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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600394의 diary
길에서 길을 묻다

길에서 길을 묻다 67: 강원랜드

by k600394 2018. 8. 15.


대개 3시간 남짓이면 동서울에서 태백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그런데 주말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5시간 가까이 걸린다. 물론 강원랜드가 주목적지이면 고한버스터미널에서 하차하여 셔틀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지름길이다. 그런데 태백 오투리조트를 숙소로 정하여 태백까지 넘어 왔다.

도착하자 말자 요기를 위해 '태백설비'를 찾아간다. 한우 갖가지 부위를 연탄불에 구워서 먹는 방식인데 만족도가 높다. 오후시간에는 구문소, 태백탄광역사촌, 태양의 후예 촬영지를 둘러보고 지난 추억을 생각한다.

 


남은 시간에는 해바라기축제현장을 찾았는데 해바라기는 이미 시들었고 재대로 볼 만한 것도 없어 입장료 5천원도 아깝다. 꽃축제가 가지는 한계이리라.


 



다음날 아침 상장동 남부벽화마을을 찾는다. 광부화가로 유명한 황재형작가가 거주한다고 들었지만 찾을 길이 없고 광부도시락 파는 곳도 찾지 못했다. 벽화수준은 천차만별이었는데 찾아 다니는 맛도 있다. 그나마 축제를 마친 끝물이라 생동감은 남아 있다.


 

 


삼탄아트마인도 찾았다. 삼척탄좌 사무실을 개조하여 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옛 탄광 흔적을 없애지 않고 남겨서 기억을 연결하는 한편 이들과 조화를 도모하여 새로운 예술 전시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하 심도를 오르내리던 엘리베이터와 캐어낸 석탄을 옮기던 철로를 그대로 살려 현장감을 더하고 있다. 조금은 쾌쾌한 냄새가 나긴 했지만 기계실을 식당으로 개조하여 광부도시락과 같은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었다. 그 한편에서는 한지를 이용해 자연과 과일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김미란작가의 수채화 개인전도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걷다보면 뜬금없는 아프리카 원시작품을 모아놓은 수장고가 등장하기도 하고 진시왕 병사토우 전시공간이 나타나기도 한다. 주제도 산만하고 동선도 혼란스럽다. 비전문적이고 나열식이다.



 

 

 

 

정선 아우라지와 정선장을 거쳐 갔지만 사실 강원랜드는 거기에서 자동차로 30분거리에 있다. 카지노에서는 신분증이 있어야 9천원을 내고 입장권 구입이 가능하고, 입장시에는 다시 신분 확인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입장 이후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 모든 자리에 주인이 있고 빈 자리도 어김없이 가방이나 휴대폰이 놓여 있다. 기적적으로 아무 것도 놓여 있지 않는 자리에도 기계가 계속 돌아가고 있어 곧 주인이 나타난다. 판돈 1억원을 가지고 왔는데 처음 방문하는 손님을 위한 선크림 기념품과 공짜 음료수 몇 잔에 만족하고 카지노를 나설 수 밖에 없다. 기념사진이나 남겨두려고 했으나 카지노 배경 사진도 허락되지 않는다. 혹시 이용객 얼굴이 찍힐 수 있기 때문이겠다 싶다.





주린 배를 안고 태백의 별미 국물닭갈비집을 찾았다. 서둘러 왔지만 땀흘리며 줄을 서서 기다린 다음에야 겨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국물이 있는 닭갈비에 우동사리를 넣어 먹는 형국이다. 그런데 너무 더워서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먹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다음날 이른 아침 숙소에서 내려다 본 경관은 변화무쌍하다. 오투리조트는 낡았지만 산정상에 자리잡고 있어 골프장도 한 눈에 들어오고 경관은 일품이다. 수시로 안개에 쌓였다 걷히기를 반복한다. 개발주체가 태백관광공사여서 이 위치에 개발 허가가 가능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