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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600394의 diary
길에서 길을 묻다

길에서 길을 묻다 29: 리움과 이태원

by k600394 2015. 2. 15.

 

리움미술관: 양혜규 개인전

방송을 통해서 막연히 알고 있다가 마침 도시탐사 ‘길길다’가 있어 리움의 양혜규 개인전을 찾았다. ‘코끼리를 쏘다 코끼리를 생각하다’라는 주제가 걸렸다. ‘코끼리를 매개로 자연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사유와 상상을 펼쳐 보인다’고 소개되어 있다. 코끼리를 찾아 보았지만 어디에도 코끼리는 보이지 않는다. 안내책자에서는 ‘코끼리는 자연을, 그리고 야생을 우리 주변으로 포함시키고자 하는 포괄적 사고를 의미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분명한 것은 개인전에서 이렇게 다양한 재료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 작가를 만나 것은 처음이다 싶다.

 

 

 

 

 

 

 

짚으로 이슬람사원, 불교사원, 마야 피라미드를 형상화한 ‘중간 유형 2015’, ‘VIP 학생회’라는 작품에서는 서울 각 분야 중요인사에게 의자, 가구 대여를 요청하고 허락한 이들의 가구를 배치하고 있을 뿐이다. 파레트 위에 빈 맥주박스, 포장화물을 쌓아 놓은 ‘창고 피스 2004’, 그리고 ‘그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자품’은 사자춤을 추는 2마리의 사자를 형상화하고 있다. 186개의 블라인드를 천장에 연결하여 미로같이 설치한 ‘성채’라는 작품에서는 블라인드가 고정적이지 않아 얼마든지 헤집고 다닐 수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장애물로 인식하고 피해가는 사고의 경직성을 확인할 수 있기도 하였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데서 오는 불편함은 피할 길이 없다.

 

 

이태원거리를 헤매다

원래는 우사단길이 목표였다. 우사단길은 조선 태종 때 기우제를 지내기 위해 우사단을 설치하였다는 기록에서 탄생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태원 119안전센터에서 시작하여 보광초등학교로 이어지는 우사단길에서는 눈에 띄는 특징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나중에 확인하기로는 이슬람 사원, Eid와 같은 비빔밥집 등이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한국폴리텍1대학(과거 정수직업학교)에서 다시 이태원역으로 돌아 올라오는 보광로로 접어들었더니, 앤틱가구 또는 빈티지가구거리였다. 마치 중세 르네상스시대로 돌아온 듯하다. 그래도 남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여유 있는 발걸음으로 경리단길로 향한다. 길게 줄은 선 가게가 많다. 그 중 하나인 ‘스트리트 츄러스’에서 츄러스를 사서 맛을 보는데, 줄은 여전하다. 참 돈 벌기 쉽다 싶다. 길가 호떡 포장마차 앞에도 줄이 이어진다.

경리단길에서 다시 ‘장진우길’로 접어든다. 장진우라는 사람이 이태원의 주택가 골목길에 공방을 개설했고, 혹시 식당인가 하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어 아예 공방을 식당으로 개조하면서 형성되기 시작했단다. 그래서 골목 이름도 ‘장진우길’이라 불린다고 한다. 현재는 장진우 소유의 값비싼 코스요리 식당도 있고 단품식사도 가능한 식당도 있다. 그 외에도 천장에 생화를 매달아 놓아 빵 냄새와 꽃향기가 어우러진 빵집도 있고, 향수가게도 있다. 아직 장진우길은 변신중이다. 젊은이들이 넘치는 길카페의 길, ‘경리단길’에서 뜬금없이 뚝 떨어진 주택가 골목길이 새로운 젊은이들의 명소로 만들어졌다. ‘도시계획’으로 도저히 만들 수 없는 도시의 거리.

이태원로의 북쪽 이면부는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보행자 전용공간’이다. 많은 사람들로 거리는 넘친다. 다양한 먹거리와 클럽, 맥주집, 그리고 재즈 등의 공연공간으로 이어진다. ‘올댓재즈’에서 간단한 재즈 공연을 즐기는 마지막 일정는 역시 답사의 백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