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연휴를 이용해서 1박2일의 쓰시마여행에 나섰다. 쓰시마는 부산에서 동남쪽으로 43km 떨어진 섬으로, 일본 본토에서 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쓰시마는 나가사끼현에 속하며 인구는 4만3천명. 대부분은 이즈하라(嚴原)라는 중심도시에 거주하고 있단다. 크게 상·하 두 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708km2로 제주도의 2/5 정도 크기이다. 안내자의 설명에 의하면 쓰시마는 과거에 우리나라 관할에 있었지만 척박한 땅이라 관리가 어렵자 방치해 놓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여기를 본토의 왜구들이 들어왔고 역시 별 쓸모가 없자 이를 근거지로 하여 당시 조선 해안 약탈을 일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한 쾌속선이 1시간 10분 만에 쓰시마의 북쪽 히타카츠에 내려준다. 일본식 우동정식으로 점심을 때우고 좋은 날씨에는 부산까지 볼 수 있다는 한국전망대를 찾는다. 날씨가 흐려 부산을 볼 수 없었지만, 안내판에 대한해협을 ‘朝鮮海峽’이라는 한자어 표기를 한 것이 이채롭다.
급경사의 산지를 복원한 전경이 눈에 띈다
조그마한 해수욕장으로 둘러본다. 우리나라 해변은 곳곳에 모래사장 해수욕장이지만 이 곳은 돌섬이라 그런지 대부분 절벽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시 남으로 향한다. 이윽고 만제키세키를 지나 남쪽 섬으로 진입한다. 과거에는 하나의 섬이었는데, 일제가 러일전쟁때 군함 통과를 위해 운하를 파고 다리를 설치했으니 그 다리 이름이 만제키교(萬關橋) 이다. 1시간 이상을 달려 도착한 곳이 이즈하라. 제법 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추었다. 온천을 즐기고 호텔에 숙소를 정한 다음, 여행사에서 제공한 특식을 즐긴다. 샤브샤브를 얇은 철판에 구워 먹는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러나 보니 온 식당이 연기가 가득하다.
시내 구경을 겸해 일행과 떨어졌다. 간단한 쇼핑도 하면서 시내에 유일하다 시피한 대형 쇼핑가게를 기웃거린다. 문제는 호텔로 돌아가는 길. 택시를 기다려도 오질 않는다. 지나가는 일본인의 도움을 받아 택시회사에 전화를 해서 다행히 호텔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음날. 섬의 가장 남쪽 전망대로 향한다. 날씨가 개어서 하늘과 바다에 청명함이 더하다. 와따즈미신사를 거쳐 최익현의병장의 슬픈 역사가 간직된 수선사(修善寺), 쓰시마역사박물관, 덕혜옹주와 쓰시마도주와의 결혼축하기념비까지 볼 수 있다.
최익현 의병장의 슬픈 기억이 남아 있는 수선사 입구
고종이 60세에 본 덕혜옹주는 어린 시절 일본으로 유학 왔다가 쓰시마도주와 결혼하고 단 한번 이 쓰시마를 방문하게 되는데 이때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기념비인 것이다. 약간의 자유시간을 갖고는 다시 북으로 향한다. 우리나라 7번 국도를 달리듯 바다를 면해 달리면서 도로폭은 좁고 커브가 심해서 가끔 교행하기 위해 멈추어서야 할 지경이다. 사망사고 없은지가 800일을 넘어서고 있다는 안내판을 통해서 안전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친절하고 매사 조심하는 일본인답다. 거기에 비하면 아직 우리는 고쳐야 할 점이 너무 많다. “여기에 앉지 마세요”, “큰소리로 이야기하지 마세요”, “쓰레기를 가지고 가세요” 곳곳에 큼직하게 써 놓은 한글안내문을 통해 우리 관광객이 그들을 얼마만큼 불편하게 하는지 절감한다. 쓰시마 관광으로 우리 역사의 한 현장에 왔다가 간다는 것을 체감하는 한편 마음 한 켠에 마치 관광교육을 받고 돌아간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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