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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600394의 diary
길에서 길을 묻다

길에서 길을 묻다 66: 피렌체와 베네치아

by k600394 2018.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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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는 로마를 떠나 피렌체로 가기로 되어 있다. 테르미니역에서 고속철도는 정확하게 출발했다. 1시간 반만에 피렌체 노벨라역에 도착한다.

'와 르네상스 도시이구나'하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아르노강가의 숙소에 짐을 풀자 말자 베키오다리를 건너 베키오궁전앞 시뇨리아광장에 이른다. 다리에서는 버스킹이 있고 광장에서도 공연이 있었다. 베키오궁전Vecchio palazzo 앞 로지아디란지Logia di lanzi에는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복제품 조각품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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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와이너리 투어가 있는 날이다. 택시로 30분거리에 있는 Antinori winery. Solaia, Tignanello, Peppoli와인의 끼안티 클라시코로 유명한 와이너리이다. 끼안티 클라시코는 80%을 산지오베제로 사용해야 하고 black rooster 문양의 라벨이 함께하는 이태리 대표적인 와인이다. 그런데 도착하자 마자 그 규모에 놀라고 와이너리 건축물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번 놀랐다. 특정 건축가 아닌 hydea엔지니어링과 Antinori가문의 협업으로 완성된 이 와이너리에는 소위 가문의 전통이 깃들어 있는 듯하다. 지역의 테라코타, hunagarno목재와 같은 지역자원을 적극 사용하여 건축하였단다. 경사지형을 이용하고 중앙부에 뱀 형태의 계단, 개방감을 갖는 유리소재를 적극 활용했다.

생산공정 답사에 이어 시음의 기회가 주어졌다. 블렌딩와인인 Tignanello가 가장 취향에 맞다. 100%산지오베제는 풍부한 과일향에도 불구하고 입안에서 타닌감만 강하게 느껴질 뿐이다. 마지막으로 야외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미스트가 뿌려지고 있고 포도재배지 곁에 마련되어 있어 운치가 더하다. 양고기, 치즈가 와인과 함께 제공되었다. 소형 칸티나에서 음미하는 수준의 와인시음과 다른 규모와 정성에 놀라고 호사를 누린다.





귀가 길에 the mall이라는 명품아울렛에 들린다. 중국인이 없으면 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중국인들이 넘친다. 유료 셔틀을 타고 숙소로 돌아온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하러 길을 나섰다. 이 때 처음으로 듀오모성당과 죠토의 종탑 그리고 baptistry와 마주치게 되었데 완전히 넉을 잃었다. 섬세함과 예술적 설계, 미적 감각을 이미 글로써는 읽었지만,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의 감동을 잊지 못할 것이다.

저녁은 중앙시장San Lorenzo Market로 정했다. 스테이크와 해산물을 싼 가격에 넉넉하게 즐길 수 있었다. 구조는 푸드코트형식인데 와인도 팔고 숯불치킨도 파는 음식천국이다. 그 다음 날 다시 찾아 갔을 때 한켵에서 요리강좌가 이루어지는 것도 목격할 수 있었다.

오늘은 Corvina품종의 masi인데 역시 이 품종이 좋다. 보다 가볍고 스위트하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이태리 서북부 Prunotto에는 바롤로롤 유명한 네비올로 품종이, 동북부는 Scaia로 알려진 Corbina품종이, 그리고 중부 Toscana 지방은 산지오베제 품종의 와인이 유명하다. 최상급의 DOCG, DOC 등으로 질적 분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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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속에 호텔 루프탑에서의 아침식사가 환상적이다. 그리고는 우피치미술관 투어에 나섰다. 베키오궁전과 란지로지아 사이를 지나면 우피치미술관이 자리잡고 있다. 도슨트의 폭넓은 식견으로 많은 도움을 받는다.

르네상스 초창기를 연 조토의 이콘화. 평면에서 입체적인 느낌이 살아나고 있었다. 리피lippi에서는 템페라가 들어오면서 훨씬 섬세해졌고, 우첼로의 산마리노전투는 최초의 전쟁화라고 할 수 있으며 3등분중 하나인데, 역시 템페라 덕분에 오늘날과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지만 원근법이 아직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시대를 넘어서는 보티첼리Botticelli의 비너스의 탄생, 라 프리마베라에서 더 큰 감동이 다가온다. 사진으로야 잘 알고 있었지만 원화에서 느껴지는 진한 감동은 기대 이상이다. 바사리통로도 확인해보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회화 몇점도 보고 라파엘로에서 멈춘다. 그의 성모자상에서는 완성의 느낌이 든다. 복제품 라오콘을 지나면 매너리즘이 등장한다. 매너리즘 미술에서는 다양한 포즈가 등장하고 예수의 그림에 영수증도 등장할 지경이다.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는 것이 매너리즘이다. 미술사 매너리즘에서 자주 등장하는 Parmagianini의 목이 긴 성모도 여기에서 본다. 사실주의 카라바지오의 여러 작품을 확인하고 바로크, 로코코까지 이어져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렘브란트 그림까지 확인할 수 있다.



지친 다리를 이끌고 숙소로 돌아왔지만 다시 전열을 가듬고, 이미 예약되어 있는 아카데미아미술관에 진입한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그리고 그의 매너리즘 계열의 피에타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다비드상의 감동이 모든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 높이가 4미터에 달하는 거대 조각상에서 핏줄까지 두드러져 보이는 섬세함에 감동이 밀려온다. 이 작품을 미켈란젤로 26세에 완성했다고 하니 그의 천재성에 겸손해진다.



그리고 곧 일행과 헤어져 싼 숙소로 옮겼다. 옮긴 숙소가 전통적인 건축물의 민박이었는데 판단 착오였다. 불편하기 이를데 없다. 모두 4개의 열쇠꾸러미를 들고 다니면서 풀고 잠그기를 반복해야 했다. 내 방에 들어와서도 열쇠로 문을 잠궈야 했다. 그나마 역에서 가까운 것이 다행이다.

짐을 옮겨놓고 다시 편안한 마음으로 시내 구경에 나섰다. 그랬더니 어제 그냥 지나쳤던 바실리카 노벨라 전면에 현대미술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후 8시까지 개방된다니 성큼 들어섰다. 작품들속에 모란디 작품 1점이 있어 즐겁다. Mario Sironi의 거친 붓터치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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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조식 후 미켈란젤로언덕에 올랐더니 피렌체 시내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밤새 내린 비로 최고의 전망을 연출한다. 천천히 걸어내려오면서 성벽을 살필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참고로 피렌체 등장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피렌체를 도시로 탄생시킨 사람은 카이사르 Caesar이다. 로마 영토 곳곳에 주로 은퇴한 군인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해주기 위해 도시를 건설했는데 그 중 하나가 피렌체이다. 도시는 정방형의 성벽, 네 개의 성문, 중앙광장과 동서, 남북 방향의 중심도로를 갖추었다. 도시를 둘러싼 경작지는 이미 로마의 격자형 체계로 구획되어 있었다. 외곽 경작지는 아르노강과 같은 방향으로 형성된 반면 정방형의 도시는 30도 틀어진 형태로 형성되었다.

도시 내에서는 간선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forum이라는 광장이 설치되었고 내부에는 Domus 주택이 자리잡고 있었다. 로마시대 후기가 되면 도무스는 도로를 따라 저층이 상업공간이 되고(taberna화) 더 나아가 집합주택 insula으로 진화한다. 그리고 도시는 이 이후 주로 동쪽으로 확대가 두드러지면서 부정형으로 모습이 변하게 되었던 것이다.

로마제국 멸망 후에는 정체되다가 신성로마제국이 이곳을 통치한 8세기후반부터 활발해졌으며 1052년 토스카나의 수도를 피렌체로 옮겨오면서 중심이 되었다. 하지만 1075년 황제와 교황 갈등이 본격화되고 피렌체는 교황을 지지하면서 정치적 투쟁길에 들어서게 된다. 1115년 이후에는 코무네commune자치도시가 되면서 길드가 중심세력이 된다.

이 때에는 귀족들의 탑과 탑상주택casa torre이 일반화되는데 르네상스시대 부유층을 위한 팔라초palazzo가 정착될 때까지 중요 주거유형의 지위를 차지한다. 특히 탑상주택을 연속적으로 지어 방어의 효과를 높혔다.

 


1289년 농노제 폐지되면서 도시로 이주가 극에 달한다. 새롭게 성벽도 쌓고 성당도 건설된다. 이때 산타크로체 바실리카도 건설되는데 피렌체 4곳의 중심되는 교회중 하나이다. 인구 유입이 활발해지면서 도시의 외연적 확장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 성당에는 미켈란젤로, 갈릴레이, 마키아벨리 등의 무덤이 있다. 천재들이 영면하고 있는 현실속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옷차림도 단속할 정도로 엄숙하다. 그리고 단테의 기념비가 성당 정문을 지키고 있지만 그의 무덤은 여기에 있지 않고 라벤나에 있다.

성당의 오른 편에는 cloisters가 있고 첫번째 cloister를 전면광장으로 활용하는 듯하게 브루네렐스키가 설계한 소박한 pazzi chapel이 있다. pazzi의 급습(파치가와 교황이 모의하여 로렌초와 그 동생 줄리아노를 죽이고자 모의했으나 동생만 살해)으로 유명한 가문의 예배당인데, pilaster로 단장되어 있는 르네상스스타일 전형이다. 하느님 앞에 이렇게 겸손하면서 정치권력싸움에서는 살인을 저지럴 정도로 무자비했던 아이러니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1960년대에 홍수로 유실되었던 치바부에의 십자가 배너가 복원되어 전시된 공간이 있다. 예수가 인간적 모습으로 십자가에 매달려 고통스럽게 몸을 뒤트는 사실적 형상을 담아내고 있는데 그 의의가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성당에는 가죽 공방이 연결되어 있어 제조과정과 제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바실리카 양식에서 벗어나 같은 크기의 두개 예배공간으로 건설된 Orsanmichele성당도 호기심에 들려보고 다시 pitti궁전으로 향한다. pitti가문의 저택을 공공이 사들여 공원으로 조성된 곳으로 boboli정원이 유명하다.

이 저택의 외벽은 우리의 서울성곽처럼 거칠게 가다듬은 큰 돌을 쌓았는데 사실 여기만이 아니라 palazzo strozzi 등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자재인 것 같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4세기 후반부터 상류층의 팔라초가 지어진다. 이들은 일정한 규모인지라 시의 외곽에 들어설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직주분리의 개념이 적용되기 시작한 선례라는 주장이 있다. 비례 입면, 거친돌쌓기 기법rustication, 아치형 창문, cornice, pilaster(벽의 일부이나 기둥처럼 보이는 의장 기법), 로마 도무스에 근원을 둔 중정이 특징이다. 나중에는 저층부 벽면을 회반죽으로 마감하고 그 위에 프레스코 또는 그라피토 장식을 적용하기도 한다.

이제 피렌체를 떠나야 할 시간이다.

로마는 명예가 없었다. 과거의 유산을 가지고 거들먹거리는 쇠락기업의 자식같았다. 동네에 하나 밖에 없는 식당같기도 하다. 오기 싫으면 오지마...

그런데 피렌체에는 자부심과 장인정신이 있었다. 도시 전체에 이야기가 있고 문화와 예술이 있다. 또 쇼핑하기도 좋다. 아울렛도 명품거리도 자리잡고 있다.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지만 피렌체 역사와 문화, 예술에 젖어드는 것 같다. 우리 서울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라는데 까지 생각이 이어진다.

아듀 피렌체...

역사는 언제나 사람들로 넘친다. 고속철도로 2시간만에 베네치아에 도착한다. 베네치아는 수상 교통수단이 발달되어 있다. 수상버스 바포레토 , 곤돌라 등. 베네치아 산타루치아역에서 내리면 바로 수로가 보이고 바쁘게 오고 가는 수상교통수단들이 보인다. 1회 7.5유로 바포레토 티켓을 구입해서 방향에 맞추어 탑승하면 된다. 2번루트 바실리노역에 내려 숙소를 찾아 왔다. 남겨진 컵라면이 있어서 요기하고 쉬기로 했다.

 


5

역시 후기대로 이 호텔의 아침은 풍부했다. 기분좋게 시작했다. 그런데 호텔직원이 매주 화요일에는 메기 구겐하임미술관이 휴관이라고 알려준다. 오 마이 갓...이 곳 방문한 목적중의 하나인데. 내일 출발시간을 늦출 수 밖에 없다.

바포레토 2일권을 사려고 선착장에 왔는데 자동발권기계가 먹통이라 10분을 씨름했다. 다행히 인근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방향별로 선착장이 다르다는 것을 안 것도 이때다.

겨우 2번수상버스를 타고 마르코광장에 도착하니 10시에 가깝다. 대충 두칼레궁전, 산 마르코 바실리카(외부는 고딕 양식으로 바뀌었지만 내부는 비잔틴양식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등을 보고 리알토다리를 거쳐서 폰다멘테누보 선착장에 도착한다. Murano, Burano행 바포레토를 탈 수 있는 곳이다. 무라노는 유리공예 비법을 유지하기 위해 유리공장을 이 섬으로 이전시키면서 1000년동안 비법을 유지했다는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부라노에 더 마음이 끌렸던 것은 아무런 자산이 없는 곳에 주택에 갖가지 색색의 도색을 통해 관광지로 거듭난 곳이기 때문이다. 안개가 많은 곳이라 주택 색상을 등대삼아

귀환하려는 어부를 위한 발상이라는 설도 있다.

먼저 부라노 선착장 일대를 둘러보고 노천카페에서 리조토에 베로나와인 발렌티노를 함께 했는데 역시 코르비나와인은 실패하지 않는다. 검색결과에서 발렌티노는 시실리아 와인이라는 소개인데...

돌아오는 길에 무라노도 들렸다. 유리공장이 많으니 유리제품 판매하는 곳이 많다. 생활용품이 아닌 예술유리제품은 몇백만원 라벨을 달고 있지만 구매욕이 들 정도로 수준이 높고 아름답다. 장인의 손길이 대단하다.

 

 

그리고 수상버스를 갈아타고 아카데미아미술관에 도착했다. 여기에는 베네치아화파의 작품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미술사적으로 베네치아화파는 빛과 색채를 활용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티치아노, 틴토레토 등도 있지만 평소에 궁금했던 베두타veduta 화가 카날레토Canalleto를 찾았는데 찾을 수가 없다. 대신 Tiepolo의 십자가의 향연은 실로 베네치아화파의 전형을 보여주는 감동이 있다.

베니스에서의 마지막 밤이라 해가 질 즈음 밖으로 나왔다. 베니스는 자동차는 전혀 보이지 않고 보트, 곤돌라 천지이다. 자동차운전면허증보다 보트운전면허증을 더 많이 가지고 있을 듯하다. 할머니가 요트를 모는 것도 본다. 실질적으로 보도와 차도가 엄격하게 분리되니 가장 걷기 좋은 도시임에 틀림없다. 8시49분이 해지는 시간이라 9시가 넘으면서 카페에 불이 들어오고 사람들도 모이는 것 같다. 어디 끼일 만한 곳이 없을까 기웃거리다가 서민용카페에 들어간다. 왜 서민용이냐면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키안티클라시코만 해도 3유로. 더 싼 것도 있다. 그런데 9시 마감이고 와인을 주문하면 잔도 플라스틱잔이란다. 노 프라블럼. 한 잔 들고 밖으로 나와 수로턱에 걸터앉아 마지막 밤의 시간을 보낸다. 이것이 삶이고 즐거움이고 위안이지.

 

6.

베니스는 관광을 위한 도시임에 틀림없다. 어제 아카데미아미술관앞도 한산했는데 구겐하임미술관앞도 마찬가지이다. 덕분에 여유있는 관람이 가능했다. 하지만 좁은 복도에 배치한 그림은 통행이 많아 감상하기 어렵다.

피카소, 클레, 로스코, 에른스트에 자코메티, 브랑쿠시 작품도 설치되어 있다. 베이컨의 작품은 책자에 소개되고 있었으나 전시되고 있지 않아 아쉬웠다. 작지만 알찬 전시였다. 로마로 출발 시간을 늦춘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호텔에서 체크아웃하면서 3일 동안의 city tax로 9유로를 내고 아듀 베니스를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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