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24년전 대만의 타이페이와 화련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땐 고궁박물관과 중정기념관, 총독부, 그리고 그 주변의 밀집된 기계공구상가를 둘러보았는데 청계 기계공구 상가와의 유사성에 놀란 적이 있다. 우연찮게 2박3일의 짧은 일정으로 다시 찾게 되었다.
타이완은 1894년 청일전쟁때 중국의 패전으로 일본에 할양되었다. 1945년 일본의 패배로 다시 되돌려 졌으나 1948년 장개석이 이끄는 국민당정부에 의해 지배된다. 원주민의 뜻과 상관없이 중국정부가 강제적으로 일본에 할양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해서는 우호적이다. 여전히 이 나라의 다동차와 유통업은 일본기업이 점령하고 있을 정도이다. 중소기업천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글로벌기업이 없어 글로벌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대만시민의 푸념도 들린다. 1인당 국민소득은 작년에 2만3천달러이다.
일찌감치 공항 2터미널에 도착해서 그림 구경에 나섰다. 천정에 매달린 강희란작가의 작품, 파빌리언에 시트지를 붙여 연출했다는 지니 서의 작품을 둘러본다. 지난 번에 확인했던 김병주작가 작품도 찾으려 했지만 못찾고 말았다.
2시간 반만에 대만 Taoyuan공항에 도착했다. 첫날 숙소는 시먼역 인근. 공항에서 400 대만달러를 충전한 이지카드를 구입해서 MRT를 탑승하니 30여분만에 타이페이메인스테이션에 도착한다. 보통과 급행이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시내를 둘러볼 겸 지하철로 갈아타지 않고 구글의 도움을 받아 걸어서 호텔에 도착했다. 특이하게도 13층에 프론트가 있다. 체크인을 마치고 저녁을 겸해 시먼역 부근으로 향한다. 한국인에게 많이 알려진 식당은 관광객이 너무 많아 피하고 인터넷 검색으로 적당히 알려진 딤섬식당을 찾았는데 나쁘지 않다.
그리고 과거 쇠락한 극장을 리모델링한 벽돌건물 홍루, 주변의 전통시장과 먹자골목 어우러진 길을 둘러본다. 우리의 홍대앞 분위기와 비슷하다. 길거리 공연도 있고 젊은 친구들이 까닭없이 모여드는 곳이다. 그러다 용수사를 찾아보기로 했다. 용수사는 바다의 신 용왕을 모신 사당이다. 구글 도움을 받아 걷다 보니 윤락가가 나타나기도 하고 마사지거리를 지나기도 했다. 그런데 10시에 폐쇄하는 용수사이기에 막상 도착해서는 멀리서 쳐다보기만 했다. 맞은 편 공원을 점령한 노숙자 무리에 더 눈길이 간다.
예스진지 출발시간에 여유가 있어 화산1914문화창의산업원구 Huashan 1914 Creative Park를 둘러 보기로 했다. 지하철로 2구역만에 도착한 shandao temple에서 도보로 2,3분거리에 있어 도심권역에 자리잡고 있었다. 과거 사케공장을 2005년 원래 건물을 거의 그대로 리모델링하여 각종 문화관련시설과 공연장, 젊은 아티스트 창작공간이 자리잡고 있었다. 지역주민들에게는 그야말로 공원 역할을 할 수 있는 녹지공간도 풍부한 듯하다. 때마침 일요일이라 진면목을 알 수 없었지만 문화창의 주제에 부합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듯하다.
예스진지는 예류, 스펀, 진가스, 지우펀의 앞 자를 따와서 지은 이름이다. 시간에 맞추어 도착한 메인역 출구에서 관광버스편으로 예류 지질공원로 출발. 사암으로 형성된 지질에다 풍화작용으로 인해 다양한 형상을 연출한 바위들이 바닷가에 분포하고 있었다. 더불어 돌고래쇼장도 함께 있어 가족나들이객에게는 매력적인 곳이다. 여기는 5월 두번째 일요일이 어머니날이라 가족 나들이객도 많아 보인다. 참고로 아버지날은 8월 8일이다.
다시 출발하여 도착한 곳이 스펀으로 천등을 날리는 곳이다. 외세들이 쳐들어 올 때 그 결과를 알리는 신호였으나 지금은 이벤트용으로 바뀌어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천등을 하늘로 날려 보낼 때는 다양한 기원을 담는데 가장 많은 기원이 로또 당첨이고 특히 젊은이들은 건물주가 되길 기원한단다.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천등을 날리는 곳에 30분마다 관광객용 기차가 다니는데 그것으로 철길 주변이 소란스럽다.
다음은 금광을 캐던 광산마을로 향한다. 과거의 부와 명성이 남아 있는 듯하여 부의 기운을 담아 오려는 이벤트가 많다. 광부의 도시락을 주문해서 먹을때 도시락 포장박스를 포함하면 가격이 약간 비싼데 실로 무용하다.
마지막으로 간 곳이 지우펀. 골목시장이라고 보면 된다. 좁은 시장 골목에 취두부 냄새에다 관광객이 많아 미어터지는 듯하다. 아예 물건을 살 엄두조차 내기 함들다.
타이페이역에 돌아 온 시간이 저녁 8시경. 몸은 지치고 땀 냄새로 시큼한 듯하다. 오늘은 공항 근처 노보텔호텔이 숙소라 숙박도 편하고 내일 이른 출발도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오늘이야 호텔조식후 셔틀버스편으로 10분거리 공항에 가는 일만 남았다. 좌석 배정 받고 면세점 일대를 둘러본다. 종업원의 불친절이 눈에 들어온다. 구매 마음을 거둔다. 귀국 후 리무진버스 승강장에서 똑 같은 현장을 목도한다. 리무진버스 하부에 짐을 싣는 종사자들이 짐을 실으면서 어디가느냐고 험악한 얼굴과 거친 목소리로 묻는다. 외국인들은 겁먹은 얼굴로 스마트폰 지도를 내밀곤 한다. 관광 마음을 거둘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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