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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600394의 diary
좋아하는 구절

빈집

by k600394 2021. 9. 5.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기형도, <잎속의 검은 입>에서



* '삶을 잃고 나는 쓰네'로 바꾸어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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