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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600394의 diary
길에서 길을 묻다

길에서 길을 묻다 10: 미국 서부 4박5일

by k600394 2011. 6. 23.

 

June 11 2011

어제 LA국제공항에서 코리아타운에 있는 호텔에 도착해서는 바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러면서 오늘 아침 8시10분에 호텔 앞에서 한국인콜택시를 만나기로 하였고 8시 30분까지는 LA 하나여행사 앞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떠니 8시 30분. 큰일이다. 30초 만에 머리감고 양치질하고 짐 챙기면서 check out.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 한국인콜택시에 전화했더니 그제서야 온단다. 다시 급하게 여행사에 연락했더니 9시까지 오면 된단다.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위치를 문자로 보내주기로 했던 여행사에서도 지난 밤 전혀 연락이 없었다. 결국 LA에서의 두 가지 약속이 모두 지켜지지 않은 셈.

이런 우여곡절 끝에 호텔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여행사 앞에 도착했다. 이미 사람이 많다. 돈을 지불하고 버스에 자리 잡았는데 9시가 넘어서 출발했다. 여행 구두계약을 할 때 객실을 혼자 이용할 수 밖에 없다며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한단다. 좋다! 얼마냐? 분명히 4일 동안 30불만 추가로 내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영수증을 보니 4일 동안 매일 30불 120불을 추가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여행사 여직원의 입에 발린 대응에 실소를 금할 수 밖에 없었다. 이래저래 LA의 이미지는 엑스. 미국 내 한인사회에서도 LA에서 왔다고 하면 색안경 끼고 보는 경향이 있다고 하던데 과장은 아닌 모양이다.

4박5일 서부일주. 모두 40여명인데 캐나다에서 오신 분, 동부에서 오신 분도 있지만 한국에서 오신 분이 제일 많다. 수녀님이 여섯 분, 어학연수 온 남녀 한국대학생이 일곱 명, 가족여행객도 많았다. 여행 일정도 4박5일 일정도 있고, 2박3일 일정도 있었다.

코리아타운에서 출발한 대형버스는 Barstow의 Sears Salad Buffet에서 간단한 점심을 하고 인근의 Calico ghost town에 들린다. 과거 은광촌을 재생하여 우리의 민속마을과 같이 꾸몄다. 대장간, 학교, 소방서, 바도 있는데 사실성과 역사성을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거기서 2시간 거리의 Laughlin, Nevada에 도착하여 5시경에 Edgewater 호텔 겸 카지노에 여장을 푼다. Colorado 강 건너편에는 Bullhead, Arizona가 있다. Laughlin은 호텔과 카지노로 휘향찬란하지만 Bullhead는 조용한 주거도시 모습이다. 야외수영장에 수영을 즐기고 저녁식사 후에는 호텔뒤편의 콜로라도강변의 호텔을 오르내리는 river passage 다른 말로 Water Taxi를 이용한다. 30분 정도 소요되고 8불이다. 강변의 다양한 호텔 외관을 즐길 수 있는데, 호텔마다 내려서 구경하고 다시 배를 이용할 수도 있다.

 

 

June 12 2011

새벽 4시 30분에 집합하여 출발이란다. 하지만 나는 장거리 비행에다 아직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새벽 2시부터 잠을 깨서는 계속 뒤척인다. 여하튼 새벽 4시 30분에 여명을 밝히면서 출발. 최근 금광이 발견되어 급격하게 인구가 늘어나면서 포장되지 않은 도로, 아무렇게나 난립되는 가건물 형태의 주택이 많이 눈에 띄는 Kingman, Arizona를 지나 Williams에 도착한다. 이 도시는 비록 조그마한 도시이지만 미국에서 처음으로 주간고속도로로서 개통된 66 Inter-state가 지나가는 도시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단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설렁탕으로 아침을 먹고 Grand Canyon National Park로 향한다. Tusayan을 거쳐 평지가 계속되는데 정말 큰 규모의 캐년이 있을까 의심하면서 도착한 곳에 폭 18마일, 길이 277마일의 그랜드캐년이 나타난다. 1박2일을 걸어 내려가야 강물에 도착할 수 있다는 거대한 협곡, 그랜드 캐년. 이곳은 South Rim의 mather point쪽이다. North Rim에는 허공에 말굽모양의 skywalk도 있고 경관이 훨씬 대단하다는 것이 경험자의 말씀들이다. 그나마도 경비행기 이용, I-Max 관람 등 선택관광에 치중하다 보니 불과 30분간만 viewpoint에서 머문다. 인증사진만 찍고 오는 셈이다.

다시 Kingman을 거쳐 4시간 남짓 만에 Las Vegas에 입성한다. Harrah's Hotel에 여장을 풀고 Jubilee공연을 보기로 했다. 상의를 벗고 춤과 노래를 하기 때문에 청소년관람불가 공연이기도 하지만, 고전적인 댄스에다 최근에 일부 새로운 내용이 가미되는 정도라 명성에 비해 감동은 많이 떨어졌다. 오히려 야경관광이 더 즐거웠다. the Mirage에서의 화산폭발, Bellagio의 분수쇼, the Venetian의 베니스를 모방한 상가 등이 인상적이다. 호텔을 연결하는 모노레일도 재미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구시가지에서 펼쳐지는 LED쇼이다. Fremont street에서 밤 10시가 되면 주변상가는 일제히 소등하고 거리상부에 설치된 LED 캐노피에서 5분간 공연이 펼쳐진다. 그룹 Queen의 노래에다 We are the champion을 영상화한 것이 인상적이다. 공연이 펼쳐지기 전에 거리에서는 곳곳마다 다양한 이벤트와 공연이 전개되면서 사람들은 한껏 즐겁고 들뜨게 된다.

호텔마다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Caesars Palace에서는 가수 Celion Dion이 31인조 악단과 함께 공연이 시작되었고 Mandalay Bay에서는 뮤지컬 the Lion King이, MGM Grand에서는 성인들을 위한 Crazy Horse 공연과 the greatist illusionist of our time이라는 David Copperfield의 공연이, Planet Hollywood에서는 Peepshow가, Benetian에서는 Phantom, 그리고 Wynn에서는 Lereve가 공연되고 있었다. 야한 공연에서 정상급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호텔 내 소개책자에서는 21개 공연을 2일 동안 마음껏 골라서 보는데 99불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마음놓고 공연을 찾아다니며 보고 싶은데 아쉽기 그지 없다. 언젠가 또 기회가 있겠지.

 

 

June 13 2011

밤새 뒤척인다. 일부러 맥주 1병까지 사서 마셨는데 3시경에 깨서는 계속 뒤척이는 것이다. 12시에 진행되는 the Mirrage의 화산폭발쇼까지 보고 들어왔으니 불과 2,3시간동안 눈을 붙인 것에 불과하다. 여하튼 덕분에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객실에 비치된 ‘Lasvegas’ 잡지까지 탐독한다. 그런데 이 잡지가 아주 유익하다. 공연일정과 내용, 식당, 호텔 위치 등... 하나를 가방에 집어넣었다.

오늘은 명품 outlet이라는 곳에 들렀다. 역시 우리나라 아줌마들의 쇼핑능력은 대단하다. 물 만난 고기 같다. 젊은 대학생 아이들도 명품을 담은 쇼핑백 하나 두 개씩은 들려 있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그 돈, 그 쇼핑능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아저씨들은 뒷짐 지고 왔다 갔다 하거나 짐꾼 노릇을 할 뿐이다.

다시 99번을 타고 북쪽으로 출발했다. Mojave 사막을 지나고 작물지대로 넘어가더니 4시간이 지나 도착한 곳이 미국 국세청이 있다는 Fresno. 호텔에 투숙한다. 오늘은 이동만 한 셈이다.

 

 

June 14 2011

Fresno에서 숲길로 된 route 41을 타고 Yosemite 국립공원 남측으로 진입한다. Yosemite Valley를 지나 3단 폭포로 된 웅장한 Yosemite fall에 도착한다. 폭포 밑에까지 접근하는 산책길이 오붓하고 여유롭다. 인증사진 찍고 다시 북쪽 San Francisco로 향한다. 해군기지가 있는 인공섬, Bank of America 본사, 홈런 볼을 잡으려고 바다에 보트를 띄우던 TV 화면이 생각나는 야구경기장도 눈에 보인다.

시내로 들어서자 가게나 건물에 무지개 깃발이 많이 보인다. 동성애자를 상징하는 것이란다. San Francisco는 미국에서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허용한 도시이다. 또 주차한 자동차의 앞바퀴가 진행방향에서 왼쪽으로 틀어져 있다. 경사지가 많은 이 도시에서 반드시 주차할 때 이 규칙을 지켜야 하고 지키지 않으면 ticket이란다. 또 있다. 여기는 주택간에 맞벽건축이 많은데 그것을 지진피해를 방지하려는 노력이란다. 1층은 주차장 2층은 거주공간 형태의 주택도 눈에 많이 보인다.

시청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차이나타운, 그에 인접한 이탈리아 타운을 거쳐서 fisherman's wharf에 도착한다. 여기서 Red and White라는 관광선박을 타고 금문교까지 가서 돌아오게 되는데 9개 언어Audio로 설명들을 수 있다. 물론 한국어도 있다. 바람이 심했지만 도시경관을 볼 수 있었고 설명이 상세해서 도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Alcatraz Island는 만의 중간에 위치한 섬인데 과거에 감옥이 있었고 지금도 그 건물이 남아 있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단다. Dark Tourism이 생각난다. 선착장 주변에서는 거리 공연과 같은 많은 볼거리가 있다. 수륙양용차 형태, 천장없는 관광차, 구형버스 등 관광차량도 다양하다.

다시 Golden Gate Bridge로 향한다. 이미 많은 사진으로 보아 왔기에 감동은 덜하다. 다리 양측으로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그 공원에 따불백을 옆에 두고 군복 깃을 세운 해군수병의 동상이 있는데 그 표정이 참으로 착잡하다. 과거 2차 대전 때 이 도시를 통해 군인들이 외국으로 파병되었다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군인들의 모습은 늘 늠름하고 당당한 모습만으로 형상화하는 것에 비해 대조적이다. San Jose쪽으로 내려와 Hilton Hotel에 머물게 된다. 이 호텔의 야외 수영장에는 온수가 공급되고 있어 마음껏 즐겼다.

 

 

June 15 2011

아침에 출발. 먼저 101번 도로를 택한다. 1번도로는 너무 바다만 보고 가기 때문에 중간중간 바다와 만나면서 시골마을을 지나는 101번 도로가 좋단다. 얼마나 달렸을까 Seventeen Mile Drive이라는 바닷가 드라이브 코스가 나타나고 이 바닷가를 Pebble Beach라고 한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별장마을, 골프장, 다양한 부대시설이 들어서 있다. 또 얼마나 달렸을까 Solvang에 도착한다. 덴마크를 주제한 마을인데 꽃으로 장식된 주택, 덴마크풍 건물이 들어선 마을이다. 조그마한 청과물시장도 열렸는데 한껏 여유가 있다. 우리의 지방도시도 주제가 있었으면 좋겠다. 만약 꽃을 주제로 한다면 관광객들 보다는 오히려 거기서 사는 사람들에게 더 여유가 있고 편안한 생활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마치 유기농 농사가 소비자 보다 생산자를 위한 방편이었듯이.

그리고는 곧장 로스앤젤레스로 향했다. 마침 하숙집에서 같이 생활하는 강태성씨가 집으로 오는 날이어서 그의 집에서 신세지기로 했다. 15시간을 운전하고 밤늦게 도착한 그는 여전히 지치지도 않았다. 그의 건강이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