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를 앞두고 가까운 일본 도쿄를 찾는다. 'my SOS'에 등록을 했더니 큰 어려움이 입국이 허용되었다. 도심에 숙소를 잡고 하네다공항을 도착지로 선택했다. 급행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도심 하마마츠초역까지 2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약한 황궁 인근 레지던스는 가격은 높았지만 지근거리에 목적지가 있어 접근성에서 장점이 있었다. 레지던스에 짐을 맡기고 고쿄히가시교엔(皇居東御苑)부터 찾는다. 고쿄히가시교엔은 예약없이 언제든 입장이 가능하다. 해자와 옹성형태의 오테몬(大手門)을 지나서 작은 물길을 돌아야 내부로 진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한꺼번에 많은 외부인이 들어올 수 없도록 하는 방어적인 구조인 셈이다.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설계건축물에서 많이 볼 수 있기도 하다.
공원 건너편에 일본 최초의 국립미술관인 도쿄국립근대미술관이 있다. 주로 일본의 근대작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세계무역박람회를 통해 일본의 미술을 알릴 수 있었던 것은 우기요에 덕분이다. 1854년 일본이 개항한 후 1862년 런던 만국박람회와 1867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통해 일본의 도자기와 부채, 우키요에 판화 등이 유럽에 소개되면서 인상주의 화가들을 중심으로 일본의 문화 및 예술에 대한 관심이 크게 확산되었다. 우키요에의 대표적인 작가는 <후지산 36경> 시리즈로 유명한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齊)이다.
그리고 1887년 어니스트 페날로사와 오카쿠라 덴신(岡倉天心)에 의해 도쿄미술학교가 설립된다. 1896년에는 서양화부가 만들어지고 구로다 세이키(黑田淸輝) 등의 유학파를 중심으로 교수진이 형성된다. 구로다 세이키(黑田淸輝)는 湖畔(1897), 智感情(1899)이 유명하다. 이 학교는 1949년 도쿄 음악대학과 합병된 뒤 도쿄 예술대학이 된다. 그리고1898년 일본미술원이 오카쿠라 덴신(岡倉天心)에 의해 창립된다.
오카쿠라 덴신(岡倉天心)에 이어 요코야마 다이칸(橫山大觀,1868-1958), 히시다 슌소(菱田春草, 1874-1911)는 일본미술의 실질적인 1세대를 형성하는 작가이다. 그 외에도 시모무라 칸잔(下村觀山), 키타노츠 네토미(北野恒富,1880-1947)가 있다. 2기에는 우시타 게이엔(牛田雄村, 1890-1976), 고바야시 고쵸(小林古俓, 1883-1957)가 뒤를 잇는다. 일본 여류작가로 '오구라 유키(小倉遊龜, 1895-2000)가 있다. 그외 여류작가는 미인화로 유명한 우에무라 쇼엔(上村松園), '인도를 그린 화가' 아키노 후쿠(秋野不矩, 1908-2001)가 있다.
그외에도 丁髮姿의自畵像(1866), 두부(1877)의 가다카바시 유이치(高橋由一)가 있고, 와나부(臥裸婦)의 히야쿠다케 카네유키(百武兼行)가 있다. 무나카타 시코(棟方志功), 히라쓰카 운이치(平塚運一), 마에카와 센판(前川千帆), 온치 고시로(恩地孝四郞) 같은 일본 판화의 거장들이 목판화 기법을 부흥시켰다.
3층부터 시작한 미술관 관람에서, 온치 고시로의 인체 등 두 판화작품, 프랑스에 유학을 다녀와 조소에서 뛰어난 작품을 남겼지만 31살에 요절한 오기와라 모리에(荻原守衛)의 '여(1910)'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또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가 활동한 구니요시 야스오(荻原守衛)의 원색적인 강렬함이 눈길을 끈다. 또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아 환상적인 화풍을 보이는 고가 하루에(古賀春江)도 놀랍고, 카와이 교쿠도(川合玉堂)의 오묘한 수묵화, 아키노 후쿠를 지도했던 이시이 린쿄(石井林響)의 독특한 수묵채담에도 강한 인상을 받는다.
2층에서 잠시 휴식를 취할 수 있는 휴식공간이 있어 거기서 조망하는 황궁 히가시교엔은 또 색다른 느낌이다. 작품 하나하나에 한글이 적혀 있어 감상이 어렵지 않았다.
저녁에는 일본 'SOLARIS' 나가노 와인을 음미한다. 맛은 준수하지만 향이 아쉽다.
느슨하게 일어나 아티존 미술관(Artizon Museum)으로 향한다. 도쿄역을 지나가야 한다. 도쿄역은 다쓰노 긴코(辰野金吾)가 설계한 좌우대칭의 르네상스양식이다. 조선은행(지금 한국은행), 부산역도 다쓰노 긴코 작품이다. 지금은 호텔 등으로 이용되고 지하는 무수히 많은 지하철의 환승공간이 되고 있다.
긴자의 아티존 미술관에 이른다. 아티존은 원래 브랏지스톤 미술관이었는데, 장기 휴관하다 2020년에 개명하고 재개관하였다. 지금 두 작가의 탄생 140주년을 기념하여 '두 사람의 여행'이라는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아오키 시게루(靑木繁, 1882~1911)와 사카모토 한지로(坂本繁二郎)가 그들이다. 도쿄미술학교에 입학한 동문으로 각자의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 갔다. 아오키 시게루는 신화를 인용하여 몽환적인 회화세계를 열었던 천재작가였는데, 불과 29세에 폐병으로 운명을 달리 한다. 반면에 사카모토 한지로는 프랑스 유학을 거치며 동양적이며 상징적인 화풍을 이루어간다. 마지막에는 그의 그림은 말, 달 등을 절제된 단순함으로 표현해낸다.
덕분에 미술관이 보유하고 있는 많은 서양명품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서양명품도 세간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 많은 것이 특징인 듯하다. 피카소, 모네 외에 자코네티, 칼더 등도 만났다.
관람 후 시오도메에 있는 도립 하마리큐온시정원(浜離宮恩賜庭園)로 향한다. 1654년 도쿠가와가의 4대 쇼군의 남동생이었던 마쓰히라(松平綱重)가 바다를 매립하여 오리 사냥용의 별장으로 지은 것이다. 그 후 그의 아들이 6대 쇼군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쇼군의 별장이 되었다. 사냥을 했던 시설, 차를 마시며 여가를 즐겼던 별장 등이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전통 창살에 창호지를 부치는 방향이 한일이 달랐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어 재미가 있다.
그리곤 다시 숙소방향으로 틀어 긴자의 긴자식스를 찾는다. 3년전에 비해 또 다른 변신을 하고 있었다. 특히 6층 츠타야서점 한 가운데에 널찍한 전시공간을 마련하였고, 스타벅스와 경계없는 배치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다음의 변신도 기대된다.
그리곤 요즘 가장 핫하다는 도쿄미드타운 히비야로 향했다. 주변에 레스토랑 건물과 영화관이 들어서 있는 사이에 도쿄미드타운 히비야가 건재하고 있다. 노후한 삼신빌딩을 재건축하였는데, 저층부에 그 역사성을 담아 놓았다. 앞 광장에는 노천영화관이 운영되고 있었다. 4층 이하는 주로 쇼핑몰로 운영되고 그 상층부는 업무기능이 들어서 있다. 1층에 진입하면 큰 아트리움이 나타난다. 서울의 타임스퀘어와 유사한 형국이다. 아트리움에 피아노를 놓고 신청자순으로 연주를 하고 있어 인상적이다. 지하는 식당이 다수를 구성하고 있고 각 층별로 다양한 팝업가게, 에디팅샵, 그리고 이발소, 시계수리점 등 독특한 가게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7층에 파크뷰가든이 들어서 있어 이채롭다.
언제와도 변신이 새롭고, 변신 이후에도 잘 착근하고 있고 재미와 흥미가 함께 하고 있어 여전히 다음을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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