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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고택은 충남 논산시 노성면에 자리잡고 있다. 1709년에 조선시대 유학자 윤증을 위해 후학이 건립한 한옥을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강직한 윤증은 이렇게 크고 넓고 한옥을 마다해서 실제 윤증이 거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계속 빈집으로 내버려 두었다가 결국 후손들이 거두었는데 현재 13대손이 거주하면서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 대문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없어지고서 사랑채가 밖으로 드러나 있다.
사랑채 앞에는 작은 돌로 자연경관을 만들어 즐겼다고 하는 형상들도 있고, 그런 형상을 위해 정원석으로 꾸며진 조그마한 정원도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많이 훼손된 느낌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이 하나 있다. 시간을 살피기 위해 간이 해시계를 만들어 놓은 것이 보인다.
역시 사랑채 앞에는 댓돌이 있는데, 긴 댓돌은 손님을 위한 것이고 짧은 댓돌은 주인을 위한 것이다. 만약 짧은 댓돌에 신발이 없으면 지금 주인이 출타하고 집에 없다는 뜻이겠다. 지금은 짧은 댓돌에 고무신이 있어 주인이 있는 형국이다.
사랑채 안으로 들어가면, 여닫이도 되고 미닫이 되는 활용도가 높은 아이디어가 접목된 문도 볼 수 있다.
안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명품고택이라는 팻말이 선명하다. 현재도 후손들이 생활하고 있는 거주공간이기 때문에 문화해설사와 함께 들어가서 설명을 듣는 것이 좋다.
안채는 ㄷ자 구조를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한옥형태이다. 오른편이 동쪽인데 아들 내외의 방이고 왼편이 서쪽이 부모님 방인데, 이렇게 배치를 한 것은 아들 내외가 해가 뜨는 힘찬 기운을 받아 후대에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란다. 기둥은 모두 사각형이지만 모퉁이에는 8각형 기둥으로 해서 각진 부분으로 인해 상처를 입지 않도록 하는 배려가 있었다.
안채의 서쪽 뒤편에는 광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그 높이를 낮추어서 부모님이 거주하는 공간에 밝은 빛이 계속 들어올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안채와 광 사이에 사다리꼴 모양의 물길을 유지해서 빨리 물이 빠져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도 보인다.
안채를 나오면 많은 장독이 눈에 들어온다. 논산시에서 지원하는 돈으로 관리비 충당이 어려워 장을 담구어 판매함으로써 생활비에다 고택관리비를 충당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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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아의 뜰’은 공주시내 도심에 있던 쇠락한 한옥을 인수하여 주인 아주머니가 꾸미고 가꾸어서 변신시킨 아담한 찻집이다. 루치아는 주인아주머니의 세레명이라고 한다. ‘루치아의 뜰’은 공주시 도심을 관통하는 제민천변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다. 천변길에서 진입하는 골목길은 '잠자리가 놀다가 골목'으로 조성되어 있고 주변에는 특징있는 카페나 식당들이 많다. 잠자리 날개형상이 골목길 입구를 장식하고 있다.
‘루치아의 뜰’ 입구에서부터 주인아주머니의 정성을 느낄 수 있다
내부공간에도 그 정성이 하나하나 묻어난다. 스피커에서 아늑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메뉴에는 커피가 없다. 그래서 보이차를 주문했는데 혼자서도 외롭지 않는 편안함을 즐길 수 있다.
문제는 사람이다. 한 무리의 중년여성들이 주위를 아랑곳 하지 않고 내뺃는 신세한탄들. 내가 그들의 가정사를 알아야 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일찍 자리를 뜨려다가 밖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아쉬움을 달랜다. 인공미와 자연스러움이 잘 어우려진 외부공간이 골목길로 이어지면서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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