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 내리면 역사 로비에 마련된 성수 수제화와 관련 전시물이 관심을 끈다. 성수동 수제화의 역사, 생산과정, 점포들의 위치들을 소개하고 있다. 너무 많은 정보에 다소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쇼핑에 앞서 이해를 갖추기에는 충분하다. 수제화 생산과정은 먼저 라스트(Last)를 깎는 것 부터 시작이다. 개인이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수제화를 신으려면 이 라스트를 주문해야 하는데, 대략은 1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그래서 대개는 표준라스트를 이용하되 재단 및 갑피단계(천연가죽을 구두의 패턴대로 자르고 접착제도 바르고 미싱작업까지 해서 기타 장식들을 부착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주문을 통해 보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저부 제작(각각의 부자재를 넣고 가죽을 잡아당겨 구두모양을 잡아가는 단계) 후 마무리하면 구두가 완성된다.
성수역 1번 출구를 나와서 오른편 돌면 ‘성수 수제화타운’이라는 수제화 가게가 일단 눈에 띈다. 성수동 일대 몇몇 수제화 중소 공장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판매가게이다. 하지만 구입을 위해서 들어가 보니 종류와 사이즈도 많지 않고 품질도 썩 만족스럽지 않다는게 솔직한 나의 느낌이다. 그 맞은 편 성수지하철 역사의 하부에 자리 잡은 안테나샾들은 상징물도 있고 가게 디자인도 제법 운치도 있어 보인다. 심사를 거쳐 입주하였다는데 가게마다 명장, 특허 등의 팻말이 눈길을 끈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내 마련된 수제화주제 전시공간. 라스트가 많이 보이다.
25개의 영세공장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공동매장 SSST
지하철 역사 하부 보도에 설치된 안테나 샾
안테나 샾 1호점
하지만 완성품을 파는 가게와 부품을 파는 가게가 혼재되어 있어 완성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들, 장애인용과 같은 특수신발을 구매하고자 고객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성수역 3번출구쪽으로 건너와 뚝섬로 방향으로 내려오면 조명 디자이너가 차린 카페 '자그만치(Zagmanchi) 등을 지나서 '대림창고'가 눈에 띈다. 원래 정미소였다가 이후 창고로 사용되었는데 지금은 명품브랜드의 패션쇼와 전시행사가 열리는 곳으로 변신했단다. 토요일 오후라 내부는 확인할 수 없었으나 외견은 전형적인 창고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시 더 남쪽으로 내려야 과거 기마경찰대 부지로 꺽어서 올라가면 또 다른 쇼룸으로 알려진 베란다(Veranda)를 볼 수 있다. 과거 금속공장을 개조해서 작업실, 행사장으로 활용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역시 토요일 오후라 위치만 확인할 수 있었다.
뚝섬역 5번출구로 나와서 경동초등학교까지 내려오면 바로 지근거리에 '아이니드팩토리(Ineedfactory)'라는 가구 공방 겸 카페를 만날 수 있다. 개업한 지가 한달 보름밖에 되지 않았다는 30대의 젊은 사장은 삼성동에 아이니드(Ineed)라는 가구 매장을 가지고 있고 파주에서 공방을 운영했다가 이곳 성수동으로 가구공방을 옮기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원래는 이 터는 아주 낡은 염색공장이었으며 이를 임차하여 가구공방으로 만들고 공방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다가 악세사리 및 차를 파는 카페도 함께 하기 시작했단다. 아직은 가건물 형태지만 차 한잔 마시는데는 부족함이 없었고 판매용 목재소품, 각종 악세사리 등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대림창고
아이니드팩토리
아이니드팩토리 판매공간
전통적 제조공장 밀집지역이 새로운 문화 변신을 이루고 있는 현장을 둘러보면서 앞으로의 변신도 더욱 기대된다. 낮은 임대료, 풍부한 저이용토지는 새로운 수요 창출이 가능하게 하는 필요조건임을 확인할 수 있다. 성수역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성수족발' 확인만 하고 성수역 4번출구 인근의 소문난 성수동 감자탕집에서 답사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제자가 찍은 사진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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