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대교 옆 대평동에는 7개 수리조선소와 250여개의 공장이 밀집하고 있다. 이 지역을 깡깡이마을이라고 부른다. 수리조선소에 배가 들어오면 망치로 뱃전에 붙은 녹과 해조류를 떼어낼 때 나는 '깡깡' 소리에서 유래되었다.
이곳은 일제 때인 1910년대에 매립하여 '다나카 조선소'가 들어섰고 지금은 '우리조선'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깡깡이마을에서는 열군데만 거치면 잠수함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회자된다. '서울 을지로 일대 영세공장들이 뭉치면 탱크도, 로케트도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충만한 말이 생각난다.
배 수리를 위해서는 먼저 상가(docking)가 이루어지면 워싱(washing), '깡깡이'에 해당하는 외판소제가 진행된다. 그리고 수선하부도장, 수선상부도장에 이어 아연판 부착, 흘수선을 새기는 등의 마무리작업을 거치면 출항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도킹과정은 중심을 잘 잡아야 하기 때문에 유의해야하며, 도킹과정에서 가끔 배가 전도되는 경우도 있단다.
그냥 공장같은 외양의 수리조선업체이지만 문을 열고 진입하면, 바다에 면해있고 수 척의 배가 도크에 올려져 수리 상태에 있다. 촬영이 금지되었지만 한 업체에서 특별히 허가를 받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수리기간은 배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보름 정도가 일반적이란다. 요즘은 러시아가 가장 큰 고객이다.
곳곳의 벽면에는 도색할 경우 페인트가 날릴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의 글귀도 볼 수 있다. 그만큼 분진과 소음이 심한 곳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열악한 곳에서 작업과 생활이 이루어졌다니 새삼 경건해지기도 한다.
2015년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깡깡이예술마을로 지정된 이후 각종 사업이 진행되어 왔다. 깡깡이마을공작소에는 메이커스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고, 깡깡이생활문화센터에는 다방과 마을공동체 부엌이 있고,
그리고 기부에 의한 마을박물관도 운영되고 있다.
2008년까지 자갈치까지 운행되던 도선의 영도도선장에 들어선 깡깡이안내센터에는 체험선박이 있고, 6천원을 내면 깡깡이유람선으로 아예 해상투어를 할 수도 있다.
몸을 녹히기 위해 들린 대평로터리 인근의 양다방에는 달걀노란자위를 동동 띄운 쌍화차를 맛볼 수 있었다. 40년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실내 인테리어가 거의 바뀌지 않아 옛 정취를 떠올리게 한다. 공공미술작품으로 아파트 한 동의 벽면에 '깡깡이아지매'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대형벽화가 그려져 있기도 하다. 이는 독일 작가 헨드릭 바이키르히의 작품이다.
영도 도시재생의 방향을 첫째, 주민참여가 아닌 주민주도, 둘째 조직된 주민의 힘, 세번째 총체적 관점에서 주민재생, 네번째 경제 활동을 넘어서, 다섯번째 시민의 문화적 역량을 끄집어 내고, 여섯번째 관광에 머물지 말고 삶의 터전이라는 것에 뿌리를 두고, 마지막으로 유럽이나 일본과의 차별화된 도시재생 모델이 필요하다는 김두진 영도문화원 사무국장 의견은 경청할 만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산등성에 자리잡은 신기산업카페에도 들린다. 봉래산꼭대기로 좁은 급경사길로 오르다 보면 발견하게 된다.
과거 낚시 방울을 만들던 공장을 새롭게 카페로 변신시키고 차 외에도 잡화점과 분식점도 운영하면서 새로운 볼거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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