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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벌써 6년 전 일이었던가. 6년 전에 마리나베이샌즈의 거대함과 발상 전환에 놀라워하며 땀 흘리고 뛰어다니다시피 하며 눈에 새겨넣었던 기억이 있다.
여유롭게 맞는 첫날 아침, 호텔 앞에 방치하다시피 놓여 있는 보테르의 조각품을 아쉬워하며 STPI를 찾았다. 싱가포르강가에 자리잡고 있는 이 곳을 작가의 레지던스 정도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이었다. Singapore Tyler Print Institute(STPI)는 Tyler라는 작가가 설립한 워크샾과 갤러리, 그리고 레지던스의 공간이다. 때 마침 갤러리에서는 다카하시 무라마키의 전시회가 진행중이다.
그러다가 갤러리 담당자의 호의로 외부인은 접근할 수 없는 곳까지 안내받게 되었다. 가장 먼저 방문했던 곳은 작가들이 작업을 수행하는 작업공간이다. 암실, 실크스크린, 암석그라인드실 등 실로 다양하고 규모도 큰 작업실이었다. 그리고 레지던스이다. 많은 아시아계 작가들이 이 곳에서 작업했던 기록이 벽면에 남아 있다. 우리나라 작가로는 서도호, 전광영, 김범 등이 보인다. 이 곳은 지원과 심사로 입주작가가 선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체 판단으로 작가를 초빙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단다. 민간조직이지만 정부의 지원도 받고 있다고 한다. 실로 귀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젊은이들의 거리로 유명한 오차드거리로 돌아와 명품의 건물, 각종 쇼핑센터를 둘러보다 눈에 보이는대로 Yang Gallery, Opera Gallery의 문을 연다. 특히 오페라갤러리는 국내 서울 강남에도 갤러리가 있을 정도로 여러 나라에 갤러리를 보유하고 있단다. 뷔페, 샤갈, 마네, 데미안 허스트, 특히 Brasilier의 작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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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을 옮겼다. 여러 사람이 나누어 부담하면 비싼 호텔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논리로 선택한 마리나베이샌즈호텔. 54층에서 내려다 보는 전경이 대단하다. 호텔을 옮기자 말자 둘러본 쇼핑몰에는 여전히 관광객과 쇼핑객으로 넘친다. 투숙객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57층 수영장을 이용해보기도 하고 야간레이저쇼를 즐기기도 하면서 오전에 지쳤던 몸을 달랜다.
밤에는 싱가포르 최대의 나이트클럽이라는 Marquee도 살짝 엿본다. 입구에는 일정 좌석이 제공되는 VIP, 인터넷 예약자, 무예약자 3개의 줄이 있고, 무예약자도 남자48달러 여자 38달러를 지불하면 입장에 불이익은 없다. 음악이 싱그워서 흥이 덜 했는데 곧 DJ를 교체하니 조금 낫다. 엄밀하게는 '노는 사람들' 구경이다. 생일이벤트로 샴페인 병을 들고 입장하는 여러 여성들 퍼레이드도 볼 수 있고 런던아이와 같이 실내 소형회전기구에 탑승해서 그곳에서 춤을 추는 일단도 본다. 돈까지 내고 실컷 사람 구경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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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지막하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national gallery를 찾았다. 택시기사의 착각으로 national museum에 갔다가 겨우 돌아왔건만 오늘은 개방되지 않는단다. 국가일(9 Aug) 예행연습으로 폐쇄되고 내일 개방한다고 하니 아쉽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도심 건물 탐방에 나섰다. 식민지시대 건물과 현대건물이 공존하면서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현대식 건물은 과감하게 환경친화성을 담아 훨씬 조화를 도모하고 있었다. 건물 전면부에는 수공간을 확보하여 세심하게 미기후 관리를 하고 있는 듯하여 인상적이다.
오후에는 Gillman Barracks를 찾았다. 1936년까지 병영으로 사용하던 곳을 개조하여 2012년 비쥬얼아트클러스터 조성에 착수하였다. 국제적이면서 동남아시아 작가들을 위한 갤러리와 전시공간이 있다. 싱가포르가 경제적 부를 바탕으로 동남아 예술을 선도하고자 하는 열의가 엿보인다. 비어 있는 공간도 많고 전시 작품도 월등하지는 않지만 젊은 작가는 물론 저명작가의 작품 전시회가 공존하고 있어 그 위상을 알 수 있다.
저녁을 먹고 쉬고 있다가 밖이 소란스러워서 보니 국가일을 앞두고 불꽃놀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황홀한 광경을 바로 눈앞에서 보게 되는 우연한 행운은 두고두고 기억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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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오전 내셔날 갤러리 다시 찾았다. 그런데 웁스.. 어제 제재를 했던 군인의 이야기와는 달리 오늘까지 문을 닫는단다. 결국 내셔날 갤러리와의 이루어지지 않은 인연을 뒤로 한 채 이른 시간 공항으로 향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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