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서초구청앞에서 통영을 향해 출발한 것이 오전 7시. 중간 중간 휴게소에 들리면서도 12시 30분에 통영시 강구항에 도착했다. 통영시청 수산개발국장, 도시과장 등의 간부들이 환대해주었고 이들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답사현장까지 같이하면서 보조적인 설명을 아끼지 않는 열의를 보여 우리를 감동시켰다.
안내는 푸른통영21 윤미숙 사무국장이 맡았다. 그녀의 경험에서 우러난 구수한 설명이 없었더라면 아마 답사의 즐거움이 크게 반감되었을 것이다. 첫 안내는 동피랑에서 시작했다. ‘동피랑’은 동쪽 비탈이라는 의미를 가진 경상도 사투리이다. 당초 2006년 경 낙후된 이 지역을 집단 이주시키고 공원화하려는 계획이 있었는데, 이를 벽화마을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나무 심으려고 사람을 빼내려는” 사업에서 2년마다 새로운 벽화를 단장하고, 빈집을 리모델링작가촌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구판장과 기념품 가게를 주민소득 공간으로 활용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개발의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벽화사업이 일회성사업으로 그치면 또 다른 흉물로 전락하게 될 우려가 높은데 2년마다 한번씩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는 점, 벽화사업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주민에게 경제적 도움이 되는 사업으로 연계시키고 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주민 생활공간으로서의 안락함이 훼손되고 있어 불만이 상존하고 있고, 확보된 공간이 주차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희생과 열정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앞으로의 과제로 남는다.
촉박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 4대의 낚시배를 이용하여 연대도로 이동하였다. 달아선착장에서 배로 10분 정도면 도착하는 연대도는 탄소제로를 꿈꾸는 ‘에코아일랜드’ 로 유명하다. 저물어가는 통영의 섬에 대한 관심과 개발을 향상시키기 위해 2007년부터 추진되었는데, 태양광시설을 갖추어 탄소를 절감하고, 페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하여 체험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경로당, 마을회관을 지하열과 같은 자연에너지로만 이용한 패시브하우스로 건축하여 운영하는 등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었고, 각 집마다 그 집 특징을 담은 문패를 달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주민들이 아예 음식을 입에 넣어주기까지 기대하는 등의 힘든 주민참여 현실을 하소연하는 설명을 들으면서 고민에 잠기기도 한다.
저녁식사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마산에서 맛 본 ‘마산아구찜’은 연하고 부드러워서 그동안 매운 맛으로 알고 있던 고정관념을 날려 버린다. 야외 파라솔아래에서 장어구이와 함께 한 여러 교수님들과 간단한 소주 한잔은 더욱 저녁시간을 더욱 여유롭게 한다.
둘째날
2010년에 마산, 창원, 진해는 인구 100만을 넘어서는 창원시로 통합되었다. 일요일 아침 8시 숙소인 마산 호텔에서 멀지 않은 노산동 노후주거지 도시재생사업 현장을 방문한다. 일요일에도 불구하고 김영 경상대 교수님, 창원시 도시재생과장등의 관계자가 함께 하면서 브리핑을 하고 답사를 도와 준다. 설명은 총괄계획가 역할을 맡았던 이석환 경성대교수가 담당하면서 그동안의 계획과정을 소개한다. 협소한 골목길을 집주인 양해를 얻어 넓히면서 새로 담장에 벽화도 그리는 등 정비를 내간다. 일부 짜투리 공지에 꽃을 심고 그 꽃으로 다시 비누를 만드는 등 순환식으로 영역 확장이 있어 왔다. 결국 단순 도시디자인사업에 머물지 않고 주민들이 만족하고 실질적으로 주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사업으로 귀결되어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차량으로 창원시 창동·오동동 원도심재생권역을 찾았다. 쇠퇴해가는 원도심을 재생시키기 위해 문화재생사업이 활발한 지역이다. 비어가는 상가에 예술가를 끌어 들여 창동예술촌를 조성하고 다시 도심상가의 활성화로 피드백이 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었다. 문화광장을 조성하기도 하고 라디오 현장스튜디오를 입지시켜 활성화를 유도하고자 하였다. 50여 작가들이 상가로 들어왔지만, 추가로 30여개 상가가 개별적인 입주가 있어서 그 효과가 실질적으로 나타난다고 보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입주한 예술가들에게 수입이 창출되어야 하는데, 강의나 대외활동을 위해 자주 작업스튜디오를 비워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고민을 던지고 있다. 이 역시도 외부의 시민단체와 전문가, 공공이 도시재생의 목표를 가지고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주민주도의 주민참여 사업화 모델은 가능한 것인지 고민거리를 안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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