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이른 시간 부산행 KTX에 몸을 싣는다. 1박 2일의 부산답사. 아마도 피곤한 일정이 되리라. 더구나 전날 서울 염리동 소금길 CPTED 답사를 마친 직후라 무리인 것만큼 틀림없다.
부산역에 도착하자 말자 첫 일정으로 정한 감천마을로 향하는 택시를 탄다. 우연한 이야기 끝에 택시기사는 자신이 고등학교 2년 후배라고 밝힌다. 오랫동안 군에 몸을 담고 있다가 얼마 전에 제대를 했는데 생계를 위해 택시를 하고 있지만 재미가 있단다. 진실이야 알 길은 없었지만 그는 선배를 위한답시고 감천마을 맞은 편 꼬불꼬불한 산복도로로 안내하면서 중간중간 좋은 전망점에 멈춰 서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감천마을 입구에 내렸다. 태극도는 1918년 조철제가 증산사상에 기초하여 세운 종교인데, 감천마을은 4천여명의 태극도 신도들이 집단촌을 만들면서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의 힘겨운 삶의 터전으로 시작되었으며 산자락을 따라 질서 정연하게 늘어선 독특한 계단식 집단 주거형태가 특징이다. 더불어 2009년부터 ‘꿈꾸는 부산의 맞추피추'라는 주제로 시작된 마을미술 프로젝트, 골목길 프로젝트 등으로 각종 전문작가 및 주민 그리고 관람객 참여 작품이 곳곳에 숨 쉬고 있으며, 영화 속의 촬영장소로도 활용되고 있었다. 이날도 심심찮게 취재하는 팀들도 볼 수 있었다.
먼저 지도를 2천원에 구입하여 본격적인 답사에 나섰다. 이미 많은 방문객들로 넘쳤다. 방문스탬프를 찍어가며 사진갤러리, 카페와 작가들의 거처가 마련된 하늘마루, 방문객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와 전시공간이 마련된 커뮤너티센터 감내어울터 등을 여유 있게 둘러보았다. 그런데 이제 보여주기 위한 관광지로서가 아니라 지역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생각과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였다. 판매와 안내를 맡은 지역주민들은 다소 지쳐 보였고 또한 기념품받기 위해 방문객 특히 아이들이 방문스탬프 찍으려고 몰려다니는 것이 눈에 그슬렸다.
감천문화 마을의 전경
감천문화마을내의 벽화
자갈치로 돌아오는 택시길에는 또 다른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완월동 일대를 궁금해 했더니 택시기사가 더 신나서 일부러 들려주고 설명도 곁들여 준다. 도착한 자갈치는 사람들로 넘쳤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겨우 찾아갔던 1박2일 촬영지 호남식당(생선구이집)에는 자리가 없다. 바로 옆 식당에 자리 잡았는데 맛은 차이를 느낄 수 없었고 오히려 더 친절하다.
두 번째 답사지는 부산40계단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부산 40계단에는 여러 설치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부산시가 작가들에게 작품활동공간의 임대료를 지원하고 작가들은 지역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형식을 통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등장한 곳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포기하기로 했다. 시간이 너무 촉박했기 때문이다.
대신 수영만의 요트를 타보기로 했다. 벡스코(BEXCO)가 수익사업으로 운영하는 요트시승은 1시간에 6만원의 비용으로 크루즈급의 요트를 타고 동백섬, 광안대교를 돌아오는 프로그램이다. 날씨가 추워서 요즘은 이용객이 많지 않다고 한다. 덕분에 대절하는 기분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승무원들은 친절했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와인이 곁들어진 바베큐, 족욕, 낚시체험, 풍등 등의 풍부한 프로그램으로 마치 최고의 귀족 대접을 받는 것 같다. 50만원이면 1시간동안 가족들만을 위한 대절도 가능하단다.
시
시승요트의 실내
광안대교 앞 바다를 배경으로
둘째날
어제의 빡빡한 일정 때문에 오늘은 천천히 여유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여유 있게 해수온천도 즐기고 점심으로 밀면을 먹으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맛을 기억하기도 했다. KTX 귀경길은 정말 먼 길이였다는 것을 체감한다.
'길에서 길을 묻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에서 길을 묻다 14: 싱가포르 답사 (0) | 2013.07.05 |
---|---|
길에서 길을 묻다 13: 통영 동피랑 & 창원 창동예술촌 (0) | 2013.06.10 |
길에서 길을 묻다 11: 옐로스톤국립공원 (0) | 2011.08.30 |
길에서 길을 묻다 10: 미국 서부 4박5일 (0) | 2011.06.23 |
길에서 길을 묻다 9: 덴버북쪽 (0) | 2011.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