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지난 밤 서울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5시간 반만에 자정 경에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했다. 1시간 시차이다. 긴 비행시간 덕분에 비행기 안에서 2편의 한국영화를 감상했다. 간단한 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와 택시에 오른다. 택시의 강한 냉방으로 후덥지근한 날씨를 느끼지 못한다. 운전대는 오른쪽에 있어 영국식이지만 거리의 속도제한 표시는 km로 되어 있다. 편도3차로의 고속도로를 달려오면서 중앙분리대를 차지한 분재같은 형태의 나무 조경이 눈에 띈다. 16분만에 Oasia호텔에 도착했다. 택시요금은 자정이 넘어 50% 엑스트라차지가 붙어 25달러이다.
피곤에 지쳐 잠이 들고 아침에야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어떤 건물이든 고층건물 중간에 개방된 형태의 휴게공간이나 녹화공간이 있었다. 저층부는 비주거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또 도로 위를 가로 지르는 통로가 많고 주변과 일체적인 연결이 인상적이다. 나중에야 확인한 일이지만 건물과 건물의 지하가 계속 연결되어 있고 지하철역과의 연결도 자연스러웠다.
Oasia호텔은 작년에 개장한 깨끗한 특급호텔인데 느낌은 비즈니스호텔과 같은 깔끔함이 특징이다. 1분 거리에 MRT North-South line의 Novena역이 있어 도심 접근이 쉬웠다. ez Link 표를 구입하여 얼마간의 돈을 충전시켜서 MRT를 이용하여 불과 몇 분만에 Raffles Place 역에 도착했다. 우체국건물을 개조한 Fullerton Hotel을 구경하였는데, 우람한 기둥이 거슬리지 않게 잘 리모델링되어 있었다. 싱가포르강가를 걸어서 싱가포르의 상징이 된 Merlion상에 도착한다. 다들 인증 샷 찍는다고들 번잡한데, 역시 더운 날씨에는 그늘이 최고인 법 다리 밑에 사람들이 몰려 있고 커피 숖도 거기에 자리 잡았다. 인근 기념품가게는 적지 않는 가격을 붙인 기념품들이 진열되고 있었고 각종 외국돈으로 디자인된 지갑이 인상적이다. 강가이지만 기념품가게 주변으로 물길을 열어 시원함이 돋보인다. 유리로 된 외벽으로 인해 창가주변에는 더운 열기가 강하다.
더운 날씨에 고역이었지만 다리를 건너 Esplanade로 이동하기로 했다. 두리안 과일모양으로 된 이 건물은 유리로 된 돔 형태에다 별도의 조각을 덧붙이고 있다. 공연장, 몰, 푸드코트, 전시장이 함께 복합몰 개념이다. 그리고 더운 날씨를 고려하여 지하로 몰이 이어지고 있어 지상부에는 거의 사람을 볼 수 없다. 이미 국내 싱가포르관광청을 통해 확인하고 갔지만 Suntec Convention은 공사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덥고 허기져서 Suntec Square 4층에 푸드 코트를 찾았다. 식물성 코코넛 우유로 된 국물 맛이 일품인 해물Laksa도 맛보고 꼬치구이라고 할 수 있는 Satay도 맛본다.
다시 기운을 내 Marina Bay Sands를 찾았다. Helix라는 보행자 전용다리를 건너 먼저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난초모양으로 된 The Art Science Museum을 들렸는데, 때 마침 Andy Warhol의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구경하기로 했다. 이미 LA 현대미술관에서 감상한 적이 있었지만 감동은 여전했다. 더 감동적인 것은 ‘city of image'라는 1분짜리 동영상물을 제작한 작가들이 시연하는 현장이었다. 점점 뿌옇게 사라지는 다양한 도시 일상들을 통해 도시의 단속성을 강조하기도 하고, 어떤 남성이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하고 벌이는 퍼포먼스를 통해 도시의 익명성을 강조하는 등의 작품들이 연속적으로 시연되고 있어 한동안 몰두했었다. 그리고 박물관에 연접한 거대한 Marina Bay Square라는 쇼핑몰에 들어섰다. 명품 중심의 거대한 몰은 쇼핑천국에 들어섰다는 느낌에 젖어들게 한다. 내부구조는 에스컬러화된 돔 형태이며 연속적인 사선형태를 갖추고 있어, 직선형태의 일본 토오쿄오의 미드타운과 대조를 이룬다. 특히 버버리는 바닷가에 독립된 섬모양의 쇼핑공간을 갖추고 있었고 지하로 본 쇼핑몰과도 연결되고 있어 발상이 재미있다.
쇼핑몰에는 컨벤션시설이 함께 자리 잡고 있었는데 때 마침 입장을 단속하고 있어 구경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쉽다. 그 거대 쇼핑몰과 길 하나를 마주보고 Marina Bay Sands가 입지하고 있다. 3개의 호텔 건물군으로 구성되고 있으며 56, 57층에는 그 3개의 건물을 연결하는 배 모양의 섬이 얹혀 있는 형국이다. 예상과는 달리 출입은 측면에서 가능했다. 지하로 가면 20달러를 내고 조망대로 올라갈 수 있는 반면, 1층에서 57층 클럽 Kudeta로 바로 가는 전용 엘리베이트를 이용할 수 있고 25달러를 내면 싱가폴 슬링과 같은 칵테일을 맞볼 수 있다. 또 그 클럽에서 여유롭고 흥겨움에 취할 수 있고 인근에 있는 수영장, 그리고 도심, 작년에 개장했다는 거대 공원 Gardens by the Bay를 조망할 수 있다.
수륙양용의 Tuck Tour를 간절히 원했지만 시간제약으로 Long Beach로 향했다. 유명한 게요리를 맛보기 위해서이다. 65년 전통의 식당이었는데 Pepper black crab, Chilli crab이 매우 매웠다. 특히 Pepper black crab은 너무 매워서 Steamed Rice가 간절히 필요했을 지경이다. 어렵게 다시 택시를 타고 도착한 시간이 9시. 긴 국토대장정을 한 기분이다.
둘째날
China town을 향한다. 차이나타운은 전 세계 어디든 있는 곳이기 때문에 별 흥미가 없었지만 ‘그래도’ 라는 마음으로 나섰다. 첫 방문지로 잡은 China Heritage Center는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각종 가게들과 뒤섞여 있어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우리의 근현대사박물관처럼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과 그 시대의 물건과 생활상이 전시되고 있었다. place identity를 생각한다. 차이나타운은 측벽공유 형태를 갖추고 있어 쇼핑몰로서도 손색이 없었다.
이웃에 있는 힌두사원 Thian Hock Keng Temple도 찾았다. 1842년에 건립되었고 2000년에 복원된 이 힌두사원은 유네스코아시아태평양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단다. 때마침 기도의식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특별한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더운 날씨도 피할 겸 점심 먹을 곳으로 유명한 Yakun Kaya Toast를 찾았다. China Square라는 재개발된 건물 옆에 소담하게 자리 잡고 있었으며, 날계란을 양념장에 풀어 거기에다 토스트를 찍어 먹는 방식인데 나름 맛이 있다. 함께 했던 싱가포르커피는 약간 마일드한 맛인데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다.
노천카페라 더위를 완전히 가시진 못했지만 택시를 타고 Singapore City Gallery로 가 보기로 했다. 싱가포르 도시계획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는 기대였다. 싱가포르 전체 모형과 미래 도시개발방향 등을 알기 쉽게 표현하고 있어 인상적이다. 다만 중국 상해의 그것보다 평면적인 설명이 많았고 구입할 수 있는 자료도 많지 않아 아쉬웠다. 나오다가 붉은 벽돌색 건물이 눈에 띄어 무작정 들어가 보았는데, Red Dot Design Museum이라고 한다. 아쉽게도 박물관은 이틀 동안 폐관이었다. 여러 디자인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을 둘러보고는 비싼 가격에 때문에 눈요기만 하고 나왔다.
다시 유명한 쇼핑거리인 오차드거리에 자리 잡고 있는 Singapore Tourism Court를 찾았다. 우리에게는 관광청으로 알려져 있는데, 무엇하는 곳이며 어떤 곳일까? tourism board, hotel, club med, tourism resource center (library) 등 관광관련 시설이 복합적으로 입지한 건물이다. 거기서 전철역까지 걸어서 오는데 인도와 건물의 공개공간과의 조화가 참 재미있다. 우리의 경우 공공이 관리하는 도로와 개인 소유의 대지와 엄격히 구분되고 그 관리의 용이함을 위해 구분도 단순하다. 그런데 이곳은 도로와 개인소유의 대지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곳곳에 조경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도로변에 키 높은 나무들이 즐비하다. 싱가포르 시티갤러리에 Garden(조경)관련 책자가 많았던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너무 더워서 호텔에서 수영을 하고 쉬다가 저녁 6시가 되어 다시 길을 나섰다. 먼저 강변에 위치한 Clarke Quay이다. 창고를 개조하여 식당, 카페, 술집들이 들어서 있다. 즐기고 싶었지만 노점상을 집단화시켜 관리하는 hawker center를 들러보고 싶은 마음에 Cruise를 이용하여 Esplanade내의 노천 hawker center를 간다. Satay, 코코넛 열매, Chicken rice를 맛본다. 노점상을 집단화시켜 푸드코트 형식으로 꾸며 위생관리를 하며 관광 상품화 하는 일석이조의 이익을 누리는 듯하다. 우리의 경우 노점상은 공공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으며 위생관리도 제멋대로이다. 중요한 정책적 함의를 가지는 대목이다. 가는 중간에 매일 밤 2회에 걸쳐 10여 분간 Marina Bay Sands, Marina Square 등의 옥상에서 펼쳐지는 레이저 쇼가 볼거리를 제공한다. 너무 더운 날씨라서 저녁시간이 되면 지치고 힘들다. 3일이니까 겨우 참아낼 수 있는 것 같다.
세째날
싱가포르에서 마지막 날이다. 역시 아침부터 서두른다. North East line의 Bugis역 인근의 아랍거리를 찾고자 했다. 일단 Sultan Mosque부터 찾았다. 아랍문화를 처음으로 접해 본 곳이라 생경하지만 종교냄새가 짙게 배여 있다. 기도 때마다 암송하는 주기도문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Allah is Great(4 times)
I witness that There is no god except Allah(2 times)
I witness that Muhammed is a messenger of Allah(2 times)
Come to prayer(2 times)
Come to Success(2 times)
Allah is great(2 times)
There is no god except Allah(1 time)"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는 종교행사를 위해 출입이 제한되고, 치마나 짧은 바지를 입은 사람들은 출입할 수 없지만 그곳에서 제공하는 긴 옷을 걸치면 입장이 가능하다.
주변의 아랍 냄새가 물씬 나는 상점가가 형성되어 있다. 노쇠한 노인이 운영하는 조그만 식당에 들어가 차와 식사를 주문한다. 향토색의 차는 진저 티에다 아보카도를 넣어서 맛이 색다르다. Nasi Lemak이라는 바나나 잎에 싼 식사는 쌀밥에다 고추장, 멸치, 조그마한 생선 한 마리가 들어가 있어 우리나라 음식 맛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오른 손을 이용하여 먹게 되는데 밥이 잘 뭉쳐지지 않아 많이 흘리게 되는 단점이 있다. 식사 후 찾게 된 Haji Lane은 오기 잘했다는 찬탄사를 연발할 만큼 인상적이다. 소규모 가게와 다양한 카페가 자리 잡은 이 골목길은 밤에 오게 되면 더욱 흥미진지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왜 이런 다문화 공간이 없을까? 이슬람을 믿는다는 어느 싱가포르 택시기사가 하소연하던 것이 생각난다. 언젠가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 여타 다른 국가와는 달리 한국에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인들이 참 많이 불편하였다는 것이다.
마지막 일정 Sentosa. Waterfront역에 내려 Sentosa Express(모노레일)을 이용하여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beach station에 내린다. 걸어서 underwater 수족관을 구경하기도 하고 어마어마한 높이의 케이블카를 타면서 센토사 전체 전경도 둘러본다. 나오면서는 기념품점, 카지노까지 구경하고 다시 지하철이 있는 Vivo City 쇼핑몰도 일견한다.
호텔에서 맡겨놓은 짐을 찾아 공항을 향한다. 그런데 귀국길의 창이공항에서 이용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우선 세관 짐 검사가 각 게이트마다 있고 또 탑승시간 임박해서 검사를 하기 때문에 이용객들은 유리로 구분되어진 통로에서 계속 기다려야 한다. 또 일단 짐 검사가 끝났더라도 화장실을 가려하면 바깥으로 나왔다가 다시 줄을 서서 몸 검사를 받아야 한다.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 비행기 탑승하는 입구도 비즈니스석과 일반객의 구분이 없어 서로 불편한 것 같다. 새벽 1시 10분 비행기는 만석을 한 채 이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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