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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600394의 diary
길에서 길을 묻다

길에서 길을 묻다 68: 미쿡 뉴욕(1)

by k600394 2019.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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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도 더 전에 공무원단체연수로 방문했던 뉴욕은 나에게 맨하탄이 전부였다. 록펠러센터, 엠파이스테이트빌딩, 센트럴파크, 그리고 자유의 여신상 출발지였던 곳으로 기억난다.

 

그 기억을 안고 13시간을 날아와 JF케네디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의외로 입국자가 없다. 기내 좌석도 빈 곳이 많았고 입국수속을 받는 입국자도 우리 비행기 탑승자가 전부인 듯하다. 맨하탄으로 향하는 우버택시도 한가한 도로상황으로 막힘없이 호텔에 도착한다. 이 모두가 성탄절에 기인하는 듯하다. 하지만 대부분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일부 열고 있는 식당도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식사가 여의치 않은 고충은 감내해야 했다.

 

체크인도 되지 않는 이른 시간이라 호텔에 짐만 맡기고 시내로 나선다. 지근거리에 있는 뉴욕공공도서관 뒷편의 브라이언공원에 야외스케이트장이 개장되어 있고 주변에는 기념품 가게와 식당들이 성업중이다. 다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록펠러센터를 걸어서 찾았다. 12개 건물군으로 이루어진 복합시설이다.

 

 

 

크리스마스트리와 야외스테이트장이 들어선 선큰플라자 주변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사람에 떠밀려 지하 식당가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시간을 내서 파크애버뉴에 들어서 있는 시그램 빌딩을 찾았다. 미국 도시계획제도 변경을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공개공지를 확보하면서 높은 용적률을 얻어 내어 1958년 완공한 38층 건물이다. 그리고 미스반데어로어 Mies van der Rohe와 필립 존슨Philip Johnson이 설계했는데, 극단적 단순함을 추구하는 국제주의양식의 꽃이 된 건물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미국의 도시계획의 변천과정을 간단히 살펴보자.

미국의 동부 연안도시가 팽창하기 시작한 것은 유럽인들의 이주에 기인한다. 특히 1840년대 이후 미국의 산업화와 농업경제에 기반을 둔 농산물 수출교역지가 출현하지면서 도시체계가 형성되기 시작되었다. 하지만 19세기에 들어 증가하기 시작한 도시와 대중교통수단의 증진으로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열악한 거주환경이 초래되고 슬럼화가 진행되었다. 이에 대해 물리적 환경을 재조직화해야 한다는 사회개혁의 요구를 증대시켰다. 이때 교외주거지(Suburbs), 도시 내 공원(In-city parks), 넓은 대로(Boulvards), 산업단지(Industrial communities) 개념이 출현한다.

1893년 시카고 세계무역박람회을 계기로 Daniel Burham이 주도한 도시미화운동(the City Beautiful Movement)이 활발해진다. 도시 중심에 중심센터를 건설하고 공원과 넓은 대로를 건설하며 지구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면서 도시를 정교한 예술작품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 전망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도시미화운동은 대도시상인연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번함 사망이후에는 기능적 도시(the City Efficient)로 전환했다.

한편 1609년 헨리 허드슨에 의해 발견된 맨하탄은 네덜란드의 식민도시로 유지되다가 1664년 영국에 의해 지배를 받게 되고 1783년 독립에 이르게 된다. 1811년 성립된 뉴욕 맨하탄의 도시계획은 암스테르담을 따라 폭4킬로 길이29킬로를 천편일률적으로 격자형으로 나눈다.

 

 

 

 

블럭은 180미터 × 60미터 모듈로 하고 이를 다시 7.5미터 × 30미터의 획지(lot)로 구분된다. 남북으로 폭 30m로 12개 도로, 동서로는 18m폭 155개 도로가 들어서고 2,028개 블록으로 나누어진다. 각종 무역박람회를 통해 고층전망대와 엘레베이트가 만들어지면서 도시경관에 더 큰 변화가 나타났다.

그리고 1916년 지역제 조례(Zoning Ordinance)의 제정에 근거한 건축규제(New York City building Zone Resolution)는 건축물의 용도, 높이, 건폐율을 종합적으로 규제하고자 했다. 이는 건축사선 없이 수직으로 높이 540ft로 건설된 1915년 Equitable Building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3개의 용도지구, 5종류의 인접가로 폭에 비례해서 제한하는 고도제한지구가 있다. 가로까지 채광이 이루어지도록 사선제한을 통해 상층부가 점차적으로 후퇴하고 대지 면적의 25%는 높이제한 없이 허용했는데 그 결과 훼딩케이크형 건물이 등장하게 된다.

 

1961년부터는 천공노출면(sky exposure plan) 규제로 대체된다. 천공노출면을 포함할 수 있는 건물의 고층부분은 25%에서 40%로 증대된다. 용적률(floor area ratio) 개념을 도입하여 사무소건물의 FAR을 15로 정한다. 그리고 용적률 18의 시그램빌딩과 같이 건물주변에 양질의 오픈스페이를 확보하면 인센티브가 부여되기도 했다. 그 외 플라자 보너스, 특별지구 보너스제가 도입되어 인센티브가 부여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맥락조닝(contextual Zonning)을 도입하고 있다. 기존 근린지역과 조화를 고려하여 상업지역에서는 맥락상업지역과 비맥락상업지역으로 구분한다. 전자는 근린지역과의 조화를 위한 용적규정을 적용받고 후자는 천공노출면 규정을 적용받으며 최고밀도지역에서는 타워규정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 용도지역 변경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맥락조닝이 63%, 다운조징이 23%, 업조닝이 14%이다.

1967년부터 뉴욕시 랜드마크 보전법에 의해 지역별로 몇몇구역을 랜드마크로 지정하였다.

 

다시 록펠러센터로 돌아와 예약했던 70층 높이에 있는 top of the rock에 오른다. 맨하튼의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지상으로 내려왔을 때에는 더욱 사람으로 넘쳐난다. 바쁜 걸음으로 호텔로 돌아와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힘든 하루에 지친 몸을 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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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눈을 떴다. 더 정확하게는 한밤중이었다, 자정도 되기 전에 잠을 깼으니. 아침까지 뒤척이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누릉지 한 숫갈 들고 길을 나섰다.

센트럴파크까지 직진하면서 출근길 모습도 살펴본다. 센트럴파크 서쪽에 면하고 있는 다코타라고 하는 중정형 고급주택을 찾았다. 존레논이 거주하던 곳이다. 센트럴파크 내에는 그의 죽음을 위로하는 'imgine' 표식의 공간이 있다.

 

 

 

 

 

센트럴파크 남서모퉁이에 있는 콜롬부스circle과 워너센터라는 복합쇼핑몰도 둘러보고 8번 Avenues 를 따라 남쪽으로 향한다. Port bus terminal, New York time지 본사가 있는 있는 이 곳은 미드웨스트로 1,2년의 단기체류형이 많고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지역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하철e라인을 타고 트라이베카 Tribeca까지 내려간다. 여기에서 우리와 다른 2가지 지하철 이용포인트가 있다. 첫째는 우리는 같은 역이라도 호선에 따라 승강장이 완전히 다른데 이 곳은 같은 승강장에 노선을 달리하는 전철이 발착을 하고 있었다. 둘째, 탈 때는 지하철티켓을 기계에 데면 되지만 내릴때는 그냥 빠져나오기만 하면 된다.

 

트라이베카에 있는 부동산법인의 담당자를 만나 많은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베터리파크시티 Battery Park City는 수년전에 개발이 활발했던 곳이다. 국공유지이기 때문에 주택구매시 가격은 낮지만 거주를 위해서는 토지분 임대료와 공원이용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거주 부담이 있는 지역이란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임차수익을 위해서는 월스트리트 인근의 파이낸셜디스트릭트 Financial District가 유망하단다. 금융계 종사자들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란다. 그외에 트라이베카, 웨스트빌리지West Village 는 새롭게 뜨는 지역이란다. 최근 어메너티가 충분한 신규 개발도 있지만 리모델링을 통해 겉과 달리 속이 충실한 콘도나 스튜디오가 많단다. 인근에 새롭게 개발, 비싼 가격에 분양했다는 레오나르도56(젠가콘도)를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온다. 젠가콘도는 Herzog & de Meuron이 설계했다.

 

 

 

 

 

밤에는 미리 예약했던 뮤지컬 시카고를 즐기고자 하였지만 시차 적응에 완벽하게 실패한 덕분에 2시간의 공연내내 꿈속을 헤맸다. 오늘 밤은 또 어떻게 지내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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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서둘러 체크 아웃하여 호텔을 옮긴다. 하이야트 파크 호텔. 센트럴파크가 10센티 정도 보이는 파크 뷰도 가진 고급호텔이다. 바로 맞은 편에는 카네기홀도 보인다. 호텔내 로버트 롱고 Robert Longo 의 석판화도 유명하다.

 

 

 

 

 

 

 

우버택시편으로 휘트니미술관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까지 와서 일정을 시작한다. 휘트니미술관은 미국의 철도왕 코넬리우스 밴더빌트의 증손녀이자 해리 휘트니의 아내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가 설립했다. 휘트니 비엔날레를 개최하여 조지아 오키프, 그랜트 우드 등을 발굴하기도 하였다.

8층 건물이라 8층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비슬리 Beasley라는 젊은 작가의 초대전인데 산업화를 상징하는 쓰레기, 소리 등을 가지고 작품화하고 있다. 7층은 1960년대까지의 호퍼 초기 등, 그리고 6층은 그 이후의 미디어 아트 중심으로 전시되고 있다. 당연히 백남준, Campbell은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하층은 앤디워홀 특별전이다. 앤디워홀 전에 특히 관람객들이 붐벼 미국에서 그의 인기를 실감한다.

 

 

 

 

 

휘트니미술관은 하이라인 Highline 출발지이자 끝이다. 하이라인으로 올라가서 산보를 시작한다. 하이라인의 공원건축가는 한국인 황나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새롭게 들어선 하이라인 횡단 건물인 스탠더드호텔도 본다. 오늘의 모습을 만들었고 관리의 주체이기도 하는 '하이라인의 친구'의 공동 설립자 안내판, 길 아래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도 확인한다. 기념품도 판매하고 있는데 이 수익금은 관리비용에 소요된단다. 하이라인의 인기 덕분인지 인근에는 건물공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다미안 오르테가의 그라피티 조각 시리즈를 볼 수 없어서 아쉽게 걸음을 돌린다.

 

 

 

 

 

 

 

 

 

연접해서 첼시역사지구가 있다. 첼시지구는 맨하튼 14번가에서 30번가 사이에 있는 350개 이상의 갤러리가 밀집해 있다. 1990년 중반부터 다운타운지역의 비싼 땅값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예술계 종사자, 화상들이 공장지대와 허름한 창고의 흔적이 남아 있던 이 지구로 대거 유입됐다. 미드타운이나 업타운의 화려함과 다른 독자적인 문화상을 형성해 나간다. 첼시지구 가운데에 첼시마켓이 있다. 과거 오레오 과자를 만들던 나비스코 과자회사의 공장을 개조한 곳이다. 부동산 개발업자 어윈 코언과 밴드버그 건축회사의 공동 작품이다. 겉 모습과 달리 내부는 사람들로 발 디딜틈이 없다. 판매, 식당들이 들어서 있는 이곳에 예술가들의 벼룩시장 공간도 마련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첼시마켓 내에서의 식사를 포기하고 주변 식당들을 찾았지만 2시부터 5시 혹 5시반까지 브레이크 타임이어서 몇 번의 헛걸음 끝에 베트남식당에서 요기를 한다.

 

 

저녁에는 뉴저지에 사는 고교동창을 만나 32번가 코리아타운을 찾았다. 한국어 간판들도 많이 눈에 띄는 이 곳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어느 포차에 들어가 40년만의 회포를 풀었고 그는 한국계 콜차를 불러 나를 호텔에 내려주고 갔다. 선물로 준비한 와인 한 병으로 모든 신세를 졌다. 그 친구는 아쉬움에 꼭 귀국 전에 자기 동네에서 한 잔하자는 석별의 인사를 연신했지만 떠나올 때까지 전화 한번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