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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600394의 diary
길에서 길을 묻다

길에서 길을 묻다 28: 후쿠오카

by k600394 2015. 2. 13.

 

골프3일

후쿠오카 공항에 내리자마자 서둘러 택시를 타고 다자이후(太帝府)골프클럽에 도착했다. 클럽도 빌리고 시작한 경기. 캐디는 40대 후반 여성이라지만 언뜻 60대로 보일 정도이다. 게다가 후반에 캐디가 바뀐다. 아마도 나이가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골프장시설은 우리의 퍼블릭골프장 시설 정도이다.

 

다자이후(太帝府)골프클럽

 

 

경기 후 택시로 후츠가이치(二日市)역으로 이동하여 약 40분거리의 타케오온센(武雄溫泉)역에서 하차, 도보 1분 거리의 비즈니스호텔에 체크인. 그런데 이 호텔이 가관. 프론트 데스크 앞에 샴푸를 담아갈 수 있는 조그만 통이 놓여 있고 수건도 놓여 있다. 게다가 호텔방문을 여니 담배냄새가 훅 덮친다. 방을 바꾸고 싶었지만 프론트에 체크인하려는 사람이 많아 포기하고 일행을 따라 거리로 나선다. 사실 이곳에서는 완행열차로 4개역 정도 떨어진 아리타(有田)라는 도시로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시간이 늦어지면서 포기하고 말았다. 아리타는 1616년 조선 도공 이삼평 일행이 이곳에서 좋은 도자기 원료를 발견하고 도자기로 융성한 도시이다. 게다가 이곳의 계단식논이 유네스코 세계문화경관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한 지역이라 한번 둘러보려고 했는데 아쉽기만 하다.

일식으로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거리 구경을 하다가 스낵(Snack)이라고 씌여진 가게들 2,30여개가 밀집된 거리를 발견한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문을 열고 들어서니 우리의 바와 같은 분위기이다. 90분에 1인당 3천엔을 내면 원하는 만큼 양주와 맥주를 마실 수 있으며 가끔 여성종업원들이 돌아가면서 와서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도 하다. 또 노래방기기가 있어 다른 손님들에게 크게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노래를 부를 수도 있는데 한국노래들도 입력되어 있다. 단지 흠은 신용카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튿날 호텔에서 20분을 달려 도착한 Wakagi(若木) Golf Club은 매년 3월 T-point ladies golf tournament가 개최되는 유명한 골프장이다. 시설도 고급이었지만 언듈레이션이 심하고 그린 주변은 방카로 방호벽을 두르고 있고 티박스에서 그린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홀이 많아 여간 어렵지 않다. 캐디는 지난 번과는 달리 20대 여성이었으며, 경기내내 뛰어다나며 보조를 해주어서 참 예쁘게 보인다. 캐디피는 13만원이었으며 경기 후 카운트에서 일괄 계산하도록 되어 있다. 또 다른 차이점은 캐디와 함께 라운딩할 것인지 여부는 전적으로 고객의 판단에 따르도록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경기가 많이 지체되는 문제도 당연히 발생하였다.

 

 

Wakagi(若木) Golf Club

 

 

경기 후 유명한 타케오온센(武雄溫泉)에서 피곤을 푼다. 타케오온센의 수질이 아주 미끌미끌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대중목욕탕과 비슷한 원탕은 일부러 피하고 노천탕에 사우나시설을 갖춘 사기노유(鷺の湯)를 이용했다. 원탕이 있는 신관, 온천시설의 입구에 해당하는 로몬(櫻門)은 국중요문화재(國重要文化財)로 지정되어 있다.

 

 

타케오온센(武雄溫泉) 로몬(櫻門)

 

 

그 다음 정말 기대되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온천 인근의 일본 전통여관 오우기야(扇屋)에서 하루는 묵는 것이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물이 흘러나오는 조그마한 조경시설이 있고 다시 문을 열면 기모노를 갖춘 중년여성이 무릎을 꿇고 대기하고 있다. 프론트룸에서 잠시 앉아 있으면 짐을 모두 옮겨 놓고서 방으로 안내한다. 우리 방은 3층. 거실과 침실, 화장실 등이 돌아가면서 배치된 특이한 구조이다. 이 여관은 지하에 온천도 갖추고 있지만 수질은 확실히 타케오온천과 다른 느낌이다.

 

 

료관 입구

 

 

그리고 저녁식사시간을 예약을 하면 그 시간에 맞추어 거실에 가이세끼요리(會席料理)가 시작된다. 먼저 작은 식전주가 나오고 식전요리 先付, 생선요리 八寸, 椀 ,造り, 야채요리 도物, 냄비요리 小鍋, 그리고 백반 御食事, 그리고 후식 水菓子 순으로 제공된다. 다들 일본 특유의, 보기도 좋고 먹을 만한 요리들이다.

 

가이세끼 냄비요리

 

 

아침식사는 더 환상적이다. 별도의 다이닝룸에 준비되어 있었는데 벽난로, 클래식음악과 함께하는 두부요리, 주스, 일본 사가지방의 유명한 김, 요플레 등 속을 가볍게 하는 음식이 제공된다.

 

 

료콴에서의 아침식사

 

 

서둘러 북쪽으로 이동하여 신도스(新鳥栖)역에 하차하여 다시 택시를 타고 브리지스톤(Bridgestone) Country Club에 도착한다. 이렇게 많이 택시를 타보기는 처음이다. 택시 뒷좌석을 탈 때는 문을 직접 닫지 않아도 기사가 닫아준다는 것에 익숙해졌을 정도. 브릿지스톤 골프장은 첫날과 같이 전후반홀에서 캐디가 바뀌며 골프장시설 수준도 비슷하다. 경기시간은 6시간을 상회할 정도로 최악이다. 다만 클럽하우스에 먹는 식사는 값도 싸고 맛도 있다. 우리 돈 1만원이면 충분하다.

오고가면서 도로공사현장을 목격을 많이 한다. 불과 300m 도로를 포장하는데 안전요원이 무려 4명이다. 양 끝에 2명, 중간에 2명이다. 이 요원들은 정말 진지하게 자동차를 유도하고 있다. 안전이 구호가 아닌, 실천이구나를 깨닫는다.

 

후쿠오카 첫날

후쿠오카시는 관광하기에 최적이다. 공항에서 지하철역으로 2개이면 하카다(博多)역에 도착할 수 있다. 거기서 또 불과 몇 개의 지하철역 거리이면 유명한 오호리(大濠)공원, 후쿠오카시청, 텐진(天神) 등에 도착할 수 있다.

오늘은 그 첫날. 토진마치(唐人町)역에서 내려 엄청난 바람을 거슬러 바닷가로 이어지는 물길을 따라 걷다보면 마주치게 되는 후쿠오카돔. Jeep Fukuoka, Hard Rock Cafe, Hawks Shopping mall, Hilton Hotel이 하나의 복합몰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른 시간부터 후쿠오카돔으로 향하는 발길이 많다 싶더니 돔 인근에 가니 아예 장사진이다. 오늘을 포함하여 몇 일간 우리나라의 동방신기(Tohishinki) 공연이 있다면서 기념품을 살려는 인파, 티켓을 구입한다는 피켓을 들고 다니는 여성, 으슥한 뒤 구석에서 티켓을 파는 여성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이 아줌마, 아가씨들이다. 이들은 마치 구원받으러 온 신도같이 동방신기느님과의 사소한 연결에 감격하고 행복해 하고 있었다.

  

걸음을 옮겨 전철역 1구역 떨어진 오호리공원과 후쿠오카시립미술관을 찾아 나섰다. 오호리공원은 마이즈루(舞鶴)공원과 연접하여 있는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대규모 공원이다. 후쿠오카시립미술관은 오호리공원 내 위치하고 있는 반면, 후쿠오카현립미술관은 많이 떨어져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기획전에 별로 매력을 못느껴 상설전시장만 찾기로 했다. 1층 전시장 입구에 딱 자리 잡고 있는 Chagall 작품이 눈에 띈다. 유후인(湯布院)에도 샤갈미술관이 있었는데, 그의 상징적이고 미학적인 색채가 일본인의 취향에 맞는 작가인가 싶다.

푸른색의 마술사, 개념미술의 창시자 Yves Klein, Jean Debuffet, 색다른 정물화가 Lisa Milroy의 ‘Vases’, 서부사나이로 변신한 엘비스의 Andy Warhol, 요절한 낙서작가 Basquiat까지. 그리고 괴짜 Anthony Dali의 작품이 가장 많았다. 극사실주의화가로 알려진 Green의 다촛점 작품, 그리고 Miro 작품.

 

후쿠오카시립미술관

 

 

가장 눈길을 끈 것은 20세기 초의 일본근현대작가들의 작품이다. 이들은 대개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의 창구가 되어 주기도 했던 동경예술대학, 동경대학교 미술학과의 출신들이다. 구로다 세이키(黑田淸輝)의 ‘부인상’, 아오키 시게루(靑木繁)의 추성(秋聲), Leonard Fujita의 ‘Nude Lying' 등. 그런데 왜 나는 이들의 작품에서 묘한 제국주의 냄새를 느끼게 되는 것일까? 귀국해서 확인해보았더니 구로다 세이키는 귀족원 의원을 지냈고, 레오나르도는 전쟁화가로서 전범으로 몰렸던 적이 있는, 정치적 색채가 가득한 인물들이었다. 

그 외에도 마츠오(松尾) 실크착색, 우에다(上田)의 일러스트 작품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볼펜으로 메모를 해가는데, 안내원이 조용히 다가와서는 일본말로 메모를 할 수 없으며 대신 연필로는 가능하다며 연필을 건네준다. 연필을 받기는 했으나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볼펜의 짝깍거리는 소리가 감상에 방해되어서 그러는 것일까, 미술품에 지워지지 않는 낙서를 할까봐 그런 것일까. 후에 이런 궁금증을 밴드에 올렸더니 성질 급한 친구가 직접 후쿠오카시립미술관에 전화를 해서 확인을 했단다. “샤프나 볼펜은 뽀족해서 작품 손상 우려가 있어 금지시키는 것”이란다. 웃음이 나왔다. 빌려준 연필 끝이 하도 날카로워서 쓰다보니 종이를 계속 찢어 필기에 애를 먹었던 기억이 생생했기에...

지하층에 있는 고미술관은 11 - 12세기 목조여래입상, 산수화 등이 전시되고 있었다. 함께 한 동행자는 “일본의 산수화는 사람이 없다. 우리나라 산수화에는 사람, 신선이 함께 하고, 사람이 없으면 하다못해 닭이나 고양이라도 함께 한다. 즉 사람과 자연의 조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설명을 덧붙인다. 산수화를 둘러보고 있노라니 모두가 그렇지 않지만 일반화해도 억지스럽지는 않을 것 같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나가하마의 포장마차(Yatai)를 찾았지만  일요일이라 스산하기만 하다.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텐진역 근처를 찾아았는데 역사복합개발이 인상적이다. 철도가 고가로 지나가고 그 밑에 상가가 조성되어 있다. 역사를 쳐다보고 있노라니 마치 기차가 건물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하다. 하카다역사도 입체복합개발되어 있었다. 지하는 지하철, 지상부는 역무기능과 쇼핑센타 그리고 2층은 JR, 신간센과 같은 철도, 그 상층부는 쇼핑몰, 바로 연접하여 시외버스터미널. 내가 일본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공간계획들이다.

 

텐진역

 

 

하카다역

 

 

후쿠오카 둘째날

미리 예약한 JR 여행패키지상품인 야나가와(柳川) 뱃놀이를 즐기기 위해 아침 9시 28분 하카다역에서 구마모토현 아라오(荒尾)행 쾌속기차를 탄다. 내릴 역은 지쿠고(筑後船小屋). 그런데 타자마자 졸음이 쏟아진다. 사실 어젯밤에 숙면을 못했었다. 시간을 알 수 없는 한밤중에 호텔 복도 쪽에서 “여보 여기야”라는 경상도 아줌마의 고성에 잠을 깨고 말았다. 내가 묵고 있는 이 조용한 비지니스호텔은 단체여행객이 없고 일본인들이 대부분 숙박하고 있었다. 예약사이트에서도 일본어로 검색하면 검색이 가능한데, 영어로 검색하면 나타나지 않는 호텔일 정도이다. 자다가도 부끄러웠다. 항상 일본의 역사왜곡을 분노하고 비웃으면서 정작 우리의 몰염치와 무례함은 인식하지 못한다. 언제 우리는 우리 자신이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 졸부근성, 천민자본주의적 행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역에 도착하니 승합차가 우리 일행을 마중 나와 있었다. 이윽고 도착한 7만인구의 야나가와(柳川)시의 야나가와 수로는 총 연장이 930km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돈코부네’라는 소형배에 오른다.

 

야나가와

 

 

안정적인 균형을 위해 나누어 앉히고 뜨거운 단지가 들어가 있는 이불속으로 몸을 넣는다. 전통적인 복장의 뱃사공이 곳곳에 얽힌 역사를 유창한(?) 일본어로 소개해주는데 눈치껏 알아듣는다. 가끔씩 영어를 섞어주니 고마울 뿐. 시청 건물이 흰색이라고 “화이트하우스”라는 조크도 던진다. 가끔 전통가요를 불러주기도 하는데, 중년 뱃사공 목소리와 잘 어울린다.

 

돈코부네 뱃사공

 

 

엔진이 달린 보트도 볼 수 있었는데, 매일 청소하는 배로서 유일하게 엔진이 허용된단다. 좁아지는 다리 밑도 능숙하게 빠져 나와서는 어화(御花)라는 번주(番主)주택 앞에 내려준다. 여기서 식당까지 가는 길을 안내해주는데 그 식당은 장어정식이 특색상품이다. 입구는 조그마한 상점형태로 되어 있었는데 들어가니 제법 큰 식당이다. 식당 좌석에는 물론 신발장에도 그 예약자 이름이 붙여져 있는 것이 재미있다.

양념장어, 그냥 구운 장어, 장어내장으로 가볍게 시장했는데, 장어탕, 장어도시락까지 계속되면서 주체하기 힘들다. 맛은 어떤가. “냄새도 없고 맛은 있는데 짜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그리고는 수로로 둘러싸인 번주의 성을 구경하였는데 정확하게는 관광상품가게만 둘러보았다. 사료관, 정원시설 입장에는 500엔정도의 입장료가 필요해서 그만두기로 했기 때문이다.

후쿠오카로 돌아올 때는 시간이 맞지 않아 도스(鳥栖)에서 갈아타게 되었다. 이 도시의 프로축구팀 명칭이 산간도시인데, 그동안 내내 일본프로축구 2부 리그에 소속되어 있다가 우리나라의 윤정환 감독이 부임하면서 단번에 1부 리그 우승을 차지하여 화제가 된 일화가 있다. 역 바로에 스타디움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새삼 흐뭇해진다. 최근에 윤감독이 쫓겨나다시피하여 귀국하였다는 이야기는 어디에서 들은 듯하다.

후쿠오카에 돌아와서는 캐널시티를 찾았다. 이미 예전에 답사를 다녀온 바 있어 낯설지 않다. 여전히 그 위용과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캐널시티 내부

 

 

 

캐널시티 외부

 

 

옛날 생각에 라면집을 찾았지만 짜고 느끼해서 몇 젓가락 들고는 포기하고 말았다. 여전히 익숙해질 수 없는 일본 라면이다.

 

 

캐널시티내 라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