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청량리역에서 남춘천까지는 ITX청춘을, 월정사까지는 관광버스를 이용하여 3시간여만에 도착했다. 먼저 점심식사부터 시작하는데 더덕막걸리 광고포스터가 눈길을 끈다. '...더덕막걸리에 취하니 此外又婆娑 이 또한 편안한...'
무슨 뜻일까? 궁금증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원전은 한용운선사의 閑唫(한음)이다.
中歲知空劫(중세지공겁) : 중년에서야 세계의 허무함을 알고
依山別置家(의산별치가) : 산을 의지해 따로 집을 지었다.
經臘題殘雪(경랍제잔설) : 섣달을 지나서는 남은 눈의 시를 쓰고
迎春論百花(영춘논백화) : 봄을 맞이해서는 온갖 꽃을 논한다.
借來十石少(차래십석소) : 빌려오려면 열 섬도 적고
除去一雲多(제거일운다) : 없애버리려면 구름 조각도 많다.
將心半化鶴(장심반화학) : 마음 거의 반이나 학이 됐나니
此外又婆娑(차외우파사) : 이 밖에 또 좌선하는 일이다
참 좋다. 글에 취한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이 덤으로 느껴진다. 그 와중에도 숲길 중간중간에 설치된 자연조각품들은 제법 볼만했다.
바다열차를 이용하러 추암으로 향한다. 조금씩 흩날리던 눈발이 대관령에 이르러서는 폭설로 변한다. 시속 80km이상을 넘지마라는 팻말이 딱 버티고 있지만 난폭운전의 대명사, 관광버스도 엉금엉금 거북이걸음이다. 기사와 가아드는 바다열차시간에 맞추지 못할까 노심초사이겠지만 carpe diem, instant karma, 차외우파사.
결국 묵호역으로 변경하여 바다열차에 오른다. 차창밖에는 눈송이가 흩날리고 동해파도가 연출하는 장관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조성모의 '가시나무새'까지 흘러나오면서 감상에 빠진다.
정동진역에서 눈길 2시간을 달려 정선 옥산장에 도착한다. 옥산장은 식당을 겸하는 숙소명칭이다. 비빔밥도 맛있었지만, 여든되셨다는 주인 전옥매여사가 차분하게 들려주는 '돌이야기'와 정선아리랑에 깊이 매료되었다. '관광과 답사에는 역시 스토리텔링이, 그리고 마지막은 음악으로'
월정사 전나무숲길
월정사 전나무숲길 내 작품들
바다기차 내부
바다기차
옥산장 전옥매여사
옥산장
둘째날
간밤에 내린 눈으로 아우라지는 온통 하얗다. 작은 도시는 설경으로 깊은 운치를 자아낸다. 둘러보는 동안 정선군의 노력이 보인다. 보도교, 주막촌, 주례마을, 정선아리랑전수관, 어름치 카페 등. 레일바이크를 체험하기 위해 구절리역으로 이동한다. 여치의 꿈, 트레인펜션. 강추위에 어지러워서 레일바이크 이용을 포기한 게 못내 아쉽다.
2,7일이 장날이라 때마침 장날에 들어서게 된 정선장. 명절 전이라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입구에 설치된 공연장에서의 정선아리랑 공연도 쓸쓸하다. 하지만 5,000수에 이른다는 정선아리랑의 가사를 자세히 들어보면 서민의 삶과 애환을 모두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딱다구리는 생목도 잘 뚫는데 어린 내 서방은 뚫린 구멍도 못 뚫는구나" "물레방아는 사시사철 잘도 도는데 우리 서방은 왜 나를 안고 돌릴 줄 모르나"
다시 1시간만에 도착한 영월 장릉. 왕릉내 일반인 관련 시설이 배치되어 있다는 점, 왕릉 옆구리에 정자각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 왕릉-정자각-홍살문이 일자형태가 아니라 ㄴ형태라는 점이 다른 왕릉과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단종의 정순왕후는 남양주 사능에 봉해져 있다고 한다.
30분 거리의 제천역으로 이동하여 청량리행 우등열차에 몸을 싣는다. 제천이 한방특화도시이다 보니 제천역에 구내에도, 역전 한마음시장에도 한방특산품판매처가 상설화되어 있다.
아우라지
아우라지역 인근 어름치 카페
구절리역 레일바이크 출발지 인근 여치의 꿈 카페
구절리역 인근 트레인 펜션
레일바이크 출발지
정선장 입구 공연
장릉내 엄홍도 정여각
장릉 정자각
장릉
제천역 내 제천한방특산물판매점
역전한마음시장내 제천한방특산물판매점
'길에서 길을 묻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에서 길을 묻다 42: 내포신도시 (0) | 2016.03.06 |
---|---|
길에서 길을 묻다 41: 세빛둥둥섬 (0) | 2016.02.22 |
길에서 길을 묻다 39: 남해 독일마을 (0) | 2015.12.28 |
길에서 길을 묻다 38: 백사마을 (0) | 2015.11.29 |
길에서 길을 묻다 37: 명재고택과 루치아의 뜰 (0) | 2015.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