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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600394의 diary
길에서 길을 묻다

길에서 길을 묻다 16: 장수마을과 한옥마을

by k600394 2014. 1. 6.

 

 

마침 출간한 책을 전해주러 왔다가 합류하게 된 03학번 정병호동문, 그리고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되어 서울시 성곽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시는 한숙영교수님과 함께 성북구 장수마을에 도착했을 때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인근 빵집에서 커피 한잔하다가 원래 약속장소인 한성대역3번 출구를 찾았을때..

서프라이즈!!!

07학번 조미진, 손경근 동문, 08학번 송현주동문, 그리고 11학번 최원기 학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동참한다는 일언반구도 없다가 갑자기들 나타난 것이어서 깜짝 놀랐다. 기쁜 마음과 설렘으로 답사를 시작하였다.

삼선4구역으로 알려진 장수마을을 나는 이미 10여년 전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오로지 고층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의 요구가 거셌던 지역이지만, 서울 성곽 아래 급경사지역이기에 고층고밀개발을 허용할 수 없어 난감해 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마을만들기사업이 진행되면서 작은 변화, 큰 보람이 있어 왔다. 즉, 마을학교에서 교육을 통해 인식과 이해를 바꾸고 한편으로는 동네목수회사를 설립하여 집수리작업을 병행하여 갔던 것이다. 동네목수회사는 일부 외부전문가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주로 동네주민으로 구성되었다. 또 지속적인 소식지 발간을 통해 교육과 정보를 제공하면서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런 기제는 마을만들기사업에만 한정되지 않고 일반적인 재개발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본다.

답사중간에 들렸던 작은 카페도 지역주민들이 운영관리하고 있었고,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박물관을 만들어 홍보와 과거 기억을 담아내고 있었다. 순환용 임대주택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방문기회를 갖지 못해 아쉬웠다. 최근에는 삼선4구역은 해제되고 주거환경관리사업구역으로 새롭게 결정되었고, 도시가스와 하수관을 새롭게 공급, 정비하는 공공부문 준공식이 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주민들은 공공의 지원을 기대하고 당연시하는 눈치였고, 일부 시민활동가들의 땀과 희생이 지속적으로 전제되어야 가능했던 사업이기에 재개발사업의 대안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생각이다.

조금 시간적 여유가 있는 듯해서 걸어서 성북구 한옥마을(성북2구역)을 향했다. 이 지역 역시 서울 성곽 아래에 위치하고 있고 경사가 심하고, 심우장을 포함한 한옥이 밀집한 지역이다. 이 지역은 2012년 8월 집창촌이 남아있는 하월곡1구역과 함께 ‘별도조합형 결합개발방식’을 적용하기로 결정된 재개발구역이다. 2개 이상의 서로 떨어진 정비구역을 단일구역으로 지정하여 개발하되 사업은 각 조합에서 별도로 추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렇게 성북구 한옥마을에는 50여동의 한옥이 들어서고 4층이하의 테라스하우스 410세대를 건립할 계획이 결정되어 있다. 장수마을은 공공에서 기반시설을 공급하고 주민들은 자율적으로 정비하는 방식을 채택하였지만, 한옥마을은 전면철거방식으로 개발하되 주변지역과 조화를 이루는 저층으로 개발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맞은 편 아리랑길에 면해 병풍처럼 늘어선 고층아파트단지와 대조를 이룬다.

입구는 만해 한용운선생 기념물이 설치되어 있었고 서울 성곽으로 가는 골목길에 자리 잡은 심우장은 늦은 시간이라 찾은 사람은 없었다. 주변지역은 사람 사는 흔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스산하다. 다시 큰 길로 내려왔을 때에는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날씨는 차고 어스름이 깔리는 시간, 따뜻한 사케 한잔이 간절해졌고 발길은 이미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