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k600394의 diary
길에서 길을 묻다

길에서 길을 묻다 56: 카가와현

by k600394 2017. 12. 28.


1

출발일이 가까와 질수록 낮아져 가는 항공권 가격에 속을 쓰려하며 다카마츠행 에어서울에 몸을 싣는다. 그만큼 기내도 한산했다. 1시간 반만에 다카마츠공항에 도착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다카마츠(高松)는 시코쿠(四國) 카가와현의 현청소재지로서 인구 42만명의 도시이다. 공짜표로 리무진을 이용하여 다카마츠역으로 출발했다. 카가와현 블러그에 신청하면 공항리무진 왕복권, 쇼도시마왕복 페리승선권, 그리고 리츠린공원 입장권의 무료쿠폰을 보내준다. 아주 요긴하게 사용했다.

도착 후 도보로 15분거리의 쇼도시마페리선착장으로 이동했는데 배편이 연결되어 바로 승선할 수 있었다. 바람이 제법 불었기에 흔들림을 걱정했지만 수천톤급 페리는 거의 흔들림없이 1시간만에 쇼도시마의 도쇼노항에 도착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텐큐호텔 카이로로 가는지를 어느 로컬버스 기사에게 물었더니 호텔로 전화하면 데리러 올 것이라고 한다. 그제서야 그 호텔에 송영서비스가 있다는 정보가 생각났다. 전화를 했더니 10분만에 작은 승합차와 함께 서둘러 직원이 나타났다. 일본 전형적인 모습의 중년 직원이었다. 나중에 보니 그를 비롯한 서너명의 중년 직원이 그들만큼 노쇠한 호텔을 성심성의껏 친절로 채워내고 있었다. 호텔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지만 큰길에서 급경사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야 하는 호텔이어서 걸어왔으면 고생할 뻔했구나 싶다. 하지만 높은 곳에 위치한 만큼 풍경은 최고였다. 바닷길이 갈라지는 엔젤로드도 한 눈에 들어왔고 햇살 가득 머금은 바다전경을 보느라 체크인시간까지 지루한줄 몰랐다.



호텔에 내려다 본 쇼도시마해변



짐을 풀고 저녁을 위해 추천해 준 식당을 찾아 나섰다. 호텔에서 저녁준비가 되지 않는다니 할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새옹지마였다. 일본요리집이었는데 가성비도 높고 일본와인챌린지에서 수상한 와인 한 잔 역시 만족도가 높다. 식당 저편에 걸려 있는 그림 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 전 박수근미술관에서 본 굴비라는 작품과 닮았다.



식당내 걸려 있던 생선 그림



돌아오는 길에 재미있는 것을 목격한다. 작은 가로등에 인근의 건물이나 식당명이 새겨져 있다. 명도에는 지장이 없으면서 현 위치도 알 수 있고 식당의 입장에서는 홍보효과도 있을 듯하다. 호텔의 온천에서 첫날의 피곤을 푼다.


 

2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을 갔더니 부페가 아닌 1인용 일본식 식사이다. 식사수준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아침식사를 하는 손님이 양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객실이 수십 개가 되어 보였는데 점점 쇠락해가는 큰호텔의 전형을 보는 듯했다. 어제 저녁식사 준비가 될 수 없었던 사정이 이해되었다.

송영서비스를 받아 도착한 도쇼노항에서 9시45분 섬관광버스에 오른다. 호텔을 통해 전날 예약을 해놓았었다. 버스이용과 각종 입장료 포함하여 1인당 5,070엔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중년도 지난 듯한 기사와 가이드는 편안하면서도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원숭이공원에서 원숭이 쇼와 안전장치안에서 먹이를 사서 주는 놀이를 안내하는데 아마추어에서 못벗어났다. 바위안에 모셔진 사찰, 계곡경관를 즐길 수 있는 로프웨이, 간장제조 장면이 궁금한데(이곳은 장류산업과 소면이 발달했다) 그냥 간장공장 기념품 파는곳만 다녀왔다. 24명의 아이들 영화촬영소도 다녀왔다.'24명의 아이들'은 우리의 '섬마을 선생님'같이 오래 된 인기영화인 듯한데, 그 영화 촬영장소를 관광지로 조성했다. 오래된 흑백영화를 직접 상영도 하고 촬영 당시의 학교, 원작소설가의 문학관, 사진갤러리, 기념품 가게와 카페, 서점까지 들어서 있어 볼거리가 많다. 반면 잔뜩 기대를 하고 갔던 올리브공원은 온천과 일부 식당은 문를 닫고 기념품가게 등만 운영되고 있어 기대에 못 미친다.



원숭이 공연




24아이들 영화촌



6시간 가량의 일정을 마치고 도노쇼항에 도착하니 자연스럽게 배편이 연결되었다. 다카마츠항 여객터미날에서 다카마츠역까지의 연결통로가 인상적이다. 도로위는 브릿지로, 건물 내부와 외부에 통로를 만들어 연결하고 있었다. 제법 어두워질 때 쯤 도착한 다카마츠역 인근의 다카마츠센츄리호텔은 이미 외관에서 기대를 저버리더니 직원들의 자세도 영 아니다. 밖에서 많이 머물러야겠다 싶다.



건물 외부로 연결된 보행통로


 

3

오츠카국제미술관은 세계 최초의 도판명화미술관이다. 오츠카그룹이 세계유수미술관에 산재하고 있는 유명미술품 1,000여점을 같은 크기로 특수기술로 도판에 인쇄하여 전시하고 있다. 세계적인 명화를 한꺼번에 감상은 물론 사진도 찍을 수 있고 만질 수도 있다.




오츠카국제미술관 입구



이른 시간 다카마츠역에서 2일간 할인티켓을 구입하고 오츠카국제미술관으로 출발했다. 후쿠시마역 또는 나루토역에서 내리는 방법이 있으나 후자를 택했다. 나루토역으로 가려면 이케노타니에서 환승을 해야했지만 역에서 미술관까지의 버스탑승시간이 15분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오츠카국제미술관은 마치 산속에 있는 듯 입구만 보이고 건물은 보이지 않는다. 3,240엔의 입장권을 구입하고 안으로 들어서면 이대역 높이정도의 에스컬레이터만 보인다. 이를 타고 올라 오면 그때부터 B3가 시작된다. B3에는 고대/중세, B2에는 르네상스, B1 바로크, 1,2층 현대미술이 전시되고 있다.

최근에 책으로 읽고 있는 비잔틴미술작품, 특히 이콘도 많아 정면성의 원리와 병렬의 원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루불에서 보았던 모나리자와 나폴레옹의 대관식은 물론 토오쿄오 국립서양미술관에서 가장 인상깊게 보았던 횜메르 작품도 보인다. 마크 로스코 추상화까지 폭넓게 전시되고 있다. 많은 <테오도코스>, <수태고지>, <최후의 만찬>을 소개하고 있어 바로 비교 감상이 가능한 점도 매력적이다. 작품수가 너무 많아 서두르다 보니 오히려 예상보다 빨리 오후 4시경에 미술관을 나설 수 있게 되었다.



횜메르의 작품




미켈라젤로의 천지창조



역순으로 해서 다시 숙소로 돌아오니 저녁식사시간이다. 에키벤(역사에서 파는 도시락)을 사가지고 왔는데 밥은 식었고 가격도 싸지 않아 경험으로 만족해야 했다.


 

4

다카마츠치코역은 다카마츠역과 지근 거리에 있지만 연결은 되어 있지 않은 고토히라전철 고토히라선의 출발점이다. 이 전철선에는 다양한 미술관으로 연결되는 시도선의 가와라마치역이 있다. 먼저 가장 먼 곳에서부터 미술관을 더듬어 오기로 했다. 시오야의 조지 나까지마 기념관이다. 그는 목공예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구하우스에서 한 점 본 적이 있다. 그 갈증을 풀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연말연시 휴관이라며 문이 굳게 닫혀 있어 사진 한 장 건질 수 없었다.

그래서 안내책자를 다시 살폈더니 갈 만한 곳이 많지 않다. 카가와 현립미술관, 이노쿠마겐이치로현대미술관, 이사무노구치 정원미술관도 빠졌다. 야쿠리역의 시코쿠무라박물관을 찾았다. 일본전통가옥을 집단적으로 이축하여 조성된 박물관이다. 박물관내 안도 다다오의 작은 갤러리에서는 도시락라이브러리가 진행되고 있었다. 노출콘크리트, 물을 이용하고, 주변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작가 정신은 그대로 살아 있었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시코쿠무라내의 미술관



고토히라구 신사를 찾았지만 너무 높아 발길을 돌려 일본 전통공원, 리쓰린공원에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고 붓쇼단에 있는 대중온천에 잠시 몸을 담근다.


리쓰린공원


 

5

원래는 대형할인매장인 유메(you me)를 찾아 나섰다. 아우렛과 대형전문상가밀집지역인 레인보우로드에서 잘못 하차했지만 나름 약전문상가와 대형서점이 있어 몇 가지 필요물품을 챙길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이 지역의 대표적인 도심상점가에 해당하는 효고상점가를 걸으며 아이쇼핑도, 식사도, 그리고 차도 한 잔하며 시간을 보낸다. 


 

 효고상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