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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600394의 diary
길에서 길을 묻다

길에서 길을 묻다 9: 덴버북쪽

by k600394 2011. 5. 23.

 

May 19 2011

오전에 랭귀지스쿨 수업을 듣고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이번에는 북쪽이다. 그리고 Colorado주를 처음으로 벗어나 보는 것이기도 하다. 방향을 큰 바위얼굴로 잘 알려진 South Dakoda주의 Mount Rushmore 2박3일정도로 정했다.

폭우가 쏟아져 신경을 곤두세우고 운전대를 잡는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 Denver는 폭우 속에 갇혀 지내게 된다는 예보이다. 크루즈기능을 처음으로 사용해 보았는데 아주 요긴하다. 하지만 발을 편안하게 사용하다 갑자기 위급한 상황이 닥치게 되면 제대로 대처가 되지 못할 것 같아 주의를 기울인다.

I-25을 타고 1시간 반 정도 북쪽으로 올라왔더니 Wyoming주로 접어든다. Wyoming주는 Yellowstone Nat'l Park와 Grand Teton Nat'l Park로 유명한 주이다. 주변 풍경을 보니 도시보다는 목장과 가축이 눈에 많이 띄고 석탄을 실은 기차가 자주 보이는 빈한한 주로 보인다. 목장을 매각한다는 간판이 자주 눈에 보인다. 그만큼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는 뜻이겠다. 내비게이션으로 4시간 남짓 걸린다는 Lusk라는 도시를 목적지로 정했다. 8시 다 되어서 도착했는데 우리 기준으로 면소재지 정도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었다. 호텔도 당연히 없다. 그 중 가장 규모가 있어 보이는 Best Western Pioneer Motel을 찾았는데 아침식사 제공에 99불이란다. AAA회원 10%할인혜택으로 얼마간 절약은 하였지만 예약을 하지 않으니까 이런 문제가 있구나를 절감한다. 다만 객실은 2개의 침대에다 호텔에 준하는 시설을 갖추고 무선인터넷이 된다는 것이 위로가 되었다. 그래서 다음날 숙소를 AAA사이트에 들어가 Wyoming주의 주도인 Cheyenne의 Days Inn을 예약했다.

 

 

May 20 2011

피곤했던 모양이다. 7시 반이 넘어서 눈을 떴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아침을 먹고 기름까지 다시 충전하고 출발한 것이 8시 30분경 이다. 먼저 Mount Rushmore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내비게이션은 11시 30분경에 도착예정을 알린다. South Dakoda 주로 들어서고 나서 얼마나 지났을까. Mount Rushmore를 불과 얼마 앞두고 ‘Crazy Horse'을 지나가게 되면서 이곳을 먼저 들리기로 했다. 이곳의 유래는 인디언들이 인디언추장 Crazy Horse를 기리기 위해 그의 상 조각을 Korczak Ziolkowski라는 조각가에게 의뢰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조각가가 필생의 과업으로 생각하면서 1949년부터 조각을 시작했으며, 1982년에 그가 죽자 그 아내와 자녀들이 그 유업을 이어받아 계속 조각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따라서 거대한 조각작업이 아직 진행형인 것이다. 작업은 연방이나 주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이 없기 때문에 기념품 판매나 기부에 의해 진행된다. Visiting Center에는 큰 규모의 극장도 있고 기념품가게도 상당했으며 식당, 작업홍보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수익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입장료가 10불이고 셔틀버스를 이용하여 그 조각상의 지근거리까지 가는데 다시 4불을 내야 한다. 당대에도 끝내지 못할 필생의 과업에 이 조각가를 이끈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극장에서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고 나오자 그동안 안개에 가려 있던 미완성 조각상이 하늘이 맑게 개이면서 그 웅장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기부하는 마음으로 기념품가게에서 관련 사진자료집과 음악CD를 사고 Rushmore로 다시 향했다.

12시가 넘어서 Mount Rushmore에 도착했다. 공식명칭은 Mount Rushmore National Memorial. 입장료는 11불. 모두 3개 층으로 만들어진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빠져 나오자 긴 통로가 이어진다. 여기에는 그 작품을 조각한 조각가 Gutzon Borglum상, 작업종사자 명단이 새겨진 동판, 각 주를 상징하는 기발 등이 나열하고 있었다. 이윽고 교과서에 보아왔던 미국대통령 조각상을 볼 수 있었고 그 아래쪽에는 큰 야외극장이 만들어져 있어 기념식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역시 단체학생들이 많았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교육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점심 요기를 할 참으로 헤매다 산 아래 Peggy's Place(Keystone's Home Cookin Cafe) 우리 말로는 ‘엄마손 식당’이라는 뜻이 재미있어서 들어갔다. 메뉴판을 가지고 고르는데 주인 인듯한 여인이 Today's Special을 추천한다. 오늘 특선요리가 Stuffed Bell Pepper and mash Potato였는데, 짜지 않고 잘 으깨진 감자에다 밥이 들어간 Stuff는 부드럽고 좋았다.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팁도 과감하게 냈다. 그 여인은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내어서 여기서 130마일 떨어진 Wyoming주의 북쪽에 있는 Devils Tower로 향한다. 이때부터 기운이 많이 떨어져 Devils Tower에 도착했을 때는 정신이 몽롱할 정도였다. Devils Tower는 갑자기 땅에서 솟아난 바위덩어리이다. 전설에는 7명의 인디안 여성이 곰에 쫓겨 도망가다 하늘에 살려달라고 간청하니 갑자기 땅이 솟았고 그곳을 오르려다 떨어진 곰의 발자국이 바위에 선명하게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7명의 인디안 여성은 하늘나라로 가서 북두칠성이 되었단다. 우리의 수수밭과 호랑이관련 전설이 생각난다.

그런데 오늘 Wyoming주의 주도인 Cheyenne 도착하려면 지금부터 5시간 정도를 더 달려야 했다. 어제 밤에 괜히 예약을 했다 싶었다. 가는 도중 두 곳에서 잠깐 눈을 붙여야 할 정도를 피곤하고 지쳐 있었다. 밤길 고속도로를 시속 75마일로 운전하는 것은 위험했지만 불가피했다. Tacobell에서 간단한 Buritto를 사가지고 Cheyenne의 Days Inn에 도착한 것은 밤 9시30분경이다.

 

 

May 21 2011

8시경에 일어났다. 수영하러 갔더니 물이 차가워서 Spa에서 간단히 몸을 녹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아침을 먹고 Wyoming State Museum을 찾아 나선 것이 9시 반경이다. 주청사 옆에 위치한 2층 건물의 박물관은 전시관 정도 수준이었다. 입구에 지구의 날 기념하는 환경관련단체들의 부산한 움직임이 없었더라면 한산한 지경이었다. 입장료는 없었지만 관람객은 거의 없었고 내가 가장 먼저였던 것 같다. 주립박물관이라고 하기에는 보잘 것 없는 전시물을 간단한 구경하고 마침 공짜로 주는 지구의 날 기념 티셔츠를 얻었다.

다시 Cheyenne Depot Museum으로 이동했다. Depot은 창고라는 의미도 있고 미국에선 철도역을 의미한다. 철도역사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철도 건설과정, 증기기관차에서 디젤기관차 도입과정을 남아 있는 사진자료들로 설명하고 있었다. 그 박물관 입구에 Cheyenne Street Railway Trolley 정류장 있었다는 설명이 있어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 기다렸다. 구형 버스로 시내명소를 돌아본다는 소개가 있었고 가격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손님들이 돈을 내는 것을 보지 못했다. 덴버16번가에도 공짜로 운행되는 셔틀버스가 유명한데, 관광상품이자 도심활성화를 위해 우리도 활용해볼만한 사업이다.

그리고는 혼자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도심을 돌아다녔다. 소목동들을 위한 가게, 즉 모자, 말장화, 청바지 등을 파는 곳에 들어가 장갑도 샀다. 이곳에서는 Western Shopping이라고 해서 관광상품화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쇼핑몰 모양의 주차장이 건설되는 현장도 보고 과거 서부시대를 재연한 장소, 움직이는 소형 기차 등을 둘러 보았다. 그런데 날씨는 바람이 많고 너무 추웠다.

할 수 없이 서둘러 덴버로 출발한다. 100마일 2시간 남짓이면 도착한다. 오는 길은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