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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600394의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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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길을 묻다 98: 코로나 시국에서의 제주 너무 늦게 공항에 도착했다. 쉽게 생각했던 탓이다. 코로나 시국에 주중인데도 발권, 체크인, 보안검사 줄이 모두 너무 길었다. 계속 양해를 구하고서야 겨우 탑승할 수 있었다. 이런 민폐가 없다 싶다. 도착한 제주공항도 이미 만원이다. 렌트카 이용하는 방법도 바뀌어 있었다. 전과는 달리 공항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하여 렌트카회사의 차고지로 가서 렌트카를 다시 인출해야 한다. 여기 줄도 예사가 아니다. 겨우 렌트카를 인출하여 인근 식당에서 간단히 요기하고 첫 목적지인 제주 아르떼 뮤지엄에 도착한다. 강릉 아르떼뮤지엄과 내용이나 기술면에서 차이가 없어 흥미가 크지 않다. 재일교포 출신 건축가 이타미 준의 방주교회를 찾는다. 수년 전에 다녀간 적이 있었지만 다녀왔다는 아스라한 기억만 남아 있었다. 아일에 앉아 교회.. 2022. 2. 19.
자유 자유 Liberté 폴 엘뤼아르 Paul Éluard 나의 학습 노트 위에 나의 책상과 나무 위에 모래 위해 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내가 읽은 모든 책장 위에 모든 백지 위에 돌과 피와 종이와 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황금빛 조상 위에 전사들의 총칼 위에 제왕들의 왕관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밀림과 사막 위에 새 둥우리 위에 금작화 나무 위에 내 어린 시절 메아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밤의 경이로움 위에 일상의 흰 빵 위에 약혼 시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나의 하늘빛 옷자락 위에 태양이 녹슨 연못 위에 달빛이 싱싱한 호수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들판 위에 지평선 위에 새들의 날개 위에 그리고 그늘진 풍차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새벽의 입김 위에 바다 위에 배.. 2022. 1. 24.
길에서 길을 묻다 97: 인천 미림극장 동인천역은 인천의 역사를 간직한 중심이다. 신포시장, 송현시장 등 시장으로 둘러쌓여 있고 일제 이후 곳곳에 근대화의 유산과 이야기을 간직하고 있다. 1899년 경인선(제물포-노량진) 개통 때에 축현역이었다. 동인천역에서 내리면 인천 미림극장은 도보권이다. 미림극장은 1957년 평화극장이라는 천막극장으로 시작했다. 2013년 다시 재개관하여 실버극장 형태에 머물다 이제 지역 문화의 거점으로 지평을 확대해가고 있다. 특히 청소년, 젊은 세대가 함께 할 수 있도록 문화거점으로 노력하고 있다. 인천 사회적기업협의회가 위탁운영하고 있으나 경영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각종 공모사업, 어린이들의 교육프로그램, 단체 관람유도, 요코하마 잭앤베티 영화교류전, 대학생 서포터즈 운영, 독립영화 상영 .. 2021. 12. 4.
시티도슨트6: 정동 '사람, 역사, 문화, 예술'을 주제로 도시를 답사하는 프로그램, '시티도슨트'입니다. 이번 답사지는 '정동'입니다. 원래 답사계획이 있었는데, 코로나 시국으로 연기되었던 곳입니다. 정동은 우리 근현대사에 있어 뜨거웠던 현장이자 정서가 남아 있는 곳입니다. 덕수궁이 둘로 나누어진 현실, 을사늑약이 맺어졌던 비운의 현장, 치욕적인 아관파천이 이루어졌던 통로, 그리고 로마네스크양식의 성공회 성당 등을 둘러볼 예정입니다. 아직 팬데믹시대라서 선착순으로 6명의 지원자를 받겠습니다. 댓글로 언제든 질문을 주시면 성심껏 답해드리겠습니다 일시: 2021년 12월 18일(토) 오후 3시 - 5시(2시간) 날씨 무관합니다 뜻이 모아질 때 저녁을 함께 하며 답사지 관련 대담의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선택사항) 답사지: .. 2021. 11. 12.
시티도슨트5: 성수동 시티도슨트는 사람, 역사, 문화, 예술'을 주제로 도시를 답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위드코로나'를 앞두고 그동안 순연되었던 답사를 기지개를 켜 봅니다 이번 답사지는 성수동으로 정했습니다. 성수동은 서울의 대표적인 준공업지역으로 공장 밀집지역이었으나 수년전부터 젊은이들에게 핫한 장소로 변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계속되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각종 주제 카페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토지이용의 변화를 눈으로 살펴보고 성수전략정비구역 및 계획을 현장에서 확인하고자 합니다. 아직 팬데믹시대라서 선착순으로 6명의 지원자를 받겠습니다. 댓글로 이름과 연락처(이메일주소나 전화번호)를 남겨주시면 다시 도슨트가 연락드립니다. 댓글로 언제든 질문을 주시면 성심껏 답해드리겠습니다 일시: 2021년 11월 20일(토) 오.. 2021. 10. 24.
가을날 가을날 나태주 하늘 강물을 건너가는 흰 구름이 발길 멈춰 서서 내게 조용히 물었다 아직도 한 사람이 그렇게 좋아 연애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시를 쓰면서 견디고 있느냐고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해줬더니 사실은 자기도 그런 형편이라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나태주, 에서 * 전해지지도 않을 연애편지를 블러그에 담아 놓는다. 철 지나 언젠가는 알게 되려나. 2021. 10. 23.
길에서 길을 묻다 96: 남양성모성지 경기도 화성에 있는 남양성모성지는 1866년 천주교인 대박해때 많은 무명순교자들이 죽어간 순교지이다. 대부분이 무명순교자인지라 그동안 무관심속에 방치되다 1983년에야 비로소 성역화 작업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화성8경에 속하고, 아늑하고 성스러운 분위기로 천주교인에게는 순례지이자 휴식처로 자리 잡고 있다. 천주교인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교회설계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정도였는데, 운좋게 새로이 인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 성지내 성당을 설계한 건축가는 유명한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Mario Botta이다. 그는 리움미술관, 교보생명빌딩의 설계자로 유명하다. 당시 그의 한국 파트너였던 한만원 건축가의 초빙으로 성당과 성지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얼마 전 정림.. 2021. 10. 17.
세상의 친절함에 대하여 세상의 친절함에 대하여 브레히트 1 차가운 바람이 가득 부는 이 땅에 너희 모두는 벌거숭이 아이로 왔네. 가진 것 하나 없이 추위에 떨며 누워있었네. 그 때 한 여자가 기저귀를 채워줄 때까지는. 2 어느 누구도 너희를 환호하지 않았네. 너희를 열망하지 않았네. 너희를 차에 태워가지 않았네. 여기 지상에 너희를 아는 사람은 없었네. 그 때 한 남자가 너희 손을 잡아줄 때까지는. 3 차가운 바람이 가득 부는 이 땅을 너희 모두들 딱지와 부스럼에 덮여 떠나네 거의 이 세상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이 두 줌의 흙을 뿌리네 박찬일, 에서 * '거의 이 세상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이 두 줌이 흙을 뿌리네' 언젠가의 묘비명으로... 2021. 9. 12.
빈집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기형도, 에서 * '삶을 잃고 나는 쓰네'로 바꾸어도 좋을 듯. 2021. 9. 5.
길에서 길을 묻다 95: 양평여행 홍천에서 회합을 마치고 늦어질 것 같아 인근 양평에 글램핑을 예약했다. 수 주전에 처음으로 글램핑을 했었는데, 나쁘지 않았던 기억이 있었다. 물론 이번에는 다른 글램핑장이었지만, 이 역시도 나쁘지 않았다. 컵 라면으로 대충 허기를 면하고 와인 한 잔을 즐기려는데 밖에서 비소리가 들린다. 이런 행운이 어디 있는가. 글램핑 입구 계단에 앉아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음악을 들으면서 와인도 즐긴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모여든 많은 여치가 눈에 띈다. 하나같이 영 힘을 못쓴다. 무거운 날개가 비에 젖어서 그런지, 아니면 갑자기 낮아진 온도때문인지 알 길은 없다. 하기야 많은 것을 내려놓지 않고 지고 가려면 우리의 삶도 버겁고 힘겹지 않았던가. 누룽지탕으로 아침을 먹고 커피 한 잔까지 했는데 시간은 아직 8시를 넘지.. 2021. 9. 3.
다른 하나 Another One Ron Padgett 어릴 때 너는 배운다 사물에는 세 가지 차원이 있다고: 높이, 넓이, 그리고 깊이. 신발 상자처럼. 그리고 나중에 너는 듣게 된다 네 번째 차원이 있다는 걸: 시간 나희덕, 에서 *모두 다 다른 사연도 있더군. 2021. 9. 1.
오, 바틀비 오, 바틀비 김소연 모두가 천만다행으로 불행해질 때까지 잘 살아보자 던 맹세가 흙마당에서 만개해요, 사월의 마지막 날은 한나절이 덤으로 주어진 괴상한 날이에요. 모두가 공 평무사하게 불행해질 때까지 어떻게든 날아보자던 나 비들이 날개를 접고 고요히 죽음을 기다리는 봄날이 에요, 저것들 보세요, 금잔화며 양귀비며 데이지까 지 모두가, 아니오, 아니오, 고개를 가로저으며 하루 를 견뎌요, 모두가 아름답게 불행해질 때까지 모두가 눈물겹게 불행해질 때까지, 온 세상 나비들은 꽃들의 필경사예요,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몰아쉬 는 한숨으로 겨우 봄바람이 일어요, 낮달이 허연 구 멍처럼 하늘에 걸려요, 구멍의 바깥이 오히려 다정해 요, 반나절이 덤으로 배달된 괴상한 날이에요, 모두 가 대동단결하여 불행해질 .. 2021. 8. 15.