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참여하고 있는 한국 내셔날 트러스트가 진행하는 문화유산기행에 같이했다. 도시분야에 오리엔티드된 것은 아니지만 무슨 대수랴. 30명 가까운 인원이 참여하는 성황이라 힘겨웠지만 훌륭한 답사였다고 할 수 있다. 동묘역에서 집결하고 처음으로 이동한 곳이 관우를 모신 사당 동묘. 그런데 때마침 공사중이라 현판만 확인하고, 대신 한 벌에 2,3천원하는 극히 저가의 구제옷을 파는 시장을 둘러 본다. 구제옷을 파는 가게와 노점상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50년 연륜을 가진 동대문아파트에서는 초기 아파트 그 시절을 엿볼 수 있다. 중정형태의 건축구조, 반대편 복도와 연결되는 빨래줄, 녹슨 방범창 등
일행들은 동망정(東望亭)을 오른다. 단종비 정순왕후가 영월의 단종을 그리워하며 올랐다던 정자이다. 해설자의 설명으로는 이 주변이 싸게 한옥을 구입할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지역이란다. 그러나 많은 다가구나 다세대 저층부에 이미 의류관련 업종이 들어서 있어 소음이 심하다.
그리고 정순왕후가 평생 거주했던 곳이라고 알려진 정읍원 터에는 영조의 글씨로 된 비석만 남아 있고 바로 연접하고 있는 청룡사는 오랜 비구니 사찰로 유명하다.
한성대 뒷편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과거 퇴락한 불량주거지는 온데간데 없고 근대화의 상징 아파트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도 무지막지하게 고층 일변도가 아니라 나름 스카이라인을 유지하고 있어 위압적이진 않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수광이 청빈한 삶을 살았다고 알려진 비우당까지 보고 한양도성과 낙산공원까지 걷는다.
낙산공원에서 창신동 봉제골목으로 연결되는데 내려가면서 지역방송국과 변화에 대응하는 봉제공장들을 확인할 수 있다. 도시재생사업 선도지구로 지정되어 각종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근사한 외관의 봉제박물관에는 생산과정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마스터를 소개하는 공간 등 다양한 기획력이 돋보이지만 아련한 추억거리에 호소하는데에 머무는 듯하여 아쉬움도 없지 않다. 평면적인 흑백사진 나열에 그치고 있어 첨단 기술 활용이 아쉽고, 호기심을 유발하거나 그 의의를 자각할 수 있는 안내체계가 미흡하다. 점점 고령화되어 가는 노동인구와 객공 등으로 대표되는 불안한 노동력체계에 대해서는 어디에서도 다가갈 수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힘을 내서 찾았던 한양도성박물관에서도 아쉬움이 더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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