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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600394의 diary
길에서 길을 묻다

길에서 길을 묻다 57: 스페인 도시재생 답사 1

by k600394 2018. 1. 25.



한국도시설계학회에서 진행하는 '스페인 포르투갈 도시재생 답사'를 함께 하기로 했다. 1월26일부터 2월4일까지 8박10일의 긴 일정이다. 편도비행시간만 12시간 반.

로마가 주도권를 쥐고 있던 이베리아반도는 5세기 서고트족이 왕국을 세우고 7세기에 그리스도교를 받아 들인다. 8세기에 들어서 이슬람 세력의 지배를 받게 되나 1492년 이사벨여왕때 이슬람세력을 완전히 몰아낸다.

1555년 카를5세로 부터 스페인과 네덜란드 왕위를 물려받은 합스부르가의 펠리페2세때 융성했으나 유약한 왕이 계속 즉위하면서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그 후 1939년 프랑코가 내전에서 승리하면서 정권을 잡고 1975년 사망할 때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

스페인은 남한의 5배 면적이지만 인구규모는 비슷한 약 5천만명이고 소득수준도 비슷하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서 비롯된 스페인문학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가 5명이나 된다는 것이 놀랍다. 이들의 문화적 특성이 무엇일까.

답사주제는 도시재생이고 가우디 작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긴하다. 더 속마음은 프라도, 구겐하임미술관외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소장하고 있는 소피아미술관을 관람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을 안고 출국장을 나선다.

 

제1일 01/26(금)

제2인천공항을 처음으로 이용하면서 유명작가의 작품이 많이 전시되고 있다는 방송을 기억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입국 때를 기약한다.

13시간을 날아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비까지 오는 날씨라 더욱 피곤한 듯하다. 성균관대학교 건축과 출신의 유학생이 안내를 맡고 있었는데 이번 답사팀에 그의 지도교수가 함께하고 있어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다. 바로 호텔 Golden Tulip에 여장를 푼다.


제2일 01/27(토)

치즈류, 과일류, 빵류과 각종 유제품이 제공되는 기대 이상의 근사한 호텔조식을 마치고 이동한 곳이 가우디Gaudi의 대표건축물 성가족성당(Sagrada familia). 네오고딕양식으로 시작했지만 출발 1년만에 가우디가 담당하고 나서는 무디하르양식에다 자연주의양식이 함께하고 있다. 어느 정도 공사가 완료단계이지만 곳곳에 아직도 공사중이다. 나르텍스Nartex라고 하는 메인 파사드 facade를 탄생의 문 또는 영광의 문이라고 하는데 관광객으로 붐빈다. 이슬람 건축물은 물에 비쳐진 모습까지도 건축물의 일부분이라 보기 때문에 Nartex 전면에 위치하고 있는 연못의 뒷편에서 감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익량Transept에 해당하는 양편 출입구도 완성이 되었고 내부 스테인글라스도 환상적이다. 예수상도 자리잡고 있어 기도도 드릴 수 있도록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지하 일부는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었는데 그동안 역사가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고 천재건축가 가우디의 묘도 확인할 수 있다. 입구에서 수화기와 이어폰을 수령했는데 가이드가 큰소리를 하지 않아도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참 좋다. 출구에서 수화기는 반납하고 이어폰은 기념품으로 가져도 좋단다.


가우디의 성가족성당(Sagrada familia)

 

성가족성당의 내부. 완성단계에 이르렀고 바닥공사중 

 

성가족성당의 외부.

 

다음으로 이동한 곳이 구엘공원. 가우디가 고급주택가를 조성하려다 실패하고 공원으로 만들어 졌단다. 안달루시아에서 왕성했던 무데하르Mudehar를 엿볼 수 있는 건축물이다. 무데하르는 이슬람의 영향을 받아들여 형성된 스페인의 독특한 건축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무데하르에 해당하는 특징으로, 벽돌, 나무와 석회석을 이용하여 빠른 건축이 가능했다. 또 수입한 타일을 쪼개 장식하는 트렌카디스Trencadis기법을 활용한 것도 특징이다. 이런 전통이 곳곳에 남아 스페인건축의 특징을 hybrid건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건축될 수 있었던 것은 재질이 사암이고 화산재, 생석회, 바닷물을 혼합한 로만콘크리트 덕분에 세월이 갈수록 더욱 견고해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참고로 오늘날의 콘크리트를 포틀랜드콘크리트라 한다.



위태하면서 견고성을 유지하는 것은 화산재 성분이 포함된 로마시멘트 덕분이라고 한다.

 

트렌카디스기법의 구엘공원. 외부에는 빗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람블라Rambla는 컬럼부스기념탑에서 시작해서 카탈루니아광장에 이르는 젊음과 공연의 거리이다. 곳곳에서 공연이 이루어지고 수도원이 개조된 보케리아Boqueria 전통시장에서 각종 먹거리에다 맥주 한 잔을 기울이는 청춘들이 넘친다. 거기서 도보로 가우디의 저택,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등과 뉴욕 5의 리차드 마이어 설계의 MACBA를 둘러 본다. 겉만 둘러 보는 아쉬움이 크다.

다시 고딕지구Gothic Quarter에서 가우디가 설계한 가로등도 보고 컬럼부스가 신대륙을 반견한 후 이사벨여왕을 알현한 왕의 광장, 대성당 그리고 22@Barcelona 도시재생지구도 잠깐 둘러보고 숨가픈 하루를 마친다.

가히 가우디의 도시이지만 그 기저에는 1859년 Cerda가 세운 도시계획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격자형의 에이샴플라Eixample에 diagonal 대로가 사선으로 관통한다. 구획 Manzana 한 변은 113.3m이다. 바르셀로나 도시디자인의 큰 원칙은 외곽우회도로를 만늘고 인도를 차도의 3~4배로 확대하고 낙후지역 공공공간의 쾌족성 향상, 모든 커뮤너티에 적절한 공공시설 공급, 오염된 산업공간 재활용, 신개발보다 재개발, 그리고 워터프론트로 열리도록 하고 있다. 우리 현실에도 크게 와닿는 원칙이다.

 


가우디의 까사 밀라 Casa Mila

  

컬럼부스 기념탑

 

람블라 거리

 

람블라거리 보케리아 전통시장

 

바르세로나 현대미술관 MACBA 



제3일 01/28(일)

어제 보다 더 일찍 출발하는 것을 보니 장거리 이동이 있는가 보다. 바르셀로나에서 61km 떨어진 몬세랏 수도원(Montserrat Abbey)으로 이동한다. 베네딕트수도원으로서 흑성모상과 합창단이 유명하다. 수도원은 11세기 부터 존재했으나 나폴레옹시대때 파괴되었다가 19-20세기 경에 다시 복원되었단다. 그래서 건축적으로는 로마네스코, 고딕, 바로크양식이 공존하는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일요일이기 하지만 미사시간이 맞지 않아 소년합창단의 노래를 듣지 못하고 케이불카를 타고 산을 내려온다. 중세의 수도원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의미가 있다.



몬세랏수도원.


인근에 있는 한국인 관광객으로 넘치는 스테이크식당에서 만찬을 하고 10분 거리의 이구알라다 묘지(Igualada Cemetry)로 이동한다. 유명 건축가 엔리케 미라예스 Eric Miralles가 죽은 첫번째 아내를 위해 설계했다고 하는데 죽은 자와 산 자와의 공존을 주제로 조성되었다. 2000년 본인도 45세에 사망하면서 여기에 안치된다.

두 개의 입구로 나뉘어 지고 망자를 위한 낮아지는 길에 들어서면 추모공간이 양편으로 들어서 있다. 바닥에는 중간중간 나무판을 깔았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면 썩어 없어지는 결과만 남게 되리라. 왼편 출입구는 다양한 조형성으로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스페인관광버스 기사는 왜 묘지를 찾는지 의아해 하는 눈치이다.


 


이구알라다 묘지공원 입구 


다시 이제 사라고사 Zaragoza 까지 244㎞가 남았다. 고야의 도시이자 2000년 역사의 사라고사는 많은 침략이 있었던 도시이자 자긍심이 강한 도시이기도 하다. 참고로 피카소는 말리가, 벨라스케스는 페루자출신이다. 필라르광장과 에브로Ebro강 사이에는 필라 성당Basilica de Nuestra Senora del Pilar과 사라고사 시청사, 그리고 라세오La Seo성당이 있다. 필라르 성모 대성당은 바로크양식에 지붕은 비잔틴양식이 혼재되어 있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라세오는 '아라곤의 무데하르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198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6개 기념물 중 하나이다. 전체는 고딕양식이지만 입구는 바로크, 후진은 무데하르양식이다. 에브로강에는 로마시대의 다리가 그대로 보전되어 있고 로마성벽은 복원공사가 한창이다. 


 

필라 대성당



제4일 01/29(월)

사라고사역은 외관상 공장이나 창고처럼 보일 정도로 투박하다. 하지만 지붕은 첨단건축기술적용하여 자연환기가 가능하도록 설계가 이루어졌다. 거기서부터 2008 엑스포 도시재생지구는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었으나 지금은 운행되지 않는다. 등록엑스포는 대도시에서, 인정엑스포는 중소도시에서 하기 때문에 인정엑스포는 기반시설 조성비용이 많이 들어 사업성이 중요하다. 사라고사엑스포는 인정엑스포였는데 현재 국가관, 주제관등이 많이 비었다. 자하하디드가 설계한 다리도 폐쇄될 정도로 재생의 관심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사라고사역

 

이동중에 본 포도경작지


그리고는 빌바오 Bilbao를 향해 302㎞를 달린다. Rioja의 주도 료그리노Logrino를 지나가면서 많은 포도밭과 와이너리 본다. 프랑크게리가 설계한 건축물과 와이너리가 있는 마르케스 데 리스칼도 여기에 있단다. 이 지역 주품종은 템프라니오 Tempranillo 이다.

4시간을 달려 도착한 빌바오에서 가장 먼저 들린 곳은 노만 포스터Norman Foster가 설계한 고치모양의 지하철 역사출입구이다. 또 이 곳은 잔디 위로 달리는 트램도 볼만 하다. 그리고 아즈쿠나센터(Azkuna Zentroa)를 찾았다. 과거 포도주창고로 사용되다 2010년 스포츠와 문화센터로 재개관되었다. 점심식사 후 해체주의 프랑크게리의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을 둘러본다. 월요일이라 내부 관람은 허용되지 않았다. 네르비옹Nervion 강을 따라 주비주리(Zubizuri) 다리, 구시가지Casco Viejo에 있는 산티아고대성당에서의 cloister(성당에 연접하여 수도사들이 산책하면서 사색할 수 있는 중정 회랑), San Anton에서는 특색있는 제단화가 인상적이다. 



노만 포스터가 설계한 고치모양의 지하철 역사출입구

 

프랑크 게리의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산티아고 성당

 

San Anton에서는 특색있는 제단화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옆 다리의 야경 



 

제 5일(1월 30일)

부르고스(Burgos)시 답사를 포기하고 구겐하임 빌바오미술관을 관람하기로 했다. 셋사람이 남았다. 100유로씩 거두어 공동경비로 쓰기로 했다. 미술관 가는 도중에 산악케이블카로 정상에 올라 빌바오 시내를 조망한다. 그리고 미술관에 도착, 입장한다. 중앙에 두 개의 유리기둥이 있는데 엘리베이터로 이용되고 있었다. 3층 규모로 많은 작품수는 아니지만 설치, 회화, 조각, 영상 등 다양한 작품, 특히 20세기 표현주의 작가 작품이 많다.

마크 로스코, 윌리암 데 쿠닝, 입스 클라인, Anselm Kiefer와 R. Motherwell 회화 외에 Jorge Oteiza의 설치 작품, 개념미술의 Jenny Holzer, Narcius Galan의 유리가 가지고 있는 시각적 착각을 이용한 설치물도 돋보인다. 우리나라 작가로는 이우환 작가의 작품 두 점이 보인다.

기획전으로 Richard Seraㅇ의 <시간의 문제> 거대한 설치 작품들이 한 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 고무재질로 두텁게 미로형태를 설치하여 끝없이 이어지는 미로가 두렵기도 하면서 지난 삶을 되돌아 보게 된다. 또 하나의 방을 인물화로 가득 채운 David Hokney 전시회도 진행중이다. 손 자세가 이렇게 다양할 줄 몰랐다.



빌바오시내 설치작품

 

빌바오 전경을 즐길 수 있는 케이블카


 

구겐하임 빌바오미술관내 

 

구겐하임 빌바오내 홀저작품


도중 점심도 즐긴다. 파라구아이에서 왔다는 젊은 여종업원이 우리를 웃게 한다. 미리 인터넷예약을 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3시에 부르고스행 버스에 탑승한다. 터미날은 깨끗하고 이용에 큰 불편은 없다. 부르고스에서 다시 Leon행으로 갈아타고 택시로 호텔에 도착하여 본진과 합류하니 8시이다. 아침저녁으로 추워도 낮시간은 섭씨 13도 전후이고 창밖도 목가적 풍경이라 여유롭다. 여행속의 작은 여행이 사춘기 가출처럼 흥미진지하다. 


 

부르고스 버스터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