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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600394의 diary
길에서 길을 묻다

길에서 길을 묻다 49: 세부여행기

by k600394 2017. 1. 27.


그동안 나에게 있어 해외여행이란 엄격한 의미에서 도시답사였다고 할 수 있다.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일정 목적을 가지고 특정사이트를 방문하거나 기관을 방문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만큼은 무조건 릴랙스하겠다는 단 하나의 목적만 머리에 두고 낯선 곳으로 떠났다.

낯선 곳, 세부는 세부시와 막탄섬의 라푸라푸시로 구성된다. 두 시는 지근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2개의 다리로 연결되고 있다. Lapu-Lapu city에 대개의 리조트들이 해안가로 자리잡고 있다. 참고로 필리핀은 인구 1억명에 7천개 섬으로 이루어진 섬나라이다. 천주교인이 전체의 83%를 차지하는 가톨릭국가이다. 북쪽에 수도인 마닐라가 위치하고 있고 더 북쪽에 바기오, 클락, 수빅이 위치하고 있다. 중부에 보라카이 그리고 남쪽에 세부와 보홀이 위치하고 있다.   

라푸라푸시에 위치하고 있는 막탄공항에 내리자 곱상한 젊은 청년가이드가 인사를 한다. 함께 패키지로 움직일 인원은 어떤 가족과 나를 포함하여 모두 5명. 일단 숙소로 이동했는데 그 가족들은 제법 고급호텔인 반면 나는 형식만 갖춘 호텔에 묵게 되었다. 그 불편은 금방 나타났다. 가이드에게 특별히 부탁까지 해서 나만의 여유시간을 많이 가지고자 했지만 호텔내 편의시설이 부족해 방에서 딩굴딩굴하며 책읽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낭만의 상징이랄 수 있는 실외수영장은 수질에 석회석 성분이 많아 내내 마음이 찝질했고, 와플을 파는 조그만 카페에서는 커피나 맥주 한 잔도 마실 수 없어 한번도 이용못했다.

도착 첫날, 저쪽 가족중 한 사람이 감기기운이 있어 가이드와 둘이서 인근 한인식당을 찾았다. 근처에 우리의 6,70년대를 연상케 하는 주변지역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고층 현대식 아파트 여러 동이 눈에 띄길래 물어 보았더니 Mactan newtown이란다. 아파트는 20평형대인데 대략 1억2천만원 정도이며 주로 정치인 관료, 그리고 기업인들이 입주를 한다고 한다. 보통의 월급장이가 월 3,40만원 소득 수준이라 이런 류의 아파트는 언감생신 꿈꿀 수도 없단다. 환산해보면 우리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그런가 하면 서민들 주택은 함석으로 지붕을 잇고 나무를 성글게 이어 벽을 만든 초라한 모습이다. 거리에서 아이들은 싸구려 목걸이를 내밀며 우리 말로 '1달러'를 소리치거나 아예 빈손으로 '기브미머니'를 슬픈 표정으로 부끄러워하며 나지막하게 외친다. 봉변을 당할 수 있으니 눈길조차 주지말라는 가이드의 조언에 애써 고개를 돌린다. 그래도 2달러짜리 산 미구엘 맥주 한 병으로 이국에서의 첫날 밤을 즐기는 것은 잊지 않았다.

다음 날 느지막하게 다이빙프로그램으로 안내받았다. 기초강습을 마치고 추가 비용으로 하는 본격 다이빙을 제안받았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이미 스킨스쿠버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을 정도이니 전혀 흥미로울게 없어서다. 일찍 돌아와 자유시간이 주어졌는데 석회석 수질의 야외수영장에서 대충 시간를 보낸다. 사진으로 보는 경관은 근사한데... 저녁에 낚시터의 수상가옥에서 먹는 삼겹살이 나름 별미이다.

다음 날은 이번 패키지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호핑투어가 있는 날이다. 스노클링, 낚시, 그리고 바베큐로 엮어져 있는 흥미로운 일정이었는데, 날씨 때문에 취소되고 말았다. 호텔에서 내다 본 바다는 소형배가 다닐 정도 온순해 보였는데... 어쩔 수 없은 일이 아닌가. 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는대로 1시간 마사지로 대신하고 만다. 대체 프로그램으로는 미약하기 이를데 없다. 그나마 푸드코트식으로 음식을 구입해서 필리핀 전통공연을 즐기며 먹는 저녁 식사는 색다른 재미이다

역시 오전 12시부터 느지막하게 시작된 마지막 날 일정은 1분짜리 트라이클론 체험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성당, 마젤란 기념비, 그리고 마젤란에게 승리를 거둔 라푸라푸장군 기념동상을 둘러본다. 세부시 도심으로 들어왔다. 왕복 6차선도로도 있고 제법 큰 규모의 공장이 들어선 공단은 출퇴근시간이 아닌데 사람으로 넘친다. 관례에 따른 쇼핑을 위해 3곳 상가를 돌고는 공항에 도착한다. 수속까지 다 마치고도 오후 6시. 6시간 반을 기다리고 비행기 연발까지 하니 기다리는 것 하나만은 뼈속깊이 체험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4시간 반을 날아 새벽에 도착한 인천공항에서 차를 찾아 서울로 향하니 붉은 아침이 기지개를 켠다.

5일 머무는 동안 필리핀 특식을 한 끼도 못 먹었다는 점, 섬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날 저녁으로 먹은 낚지볶음이 유일한 해산물이었다는 점이 아직도 얼른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리고 이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세부에 올땐 꼭 일정 수준이상의 호텔을 숙소로 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도 이번 릴랙스 여행의 가장 큰 보람은 틈틈히 비전공서적을 마음놓고 읽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라미라다 호텔의 야외수영장은 외견상 근사보이지만 석회석 수질이어서 수영하기에 여러모로 불편하다.   



낚시터에 테라스형태의 수상가옥을 만들어 삼겹살 식당을 운영한다. 낚시도 가능하지만 고기를 잡으면 사진만 찍고 풀어준다.   



도시락을 구입해 식사를 하면서 즐기게 되는 필리핀 전통공연.  



지프니는 필리핀에서는 시민의 발이다. 그런데 천장이 너무 낮아 허리가 아프다. 


 

세부 막탄성당. 최근에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무분별한 살해에 대해 비판적인 주교에 대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두 사람의 아내가 있다고 비난전을 펼치고 있다.


 

성당 맞은 편에 있는 막탄신도시의 입구


 

마젤란의 기념비.


 

라푸라푸 부족장의 동상. 마젤란이 이곳을 침범하자 라푸라푸가 이끄는 부족들이 갯벌로 유인해서 마젤란을 살해하고 스페인함대를 격멸했다. 몽골이 고려를 침범하자 강화도로 천도했던 무신정권의 전략이 기억난다.    


 

우리의 60년대를 연상케 하는 시 외곽의 가로변 상가들. 하지만 시내 도심은 현대화된 상가들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공단내 제법 규모가 큰 공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