이지 주로 왕복2차선에다 Arkansas강을 끼고 가는 길은 여유가 있었다. 중간 중간 나타나는 멋진 경관을 보면서 감탄을 나눌 동행이 없어 아쉬울 뿐이다. 위성방송되는 음악방송이 함께 하기에 지루하지도 않았다.
Poncha Spring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서쪽으로 130마일 떨어진 Montrose로 향했고 점심시간이 지나 Montrose에 도착했다. Taco Bells에서 간단히 요기도 하고 Ute Indian Museum에 들러 짧게 구경도 했다. 이미 약간 지쳐있었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남쪽으로 550번 고속도로를 찾았다. Durango로 향할 참인데 Ouray, Silverton를 거쳐 가는데 이 길이 백만불 경관이라고 알려져 있어 기대가 컸다. 하지만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산허리를 깎아 만든 도로는 운전자의 오금을 저리게 할 정도로 높고 도로의 폭이 좁았으며 안전장치도 보이지 않고 겨우 시속 15마일 제한속도 팻말만 보일 뿐이다. 멀리 보이는 설산에 눈길을 주기도 어려웠다. 반대쪽 차선에 차량이 없으면 아예 대놓고 반대차선으로 달렸다. 덕분에 Durango 도착이 예상보다 많이 늦어졌다.
Durango의 도심은 서부개척시대 정취가 남아 있었다. 기념품가게, 상점가, 식당 등이 자리잡고 있었고 유서깊은 Strater Hotel도 자리잡고 있었다. Silverton으로 가는 관광열차도 눈에 띈다. 내친 김에 서쪽으로 160번도로를 타고 30마일 떨어진 Mesa Verde nat'l Park를 찾았다. 그런데 입구에 도착한 것이 오후 4시 반인데 cliff dwelling까지 산길로 24마일을 더 가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입구에는 'closed'라는 안내문에 입장료도 없는 상태였다. 이것은 아직 국립공원이 정식으로 개장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깨끗하게 포기하고 오늘 저녁 160번 도로를 타고 최대한 Great Sand Dunes 가까운 도시에 가기로 했다. 이틀간의 경험상 최대한 관광지 인근에 숙박을 해야, 관광지를 오전에 구경하게 되고 오후에 이동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이다.
저녁도 그른 채 내비 하나에 의존하여 야간 운전까지 감행하여 Alamosa에 도착한 것이 저녁 8시 30분경. 그러니까 하루 종일 운전한 셈이다. 오는 중에 산길이라 주유소는 없는 것 같은데 기름이 모자랄 것 같아 조바심을 내기도 했다. 이제 허리도 아프고 완전히 지쳤다.
내비케이션에게 숙박지를 물었다. Holliday Inn express를 가르쳐 준다. 찾아갔더니 아침식사가 제공되고 실내풀장 겸 사우나가 있고 110달러란다. 지친 몸에 비하면 호사는 아니다. 저녁을 먹으려고 했더니 호텔 내에는 식당이 없고 인근 Chillis를 권한다. 생맥주한잔, 스프, 치킨셀러드를 주문했다. 생맥주는 무엇을 하겠는가하고 묻는다. 도대체 무슨 말이야? 생맥주면 생맥주이지. 4개 종류가 있는데 무엇을 하겠느냐고 손가락으로 가르쳐 준다. 무엇이라고 하길래 그냥 좋다고 했다. 다음에는 하나 정도는 알아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생맥주가 두 잔이 나왔다. 지금이 Happy Hour이라서 한 잔을 시키면 두 잔을 준단다. 옆에서 웃고 있는 젊은 백인친구에게 한잔을 권하니까 좋아라 한다.
march 20 2011
새벽에 알람부저 때문에 잠이 깼다. 이전 손님이 예약을 해 둔 모양이다. 몇 번을 꺼도 다시 울려서 코드를 뽑아 버렸다. 조금 뒤척이다 실내수영장으로 내려갔다. 폭 10m 남짓해서 수영장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옷을 갈아입을 곳이 없다고 했더니 화장실을 안내해준다. 그럼 화장실에서 수영장까지는 수영복 차림으로?!! 어제 조그마한 아이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엘리베이터를 탔던 이유가 있구나. 두리번거리다가 수영장내 꺼진 사우나가 있어 거기서 옷을 갈아 입는다. 간단히 수영하고 조그마한 욕조에서 몸도 녹인다. 아침 식사를 위해 찾은 식당은 곳곳에 있는 커피 외는 별로 먹을 만한 것이 없었다. 와플에다 토스트, 요플레로 끼니를 하고 길을 나선다. 어제 잃어 버린 신용카드가 신경이 쓰인다. 아직 별문제는 없는 것 같긴 한데...
내비게이션에 Great Sand Dunes Nat'l Park 까지는 40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찍힌다. 평탄한 길이 10마일 이상 되는 곳도 있다. 차도 없는 것 같아 시속 120마일까지 올려본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미국에서 시속 100마일이상이면 바로 구속이란다. Great Sand Dunes Nat'l Park는 안내책자에 비하면 규모도 작고 작은 모래 언덕이 계속되는 정도이다. 다만 주변이 산악지역인데 이런 곳에서 어떻게 모래사막이 만들어진 것일까 의아하다. 그런 궁금증과 생태적인 특징을 visitor center에서 잘 소개하고 있다. 기념품코너에서 엽서 몇 장, Rocky Mountains의 여러 소리를 녹음한 CD을 샀다. visitor center에서 실제 모래사막까지 가려면 걸어서 30분 정도 가야 하는데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엄두가 나지 않는다. 차를 돌려서 다시 160번을 타고 서쪽 Walsenburg로 향했다. 여기서 I-25를 타고 북쪽 덴버로 향한다. 중간에 식사하러 빠져 나왔지만 손님이 너무 많아 그냥 나오기도 하면서 덴버에 도착한 것이 오후 2시. 정신 몽롱하다.
장거리 여행을 위한 수칙. 첫째 무조건 운전면허증을 지참하라. 둘째, 최대한 다음날 방문할 곳 가까운 곳에서 숙박하라. 셋째 끼니를 그르지 않을 정도로 여유있는 일정을 짜라. 넷째 자동차 주유는 항상 여유있게 미리 하라. 마지막으로 즐거운 동반자와 함께 하라.
'길에서 길을 묻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에서 길을 묻다 10: 미국 서부 4박5일 (0) | 2011.06.23 |
---|---|
길에서 길을 묻다 9: 덴버북쪽 (0) | 2011.05.23 |
길에서 길을 묻다 6: 충주 (0) | 2010.03.14 |
길에서 길을 묻다 5: 담양 (0) | 2009.07.04 |
길에서 길을 묻다 4: 청주gwellcity (0) | 2009.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