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은 자하문 터널 일대를 가르키는 지역이다. 언제인지 기억도 없는 오래 전에 개발제한구역 현황을 둘러보기 위해 무계정사를 찾았던 기억 정도만 남아 있다. 요즘은 곳곳에 카페가 들어서면서 맛거리로 상종가를 치고 있다.
호텔관광경영학부와 자산관리학부 학생들 20여명, 오늘 문학기행 안내를 맡은 유진숙작가와 함께 윤동주문학관부터 답사에 나섰다. 과거 옥인아파트 급수를 위해 사용되던 가압장과 물탱크가 옥인아파트가 철거되면서 쓸모가 없어지자 용도를 고민하게 되었다. 인근 수송동에서 시인 윤동주가 3개월 하숙생활했다는 기억에 의존해 그의 문학관를 짓기로 했다. 많지 않은 자료와 10여분의 영상자료에도 불구하고 그의 문학과 삶에 숙연해지기가 충분하다.
문학관 옥상에 마련되어 있는 노천카페도 운치가 넘친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서울 사소문의 하나인 창의문을 넘어 부암동으로 진입하여 유일하게 과거의 기억이 남아 있던 무계정사로 향한다.
무계정사는 안평대군의 개인 별장으로 많은 문인들과 예인들의 교유장소로 유명했다. 그러나 그가 역적죄로 처형되고 나서 버려진 뒤안길이 되었다. 한때 빈처의 작가 현진건이 살기도 했다. 그 이후 방치되어 있다시피했으나 지금은 높은 담으로 가려진 유형문화재가 되었다. 공공이 이렇게 조성한 것인지 개발제한구역 관련법 개정으로 한시적 건축이 가능해진 틈을 타 개인이 조성한 것인지 알길은 없지만 어느 쪽이라도 아쉬움은 남는다.
조금 더 내려오면 구가 조성한 '무계원'이라는 문화공간을 만날 수 있다.
다시 반대편으로 넘어와 환기미술관을 찾았다. 시인 이상과의 인연을 소개정도만 받고 작품 구경은 다음에 넉넉한 시간으로 미룬다. 다시 조금 더 올라오면 박노해시인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를 만날 수 있다. 시대의 아픔을 노래했던 민중시인 박노해가 사진작가로 변신하여 제3세계를 찾고 있다. 이번 사진전 주제는 팔레스타인이다. 작가가 안내하는 문학답사는 여기까지이다.
온 김에 임재만교수에게 전화를 드려 그의 집 구경을 부탁해보기로 했다. 갑자기 하는 성가신 부탁에도 평소의 넉넉한 성품대로 흔쾌하게 응해 준다. 부암동 꼭대기에 위치한 2층짜리 벽돌 건물은 경사지를 이용해서 잘 자리잡고 있다는 느낌이다. 갑작스런 방문에도 캔 맥주와 정갈한 샐러드 안주로 해준 환대도 고맙지만 임교수의 부부애가 더 따뜻하게 다가온다.
그의 안내로 백석동천- 시인 백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흰돌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인듯-을 찾았다. 그의 집에서 오백미터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지만 마치 강원도 심산유곡에 온 듯 하다. 서울에 이런 깊은 산이 있었나 싶다. 여길 들리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싶어 학교 행사 참석때문에 일찍 출발한 학우들에게 괜히 미안하다. 반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다시 생활인으로 돌아와 보면 불편이 한 두가지가 아닌 듯 싶다. 경사가 가팔라 내려오기도 힘들 정도이니 올라가는 수고는 말해서 무엇할까. 눈이라도 오면, 이사라도 할라치면... 마을버스도 다니지 않는 듯하고 택시라도 타고 오려면 기사 눈치보느라 좌불안석일 것이 뻔하다. 그 흔한 편의점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평당 1천오백만원정도 이라고 하니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아야 할 정도로 매력있는 주거지, 그 불편함을 즐기고 사는 사람들에게 허여된 무릉도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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