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금)
제주특별자치도 등이 제주 웰컴센터에서 주최하는 ‘제주도 사회협약위원회 기능강화 및 활성화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하게 되면서 제주에서의 주말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토론회에서 참석하여 짧은 7분간의 토론을 끝내고, 미리 연락된 제주도 거주학생과 만나 저녁을 함께 한다. 차나 한잔 할 생각이었지만 결국 대접을 받고 말았다. 그리곤 애월에 소재하는 ‘봄날’ 게스트하우스 내 이층침대에서 제주에서의 첫날 밤을 보낸다.
12월 6일(토)
전에 들려본 적이 있는 ‘이춘옥고등어쌈밥’에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서귀포에 있는 본태박물관으로 향한다. 간밤에 눈이 내렸기에 한라산을 가로 지르는 도로를 피해 바닷가로 우회하는 1132호 지방도를 이용한다. 1시간 반이나 걸려 도착했는데 아직 11시가 되지 않았다. 3호관에는 쿠사마 야요이 기획전이 있었는데 서울에서 본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다. 2호관 입구에는 브라질 출신 팝아티스트 Romero Britto의 작품이 눈 속에서 기분 좋게 우리를 맞는다.
그 외에도 유명작품들이 많다. David Gerstein, 구겨진 시계 Salvador Dali, ‘Love’ ‘Hope’ 작가 Robert Indiana, 시각적 효과를 노린 Patric Hughes, Jennifer Steinkamp의 살아 움직이는 아름다운 나무와 꽃의 비디오 작품, 처음으로 접한 프랑스 출신 Arman, 그리고 한국작가로는 박선기의 우레탄을 재료로 한 말 조각상이 자리 잡고 있다.
1관에는 우리의 전통적인 장신구, 도자기 등이 전시되고 있다. 얼마 전 국립박물관에서 청화백자전을 관람해서 그런지 도자기, 특히 청화백자에 더욱 눈길이 간다.
여전히 바람이 많이 불고 눈까지 휘날려서 미술관의 외관을 제대로 둘러볼 수 없었지만, 안도 타다오의 노출콘크리트, 물, 한국적 정서를 담아내는 담장, 그리고 우회하는 진입부 특성이 잘 담겨져 있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감동을 즐긴다. 카페 내에도 그리고 카페에서 잘 보이는 갈대숲과 연못주위에도 유독 Gerstein의 작품이 배치되어 있었다.
날씨관계로 짧게 이타미 준의 방주교회와 포도호텔도 둘러보고는 정방폭포 근처 이왈종미술관을 찾았다. 현존하는 작가 중 작품 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이왈종 화백 작품은 그냥 웃음이 나오는 유쾌함이 묻어난다. 지독히도 골프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점심식사 할 곳을 묻다가 이중섭거리를 추천받은 김에 이중섭미술관을 다시 찾았다. 이곳이 처음인 남동생이 잠깐 미술관에서 관람하는 사이, 나는 이중섭거리를 둘러본다. 나름 서투르지 않게 잘 정비가 되어 있다. 필이 꽂히는 허름한 식당을 찾았는데 그 필은 실패를 하고 말았다. 밥은 설익었고 콩나물국은 짜기만 했다. 식당이름과 달리 ‘평화’를 찾을 길이 없다.
마지막으로 제주시내에 있는 아라리오뮤지엄으로 출발. 아라리오뮤지엄은 원래 제주시 탑동에 있던 탑동시네마, 바이크샵, 그리고 동문재래시장 인근의 동문모텔 등을 개조하여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비롯되었다. 여전히 그전의 모습이 남아있고 콘크리트가 노출된 상태 그대로 있어 거칠지만 작품 감상에는 지장이 없다. 오디오서비스가 있을 정도로 완벽한 미술관 모습을 갖추고 있다.
먼저 찾은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시네마에서는 박제 사슴을 크리스탈로 재탄생시킨 Kohei Nawa, 전통적인 기법을 거부하고 화학 약품 등을 이용하는 Sigmar Polke, 아라리오 미술관의 소유주인 김창일 회장의 다른 이름, 작가 Ci Kim이 제주도 쓰레기를 재활용한 작품, 중국 전통에 충실하면서 소가죽으로 인간 본연의 모습에 도전하는 거대오브제 현대아티스트 Zhang Huan, 레이져를 이용한 Li Hui, 산소마스크를 쓴 두 사람이 가위를 들고 마주 선 아슬아슬 상황을 연출하는 Gao Lei와 같은 많은 중국 아티스트 작품, 그리고 한국작가는 강형구, 김인배 등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바로 지근거리에 있는 아라리오뮤지엄 탑동바이크샵에서는 한국의 전위에술가 1세대로 알려진 김구림의 개인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작품이 다소 혼동스럽고 불편해서 자꾸 일찍 자리를 뜨고 싶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찾은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에서는 20분 만에 관람 끝. 너무 지쳤다. 그곳에서는 과거나 전통으로부터 단절을 시도하는 작가로 유명한 채프만 형제(Jake & Dino Chapman)의 샴 여성쌍둥이 형상의 전시물이 단연 눈에 들어온다.
동문재래시장에 들러 횟감을 사서 향한 곳이 대학원 후배 송영필의 애월키친. 후배의 후배까지 불러 유쾌한 술자리를 갖는다. 분홍색 제주막걸리 맛은 변함이 없다.
12월 7일(일)
오후에 박사과정 강의가 있어 오전 중에는 서울로 출발해야 한다. 미리 예약이 되어 있긴 하지만 날씨가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어제 비해 평온하다.
간단한 면세점 쇼핑을 마치고 남동생과 함께 한 한가한 커피타임. 하는 듯 마는 듯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서울에 도착해서는 ‘더 좋은 시간 갖자’는 문자를 남긴다. 나이가 들면서 형제가 갖게 되는 공감대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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