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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600394의 diary
길에서 길을 묻다

길에서 길을 묻다 19: DDP 답사

by k600394 2014. 4. 22.

 

 

오늘 전격 DDP 답사에 나섰다. 간송문화전과 같이 주말에는 공개하지 않는 전시회도 있고 해서 아예 지인 몇 사람과 함께 도슨트투어 중심으로 적극 답사에 나서기로 했던 것이다.

서울 도심 패션거리에 자리 잡고 있는 DDP(Dongdaemun Digital Plaza)가 개장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DDP는 이라크 출신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설계한 대지 64,000m2, 연면적 126,000m2 지상4층 건물로서 총건축비는 4800억원이 소요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2007년부터 시작하여 2014년에 완공되었는데 공사에만 66개월이 소요되었다. 전면부는 DDP이고 후면부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으로 구분된다.

먼저 DDP는 마치 우주선 모양으로 4만5천개의 알루미늄판넬로 지어졌는데, 알림터(Art Hall), 배움터(Museum), 살림터(Design Lab)로 구분된다. A동은 주로 컨벤션 기능이, M동은 전시 및 박물관 기능이, D동은 디자인 및 판매 기능이, 그리고 디자인장터는 먹거리와 쇼핑 기능이 자리 잡고 있다. 기능과 일치하지 않은 동명칭으로 인해 다소 헛갈린다. 그리고 공원에는 이간수문이 복원되어 있고 이간수문전시장, 동대문운동장기념관, 동대문역사관이 위치하고 있다.

 

 

DDP 외부공간

 

디자인장터내 식당은 적지 않은 가격에 맞게 깔끔하고 맛도 있다. 이곳도 중년 여성들이 점령하고 있다. 새로운 도시관광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싶다. 여유 있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투어에 나선다. 가장 먼저 도슨트 안내를 받은 곳은 컨벤션기능이 들어선 알림관이다. 시간도 촉박하고 전시 준비가 한창이어서 살짝 둘러보고는 복원된 이간수문, 치성(방어를 위해 성 앞으로 쌓아올린 공간)을 지나 공원을 일별한다. 국내에서 최초로 야간경기를 위해 설치했던 조명탑 하나를 철거하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에 LED로 교체 설치하여 특별행사때 활용한다고 한다. 살림관 지붕은 잔디로, 배움터 지붕은 데점이라는 건조환경에 유리한 잔디로 덮어져 있어 인상적이고, 또 곳곳에 지열파이프와 열선이 설치되어 있는 등 환경을 고려한 설계로 인해 서울시로부터 친환경인증을 받았다고 한다. 실내는 교량구조물 설치공법을 적극 활용하여 기둥을 대폭 줄여서 개방감이 확보하고 있었다. 마감재는 특별한 자재 사용을 줄이는 대신 노출콘크리트 중심으로 마감처리하여 깔끔함을 더하고 있다. 한편 배움터 둘레길은 벽면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명과 설치 공간을 배려하고 있었다.

잠시 쉬었다가 알림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자하 하디드 360o'을 안내받았다. 건축가 하디드는 원래 학부에서 수학을 전공하면서 기하학에 관심을 가졌고 그의 건축디자인에 이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풍파에 깎인 바위, 접혀진 양탄자 등 형상화와 기하학적 상상력이 뛰어나다.

 

 

 

 ‘자하 하디드 360o' 내부 전시공간

 

 

또 이간수문전시장에서 전시되고 있는 이탈리아 거장 디자이너 엔조 마리(Enzo Mari) 작품을 보고는 “쉬운 답보다는 좋은 답”을 구한다는 그의 디자인 철학이 기억에 남는다. 이에 비해 조금 더 욕심을 내서 둘러보았던 동대문운동장 기념관, 동대문역사관에서는 우리의 전통도, 과거 향수도 느낄 수 없고 과거 화석화된 전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이윽고 간송문화 특별전 관람을 위해 배움터2층을 찾는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지하게 설명하는 도슨트 투어가 인상적이다. 지난번 ‘성북동 문학기행’때 간송박물관 방문을 통해 대략적인 설명을 들었지만, <훈민정음 해례본>, 교과서에서나 보았던 <청자상감운학문매병>, 그 외에도 백자, 겸재 정선의 산수화 등 국보급 문화재를 즐길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을 직접 감상하면서 그의 작품에는 해학이 넘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직접 체감한다. 원본을 보고 있노라면 슬그머니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능청스런 표정으로 기생을 취하는 조선양반네들의 이중적 행태가 어쩐지 밉지 않다. 9월경에는 신윤복의 <미인도>가 공개된다고 하니 그때 다시 한번 와서 그의 작품만 즐기고 싶을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