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른 시간부터 카톡방은 불이 났다할 정도로 글이 많이 올라와 있는 걸 보니 많이들 들떠 있는 듯 싶다. 하지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지난 밤 야근을 마치고 힘들게 오기도 하고, 2시간 밖에 자지 못하고 겨우 시간을 내서 오기도 하고, 저 멀리 군산에서 이른 새벽을 달려 오기도 하는 등 어렵게들 시간을 내서 함께 하고 있었다.
늘 있기 마련인 한 두명의 지각자도 없이, 7시40분 정시에 인천공항에 모인 11명의 14학번 졸업여행 참가자들은 캐세이퍼시픽편으로 홍콩으로 떠났다. 작년에 탑승했을 때보다 식사나 안내가 나아져 있었다. 비행기안에는 한국 관광객이 많았다. 여전히 홍콩은 한국의 주요 관광국이구나 싶다.
4시간여를 비행한 끝에 오후 1시경에 도착하였고 중년여성의 현지가이드를 만난다. 전용버스로 바로 Soho로 이동한다. 가는 도중 홍콩에서는 고층건물에 25층마다 대피용 공간이 있다는 설명이 재미있다. 소호에서 약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작년 경험을 살려 PMQ를 다시 찾았다.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지만 웹사이트를 통한 사전예약자만 입장이 가능해 그림의 떡이다.
홍콩에서는 고층건물의 경우 25층마다 대피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소호에서 본 건물의 벽화
그리고 Repulse bay로 이동한다. 인공적으로 모래를 실어날라 만들어진 해수욕장과 고급주택가로 유명하지만, 정작 오늘 이곳을 찾은 것은 도교사원 때문이었다. 나에겐 고급주택가와 자연친화적인 옹벽처리만 눈에 들어온다. 특히 백합모양의 멋진 건물은 원래 레지던스용으로 지어졌단다. 그런데 인기가 없어 호텔로 개조중이었다가 소유주의 죽음으로 다시 레지던스로 이용되고 있다는 슬픈 사연을 안고 있었다.
한국인 전용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한국인이 넘쳐나는 식당에서 현지식 식사 후 피토리아 피크로 옮겼다. 20년 전 방문했을 때 기억이 새록새록난다. 그 유명하다는 야경을 배경삼아 인증사진을 남기고 피크트램을 타고 내려왔다.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올라 도심에서 4,50분을 달려 구룡반도 신계New territories에 자리 잡은 호텔에 도착한다. 이 시간이 밤 9시.
repulse bay에서 본 백합형상의 건물
그러나 숨가픈 일정에도 불구하고 홍콩에서 첫날을 불태울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었다. 불금의 목적지는 란카이퐁. 호텔컨시저의 정보를 바탕으로 환승이 많은 지하철 대신 182번 2층버스를 타고 단번에 인근에 도착했다. 버스비는 16불이었는데 거스럼돈이 없다니 큰 돈을 낼 수 밖에 없었다. 현지 주민들이 대부분 카드를 이용하기 때문이리라. 자유여행객들은 카드를 구입하는 것이 꼭 필요한 듯하다.
불금 밤 11시에 란카이퐁은 사람으로 넘처 난다. 두 사람씩 찢어져 즐겨보기로 했다. 난 혼자서 지난 여름의 기억을 찾아 걸었다. 공연을 보았던 fring club만 공사중일 뿐 나머지 다른 곳은 변한 데가 없었다.
그러다가 거리를 헤매고 있던 몇몇 학우를 만났고 인근 클럽을 찾아 음악에 취해 본다. 2차로 옮긴 곳이 라이브공연으로 유명한 hard rock cafe이다. 곧 모두를 그곳에서 만났고, 12시 반에 만나 돌아오자는 사전 약속은 온데간데 없이 새벽시간을 달렸다. 3대의 택시를 나누어 타고 호텔에 도착하니 새벽 3시가 가깝다.
란카이퐁 클럽에서 높은 곳에 올라가 춤추는 청춘들
하드락카페 물을 가장 흐린 한국에서 온 중년들
2.
아침에 눈을 뜨니 6시반. 1시간을 뒤척이다 3층 수영장을 찾아가 보니 투숙객만에게 입장이 허용되는데 50불을 선지급해야 된단다. 돈을 지급하고 찾아간 야외수영장은 막 청소가 끝난듯 플로어에 물이 흥건하다. 수영장 물의 온도가 너무 낮아 잠시 망설이다 몸을 담구어 본다. 견딜만 하다. 다시 사우나로 돌아와 몸을 데우고 아침식사까지 마치고 호텔로비에서 일정을 기다린다. 하지만 지난 밤 란카이퐁 전투가 치열한 듯 환자가 발생했다. 오늘 일정이 마카오 관광인지라 지난 여름 마카오 관광을 했던 내가 남기로 했다. 그래 보아야 각자의 방에서 회복을 기다리는 방법뿐이다.
회복를 기다리는 동안 찾은 호텔 주변에서는 근린주거 개념이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주상복합아파트로 둘러싸인 중심공간에는 버스정류장, 소공원이 자리잡고 주변에는 학교, 호텔 등이 자리잡고 있다. 상가는 식당, 유치원, 의원, 하물며 마사회 공간도 입주하고 있었다. 마사회공간은 노인들이 많이 찾고 있었다.
중앙부는 소공원과 버스정류장, 주변부는 주상복합 건물을 배치한 소근린주거의 전형
오후가 되어서 컨디션를 회복한 학우와 침사초이에 있는 구룡공원을 다녀 왔다. 홍콩의 쇼핑 중심지이자 구도심에 해당하는 침사초이에는 바다에 면한 공연장과 전시관이 자리잡고 있다. 어차피 공연 관람은 어렵고 미술관도 2018년까지 수리중이라 사람 구경하는 것에 만족한다. 시계탑과 해양경찰 건물을 리모델링한 티파니건물은 쇼핑과 식사를 위한 공간으로 변모해서 인기가 높다. 기존 벽돌건물을 허물지 않고 내부화하여 리모델링한 것이 보기 좋다. 여기서 지근거리에 있는 구룡공원은 도심에서 정글과 모습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새공원도 있고 스포츠공간도 자리잡고 있어 이용객 표정은 하나같이 여유가 넘친다.
해양경찰 건물을 개조한 티파니 명품상가
구룡공원
저녁식사는 숙소 인근 식당에서 하기로 했다. 돌아오는 2층버스는 안내판이 고장이 나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 내려야 할 지 난감했다. 그런데 버스내에서 하이파이가 작동되는 것이었다. 덕분에 구글 지도로 도움받아 제대로 내릴 수 있었다.
다시 밤 11시에 합류한 일행들은 호텔내 작은 바를 찾았지만 종업원 조롱하는 듯 하는 말투와 서비스에 처음부터 기분을 잡친다. 좌석 차지가 1인당 20불이라며 너희들이 그 비용을 부담할 수 있겠느냐는 투다. 몸은 반쯤 돌려 놓고 눈은 내려 깔고.. 매니저를 불러 좀더 친절하게 설명해 보라고 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바를 나오는 것으로 응대할 수 밖에 없었다. 내일 아침 꼭 컴플레인하리라 다짐하면서 말이다.
다시 내 방에 모여 한국에서 부터 가져 온 소주와 라면, 그리고 밑반찬, 이곳에서 구입한 맥주와 와인으로 급하게 마지막 밤을 불태운다. 시간을 절약하며 마신 덕분에 새벽 2시에는 해산
3.
아침 10시 반 집결이라 여유있게 일어나 어제 아침의 과정을 밟는다. 수영장, 사우나. 새로이 피트니스센터 진출을 시도해 보았지만 러닝운동화가 없어 출입이 제한되었다. 조금 일찍 로비로 내려와 컨시저에게 컴플레인카드를 요청해서 어제의 사건에 대해 간략하게 작성하고 제출했다. 향후 어떤 리스펀스가 있을지 기대된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버스에 탑승하니 오늘 목적지는 낭만의 거리와 하버시티란다. 도착해보니 어제 방문했던 해변거리와 침사초이 명품거리이다.
한국식 식당에서 오랜만에 순 한국식 김치찌개로 점심을 즐긴다. 그동안 이 곳 음식에 적응 못해 힘들어 하던 몇 학우에게는 가뭄에 소나기인듯하다. 나도 새삼 놀라는 대목이 있다. 자녀들로 부터 대접받을 나이의 늙은 학우들이 은근 지도교수 취향을 배려한다. 커피는 카푸치노로 챙겨오고, 회식 자리에서는 와인을 따로 준비하고, 좋아하는 밑반찬을 내 앞으로 내민다.
환경친화적인 옹벽처리
침사초이 인근의 하버시티
이르게 공항에 도착, 수속을 마치고 여유있게 탑승을 기다린다. 편안한 내 나라로, 내일부터 일상으로, 짧고 굵었던 3일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환상호흡을 과시하던 이들이 졸업후 어떻게 만남을 이어갈 지 지도교수는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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