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본 도쿄를 찾은 지도 20년이 다 되어 가는 것 같이 아득하다. 이번에는 학생들과 함께 하는 부동산답사 일환으로 록본기힐즈를 안내받고 새로운 개발현장를 둘러볼 예정이다.
김포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가뿐하게 하네다에 착륙했고 입국수속을 마치자 말자 바로 요코하마로 달려갔다. 고가네쵸역과 히노데쵸역 사이 철도 하부공간이 예술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원래 외국인윤락녀와 야쿠자조직들이 밀집한 지역이 주민들의 자발적 재생노력을 통해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창작공간, 카페, 헌책방, 그리고 회의공간 등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찾은 날이 토요일이라 그런지 조용하기만 하다.
그리곤 록본기 힐즈 인근의 호텔을 찾아가는데 제법 지하철역사에서 멀다. 오후 3시까지 기다려 체크인를 마치곤 좀 쉬기로 한다. 첫날인데 이미 체력은 바닥. 잠시 호텔 밖으로 나가보려고 힘을 내보지만 대낮인데도 하늘에 별이 보일 정도이다.
저녁에 박창수원장과 아자부주반 상점가를 찾는다. 6개에 920엔이나 하는 유명 풀빵집에서 풀빵도 구입하고, 느낌만으로 찾아든 일본소고기 구이집도 나쁘지 않다. 아쉬운 마음에 잠깐 들린 칵테일 바는 조용하고 편안하다.
2.
에비스역 인근의 에비스 가든을 찾았다. 20년전 사뽀로맥주 공장을 재개발하면서 상점가, 사진미술관 (9월까지 휴관), 호텔, 주거 등으로 복합개발하였던 것으로 유명하다.
일행과 헤어져 우에노공원으로 향한다. 먼저 국립서양미술관을 찾았는데 상설전시관만 운영중이다. 입구에 로댕의 지옥의 문이 딱 버티고 있다. 본관을 르코르뷔제가 설계하였고 1959년에 개관하였는데, 입구에는이런 사실을 소개하면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자는 운동을 펄치고 있었다. 르꼬르뷔제 건축의 원리(필로티, 수평띠창, 자유로운 평면과 입면 등)가 잘 드러난 건축물이다. Chiaroscuro류의 작품, 인상주의 그리고 일부 근대화가를 만날 수 있었다. Vilhelm Hammershoi의 Interior with Ida playing the piano가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긴다. 상업적이 아니라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몇장 찍을 수 있었다. 건축가 르코르뷔제의 미술작품도 선을 보이고 있었다.
공원내 식당에서 단 하나의 반찬도 없는 값싼 하이라이스로 점심을 마치고 도쿄도립미술관을 찾는다. 기획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주요 작가의 대표작품과 작가의 예술관을 짐작케하는 어록을 함께 소개하고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작가 Albert Magnelli는 'There is abstraction, There is abstraction'이라는 글을 남겼는데 추상작가 답다. Bernard Buffet는 'Realiism signifies recognizing objects and nature' 사실주의에서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기억에 남는다. 웃음짓게 한 작가 Marie Laurencin는 'Men are to me a difficult problem to solve' 그의 작가 성향을 짐작케 한다.
우에노공원 한켠에 자리잡은 왕인박사 기념비도 둘러보고, 니혼바시 coredo 무로마치 1,2,3으로 갔다. 3개의 건물군이 마치 하나의 건물처럼 훌륭한 건축을 보여주고 있다. 건물 외부의 짜투리 공간이 포켓공원으로 잘 조성되어 있고 하물며 거기에 신사가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욕심을 더 내어 하라주꾸역에서 시작하는 오모테산도를 둘러보기로 했다. Tokyu plaza는 입구에서 부터 놀랍다. 다양한 각도로 유리가 붙어 있고 3층까지 바로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는 것도 독특하다. 옥상은 옥상공원, 옥상정원의 전형을 보여준다. 보도를 걸을 때 충분한 가로수, 넓은 인도 폭, 왼쪽 통행의 생활화로 불편하지 않았다. 오모테산도힐즈처럼 거리활성화와는 무관해 보이는 일부 건물 (하지만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안도타타오 설계의 이 건물은 3개의 특징있는 건물로 구성되고 식당 및 카페동은 지하3층 지상3층 규모이다. 내부는 아트리움형태로 조성되어 있고 지하에 큰 광장을 만들어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도 들어서 있는 등 다양성이 생명처럼 움직이는 듯하다. 오모테산도 일대가 Wifi free 가 가동중이어서 또 하나의 놀람이 더 한다.
3.
구글 검색을 통해 서점을 찾고 잠시 들러 책 몇 권 샀다. 그리고는 국립신미술관을 찾았다. 내부에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을 닮은 역꼬깔 형상이 자리잡고 있어 특이하다. 르노아르 기획전이 있어 표를 샀는데 아연질색했다. 주로 연로하신 할머니들이 거의 5줄 정도로 움직이면서 그림을 감상하고 있어 멀리서 대충 감상으로 끝마치고 말았다. 그런 중에도 몸을 치거나 무리하게 비집고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 감상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일행과 인근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미드타운를 찾아 약속한 몇몇 학우들과 만난다. 내력과 개발과정을 설명하고 안도 타타오의 설계 작품까지 감상한다. 상징적인 공간과 설치물을 배치하고, 내외부 공간을 연결하는 지점에 이벤트광장을 확보하면서 기능별 동선을 구분지은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록본기에 도착하니까 정확한 오후 4시. 하지만 지각자가 발생하면서 전반적인 계획도 틀어질 수 밖에 없었다. 공부하러 오는 분위기가 아쉽다. 하지만 임승희부장의 실감나는 설명은 많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그의 설명을 요약하면, TM(타운매니지먼트)가 잘 되어야 궁극적으로 성공적인 부동산개발로 귀결될 것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TM에서는 조직을 만들고 활동을 여하히 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다르며 그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비도 오고 인원도 많아 멀리 갈 수 없어 록본기힐즈내의 식당에 자리를 잡았지만 너무 가격이 비싸거나 양이 적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빠져 나왔다. 일본에서 랑데뷰한 아카야와 나미에조차도 배가 고프다며 일어서 다른 식당을 찾았다. 아마 다들 식당을 따로 찾아 나서지 않았을까 싶다.
아카야와 나미에는 저녁까지 사주고 굳이 숙소까지 데려다 주었다. 더운 날씨에도 그들과 함께 걸으면서 많은 추억들을 살려낸다.
4.
계획일정이 없는 귀국일이다. 부담없이 천천히 보충수업하듯 살펴보기로 한다. 그나마 보충수업이라도 할 수 있으니 그게 어디인가. '~힐즈'시리즈중 가장 최근에 개관했다는 토라노몬힐즈를 먼저 찾았다. 다양한 접근로가 확보되어 있고 곳곳에 쉼터같은 코피숖이 자리잡고 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찾은 곳이 오모테산도힐즈이다. 지난 번에 겉모습만 보고 가서 이번에는 내부를 둘러보기로 했다. 내부는 아트리움 형태에 가장자리는 부담되지 않는 경사로로 되어 있다. 3층에 주로 카페와 식당이 배치되어 있는데, 사전정보없이 찾아 온 유기농식당의 메뉴가 비싸지 않고 먹음직하다.
인근 commune246도 인상적이다. 영세주점들로 구성된 젊은중심의 노천광장으로 다양한 주류와 안주들이 있고 개성있는 자리들로 구성되어 있다. 소공연도 가능하다.
이제 보충수업도 끝난듯 하다. 그동안 힘들었는지 코피까지 흘린다. 호텔로 돌아와 짐을 찾고 하마마츠에서 모노레일편으로 하네다에 도착했다.
요꼬하마 코가네초역 인근의 미술스튜디오와 카페
미술스튜디오는 지역내 요꼬하마미술대학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에비스가든플레이스는 호텔과 주거/상가동으로 크게 구분하여 복합개발되었고 JR에비스역에서 최대한 접근이 용이하도록 무빙벨트 등을 설치하고 있다.
입구에 보존형 개발의 의지가 엿보이는 건물을 유지, 배치하고
중앙 광장에는 돔을 설치하여 기후에 상관없이 이벤트를 열 수 있고 동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에노공원에 있는 국립서양미술관 앞에는 로댕의 '지옥의 문'이 딱 버티고 있다.
국립서양미술관의 전면부. 본관은 르꼬르비제가 설계했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성설전시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Vilhelm Hammershoi의 Interior with Ida playing the piano.
우에논 공원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왕인박사 기념비.
크레도 무로마치 1,2,3은 3개의 건물이 하나의 건축계획으로 진행된 것처럼 조화롭다. 건물사이에는 포켓공원이 잘 자리잡고 있고
아예 신사를 배치하고 있기도 하다.
오모테산도의 Tokyu Plaza는 입구에 여러 각도로 유리를 붙여 다양한 효과를 연출하고 진입부에 2,3층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에스칼레이트를 설치하고 있다.
옥상에 설치된 옥상공원. 형식적이지 않는 실질적인 공원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듯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 있다.
모리부동산이 최근 개관한 오모테산도힐즈. 3개의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드타운내 안도타타오의 설계 건물. 각종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록본기힐즈에서는 바닥에 공조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개관했다는 토라노몬힐즈. 현대적인 감각의 설계가 돋보인다.
오모테산도힐즈 내부는 아트리움형태를 취하고 있고 가장자리로 부담되지 않는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다. 지하광장에서는 각종 이벤트가 열린다고 한다.
Commune246. 젊은이들의 자유공간으로 느껴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Bluemoon맥주가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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